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

전선하 기자 ㅣ seonha0112@chosun.com
등록 2026.01.02 10:47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정문경 교수(소화기내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정문경 교수(소화기내과)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지만, 쉽게 입에 올리기엔 다소 민망한 주제가 있다. 바로 ‘방귀’다. 그러나 방귀는 결코 부끄러워할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몸, 특히 장이 보내는 매우 솔직한 건강 신호에 가깝다.

하루 몇 번이 정상일까? 건강한 성인은 하루 평균 약 10회 정도 방귀를 뀐다. 많게는 22회까지도 정상 범위에 속한다고 한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도 거의 없다. 방귀의 양 역시 하루 약 0.2~1.5리터 정도의 장내 가스가 생성되며, 그중 실제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은 약 20% 남짓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다시 소비되거나 혈액으로 흡수되어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즉,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병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실제 임상에서도 환자에게 방귀 횟수를 몇 주간 기록하게 하면, 상당수가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냄새의 정체는 1%에 불과하다. 방귀의 99%는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무취 가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불쾌하게 느끼는 냄새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황화합물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황화수소(썩은 달걀 냄새), 메탄티올(부패한 채소 냄새) 등이다. 이 냄새는 주로 단백질, 특히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이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될 때 생성된다. 붉은 고기, 달걀, 유제품, 마늘·양파 같은 채소, 일부 해산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점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곧바로 병적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소화되느냐’이다. 방귀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장내 세균에 의한 발효 증가다.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들이 대장으로 넘어가 세균의 먹이가 되면, 가스 생성이 늘어난다. 이를 통칭해 ‘포드맵(FODMAPs)’이라 부른다. 콩류, 밀, 양파, 마늘, 유제품, 과당이 많은 과일, 자일리톨·솔비톨 같은 당알코올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당불내증이나 소장세균과다증, 변비가 있는 경우에도 가스와 복부 팽만이 쉽게 동반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방귀 양과 냄새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가스를 소비하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효율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생성된 수소 가스의 90% 이상을 다른 세균이 다시 처리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방귀로 더 많이 배출된다.

치료의 핵심은 ‘안심’과 ‘조절’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이 현상이 대부분 양성적이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다. 원인을 이해하고 안심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현저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식이 조절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저가스 식단은 현실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차라리 방귀를 뀌겠다”고 말한다. 대신 문제를 유발하는 음식을 파악해 양을 줄이거나, 천천히 먹고 공기를 삼키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장내 환경을 ‘덜 가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유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중단 후에도 효과가 몇 주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반면, 항생제는 오히려 장내 균형을 깨뜨려 냄새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냄새가 특히 심할 때 점검할 것은 악취가 지속적으로 문제 될 경우, 경미한 변비가 동반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내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황화가스 생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배변만으로도 냄새가 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스무트 성분 제제는 황화합물과 결합해 냄새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지만, 장기 복용 시에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방귀는 병이 아니라 ‘신호’이다. 방귀는 우리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생리적 신호 중 하나다. 대부분은 정상이며, 생활습관과 식사 조절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다만 방귀가 갑자기 과도하게 늘거나, 복통·체중 감소·혈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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