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달 플랫폼, 공정한 거래의 규칙을 고민해야 한다

등록 2026.01.06 15:14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이홍주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이홍주 교수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단순히 수수료가 비싸다는 불만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거래 규칙을 결정하는가?’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논의가 맞물리며, 플랫폼 규제의 방향과 범위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배달앱 시장은 자영업자에게 여러 판매 경로 중 하나라기보다,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사실상 이용이 불가피한 핵심 거래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그 결과 거래가 일부 대형 플랫폼에 집중되었고, 가격과 거래 조건이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전통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에서는 자영업자가 수수료나 배달비 인상에 대해 개별적으로 협상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그 부담이 음식 가격 인상이나 추가 비용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거래 구조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으로 온플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온플법은 흔히 ‘플랫폼 규제법’으로 인식되지만, 그 본질은 수수료 수준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데에 있다. 계약 조건, 검색·노출의 기본 원칙, 정산 방식과 정책 변경 절차를 명확히 하고, 입점업체가 집단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점에서 온플법은 시장을 대체하는 강한 개입이라기보다, 시장 자율이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을 정비하려는 접근에 가깝다. 


반면 수수료 상한제는 보다 직접적인 정책 수단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를 제한함으로써 자영업자의 부담을 단기간에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감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요구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충분한 설계 없이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플랫폼이 수수료를 다른 비용 항목으로 전환하거나 서비스 차별·노출 조정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격만 제한하고 거래 구조 전반의 불투명성을 함께 개선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양상만 달라질 뿐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 역시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자율과 규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온플법을 통해 거래 조건의 투명성과 협의 구조를 우선 강화하고,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특정 업종이나 상황에 한해 수수료 상한과 같은 직접 규제를 제한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플랫폼의 혁신과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비용과 위험이 특정 주체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논의는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디지털 경제 전반에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핵심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즉, 플랫폼의 성장과 혁신을 존중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균형과 갈등을 사회가 어떠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논의가 지연될수록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누적되고, 정책 대응은 점진적 조정보다는 보다 급격한 개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나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 규칙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접근일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Carnegie Mellon University 컴퓨터과학 석사 ▷Temple University 경영학 박사 ▷현) 공정거래위원회, 심의위원 ▷현) 산업부 산업AI 협력 확산 네트워크 위원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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