지난해 자동차 판매 3144만대…전기차 앞세워 시장 지배력 확대
10년 전략의 결과물…'이구환신' 정책까지 총동원
중국 자동차가 세계 1위에 올랐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빠르게 늘어나는 수출이 만나면서, 중국은 이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의 올해 전 세계 판매량은 약 2700만대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수치다.
20년 넘게 1위를 지켜온 일본차는 약 2500만대 판매에 그치며 왕좌를 내줬다. 일본차는 2018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22년만 해도 800만대나 앞섰던 중국과의 격차가 불과 3년 만에 뒤집혔다.
2024년 주요 글로벌 시장 전기차 생산·수요·순무역 현황=국제에너지기구./ 디지틀조선TV
◇ NEV 돌풍…중국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
이런 극적인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전기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1700만대 중 1100만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전체의 65%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10대 중 6~7대가 중국 시장에서 나간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일찍부터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집중 육성해왔다. 전기차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까지 묶어 '신에너지차(NEV)'라는 이름을 붙이고, 보조금 지급부터 규제 완화까지 전방위로 지원했다.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새로운 동력으로 달리는 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 내 NEV 판매량은 130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급증했다. 시장 침투율 변화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2020년 중국 신차 시장에서 NEV 비중은 5.4%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0.9%로 급등했다. 5년간 약 8배 확대된 것이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NEV 판매가 처음으로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제 중국에서 새로 나온 차 2대 중 1대 이상이 NEV라는 뜻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완전한 판도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글로벌 신에너지차(NEV) 시장 판매량 1위 달성을 알리는 BYD 자사 홈페이지 화면.
◇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BYD, 테슬라 위협
중국 NEV의 무서운 성장 배경에는 '수직계열화'가 자리잡고 있다. 배터리·모터·반도체 등 핵심 부품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한 기업이 모두 관리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의 '쇳물에서 자동차까지'와 같은 전략이다.
이 전략으로 가장 큰 성과를 낸 기업이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다. BYD는 지난해 427만대를 팔아 전년보다 41.3% 급증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원가를 낮추고, 부품 수급 걱정 없이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BYD의 수직계열화 비율을 70~80%로 추정한다.
BYD의 성공 방정식은 중국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차량용 운영체제(OS)와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자체 개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부품사-IT업체' 구분이 무너지는 중이다.
이러한 수직통합이 가능한 건 중국의 탄탄한 전자부품 산업 기반 덕분이다. 차량용 전자부품(전장)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필요한 부품을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중상산업연구원은 올해 중국 전장 시장 규모가 1조2783억 위안(약 2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전년보다 5% 늘어난 규모다.
이렇게 쌓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업체들은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동남아·중동·남미는 물론 유럽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국가별 자동차 수출 규모 변화=맥킨지 앤 컴퍼니./ 디지틀조선TV
◇ 관세 장벽 뚫는 중국車, 수출 시장 다변화로 활로 모색
중국 전기차 업계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약 125만대의 전기차를 해외로 수출했다. 특히 테슬라 등 외국 브랜드의 중국 생산분이 아닌 중국 자체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체 중국산 전기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5%에서 2024년 70%로 15%포인트 급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수출 확대 이면에는 시장 지형의 극적인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IEA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유럽 전기차 수출 비중은 2021년 70% 이상에서 2024년 약 40%로 급감한 반면, 멕시코(+370%), 동남아시아(+10%), 러시아 및 카스피해 지역 수출은 급증세를 보였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선진국들의 가파른 관세 장벽이 있다.
관세 장벽 강화는 2024년 들어 본격화됐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문제 삼아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로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미국과 캐나다는 100%를 초과하는 관세로 사실상 수입을 봉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흥시장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브라질은 2024년 전년 대비 120% 증가한 중국산 전기차를 수입했으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재부과하면서 하반기 수입이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관세 장벽을 피해 수출 시장 다변화와 함께 현지 생산 확대도 본격 검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가 2015년 5월 '중국제조 2025'를 보도한 화면
◇ 中 전기차 10년 육성 프로젝트, 3단계 '정부 밀어주기'로 완성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체계적인 산업정책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출발점은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다. 중국 정부는 이 계획에서 신에너지차를 반도체, 로봇과 함께 10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초기 단계의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자 중국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2020년 발표된 '신에너지자동차 산업발전계획(2021-2035)'은 향후 15년을 내다보는 장기 청사진이었다. 이 계획에서 중국은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기술 경로를 제시하는 동시에, 배터리·모터·지능화 기술 같은 핵심 분야를 집중 육성 과제로 설정했다. 단순히 차량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중국은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2021년부터 추진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는 스마트 커넥티드카를 전략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차량용 반도체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차세대 기술에 R&D 투자를 쏟아부었다. 이는 전기차를 단순한 '친환경 차량'이 아닌 '달리는 스마트 기기'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였고, 실제로 중국 전기차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분야에서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정책 지원은 생산 단계를 넘어 소비 진작으로도 이어졌다. 2024년부터 시행 중인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은 노후차를 폐차하고 신에너지차(NEV)를 구매하면 최대 2만 위안(약 376만원)을 지원한다. 생산 경쟁력과 소비 진작을 동시에 잡는 투 트랙 전략이다.
◇ 중국 전기차 혁명,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선택?
중국은 10년에 걸친 체계적 산업정책과 수직계열화 전략,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무기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천144만대를 판매하며 신차의 40.9%가 NEV로 채워진 시장, 배터리부터 OS까지 통합한 수직계열화 체계가 그 토대다.
이 같은 성장세 앞에 미국과 EU가 고율 관세와 각종 규제로 장벽을 세웠지만, 중국 자동차는 꾸준히 시장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 부진과 비용 부담 증가로 구조조정을 포함한 여러 압박에 직면했다.
유럽 시장에서 나타난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한국 시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경쟁 압력 자체는 상당 부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은 현대차·기아라는 절대적 내수 강자가 존재하고, 브랜드 신뢰도와 서비스 네트워크가 확고하다"며 단기 산업 기반 훼손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단, BYD가 2000만 원대 중반 가격 포지셔닝으로 시장 진입 시 "가격 민감 소비층 유입 및 국내 완성차 업체의 보급형 전기차 전략에 직접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 인상·규제 강화 등 보호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보호 조치는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같은 보복 조치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기 방어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 전략을 제시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분야 R&D 투자와 산업 생태계 지원을 통해 국내 업체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세제 정책 역시 국적 기준이 아닌 기술 수준, 안전성, 시장 기여도 기반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다음 수를 두고 있다. 2030년까지 신에너지차 비중 70%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고,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수출 다변화로 멕시코 수출이 370% 급증하는 성과를 냈다. 이 교수는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어떻게 관리하고 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로 활용할 것인지가 향후 한국 자동차 산업 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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