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에게 연행돼 이동하는 모습. / 백악관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면서 세계는 다시 한 번 약육강식의 현실주의 국제정치를 목도하고 있다. 주권 국가의 현직 국가원수를 미국이 직접 체포한 이 사건은 국제법 논란을 넘어 세계 각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특히 가장 복잡한 셈법에 빠진 나라는 중국이다.
베이징 안팎에서는 중국의 유불리를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단기적으로는 대만침략에 대한 ‘전략적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중장기적으로는 ‘남미 전략의 붕괴’라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중국 내 강경파와 일부 전략가들은 이번 사태를 은근히 반기고 있다. 미국이 국제규범의 최종 수호자라는 도덕적 우위를 스스로 허물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만 침략에 대해 미국은 지금까지 ‘국제법, 주권, 현상 변경 반대’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사태는 그 명분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중국이 대만 합병을 ‘내정 문제’라고 주장할 때 미국은 이를 반박할 논리를 스스로 없앴다.
규범의 붕괴는 권위주의 국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국제사회가 ‘선과 악’이 아닌 ‘힘의 크기’로 재편될수록 중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중국의 전략 공간을 넓혀줬다는 냉소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이 이번 사태로 남미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며 큰 손실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남미를 ‘조용한 방식’으로 장악해 왔다. 철도, 항만, 발전소, 통신망에 투자하고 자원 담보 대출을 제공하며 정치 체제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했다.
베네수엘라는 그 대표 사례였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베네수엘라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차관을 제공하고, 석유 생산량의 80%를 구매하며 ‘전천후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미국은 마두로 체포를 통해 남미 국가들에게 ‘줄 똑바로 서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친중 성향의 남미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로 결정적 순간에 중국은 의지할 수 있는 동맹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했다. 이들이 체제 보장의 최종 보험으로 다시 미국을 바라보게 된다면 중국의 영향력은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다.
중국은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명분을 강화하지만, 동시에 제3세계에선 중국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동맹국을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물음에 중국은 답해야 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직접 행동했다. 반면 중국은 그동안 ‘비간섭’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이는 비용을 줄이는 데는 유리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정치·군사적 보증이 없는 경제 협력은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앞으로 중국이 취할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대만 문제와 노골적으로 연결 짓는 발언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국제법과 주권 존중’이라는 원론적 발언을 반복하며 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기다릴 것이다.
둘째, 남미 전략의 ‘재설계’에 나설 것이다. 단순 인프라 투자에서 벗어나 금융·통화 협력, 자원 가공, 현지 고용 창출 등 정권 교체에도 살아남을 구조적 이해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는 군사·치안 협력도 제한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셋째, 통상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외교에서는 더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다. 미국의 강압 외교가 반복될수록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예측 가능한 파트너’ 이미지를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위안화 결제, 자원 장기 계약, 공급망 동맹 확장 등의 대외정책이 동원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는 중국에게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불편한 기회이자 위험한 전조다. 미국의 규범 파괴는 중국에게 전략적 명분을 주지만 동시에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에 구축해 온 조용한 영향력의 기반을 흔들었다.
중국은 지금 웃고 있지 않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제국주의 본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낼 때 중국은 지금 국력으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까? 이번 사태의 진짜 후폭풍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중국 외교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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