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보상안'에 반감 드러내는 소비자들…후기 들어보니 '부정적'
사용 조건 제한과 부분적 혜택…보상 대신 '재가입 유도'로 인식
전문가 "공정성 인식의 문제...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초라한 보상안이 개인정보의 가치를 폄하했다."
평소 쿠팡을 애용해온 30대 여성 A씨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보상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쿠팡이 사과하며 내놓은 보상안에 개인정보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낀 A씨는 당분간 쿠팡 이용을 중단하고 타 플랫폼 이용을 검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보상안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A씨와 유사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게 보상이 맞냐"는 의문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사용 조건 제한에 재가입 유도까지...체감 혜택은 '글쎄'
쿠팡이 최근 내놓은 보상 쿠폰을 둘러싸고 반감 섞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보상’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실제 사용 조건과 혜택의 활용도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쿠폰 사용 기한은 3개월로 한정돼 있으며 금액을 전부 사용하지 못할 경우 잔액 환불이나 이월이 불가능한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성 보상이라기보다 일정 기간 내 소비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상 대상에 포함된 쿠팡 알럭스와 쿠팡 트래블 쿠폰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기존에 이용하던 고객층이 많지 않은 데다 사용처도 제한적이다. 특히 쿠팡 트래블 쿠폰은 국내 숙박과 티켓 상품에만 적용돼 선택의 폭이 좁다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탈퇴 회원의 경우 재가입을 해야만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 보상보다는 재사용을 유도하는 장치로 비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 보상권 '쓴 사람'은 어땠나...이용자 후기 들어보니
실제 써본 사람의 후기는 어떨까. 30대 여성 B씨는 평소 이틀에 한 번꼴로 쿠팡을 이용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쿠팡 보상권을 사용해본 B씨는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첫 번째 문제는 시스템 접근성이었다. B씨는 “개인정보 유출 대상자라면 자동으로 쿠폰이 발급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특정 배너를 눌러야만 쿠폰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런 방식 자체가 또 한 번 소비자를 화나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보상 쿠폰의 적용 범위였다. 평소 생필품 구매 비중이 높은 B씨는 자신의 소비 패턴과 동떨어진 보상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쿠팡 알럭스와 쿠팡 트래블에서 살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없었을뿐더러 제공된 5000원 생필품 할인권마저도 “매년 반복되는 정기 행사보다도 못한 수준”이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B씨는 가장 큰 금액을 할인해 주는 쿠팡 알럭스 할인쿠폰을 사용해 봤지만 "평소 이용하지 않던 다른 카테고리로 소비를 유도하는 느낌이 강했다"며 "'끼워팔기'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아까워서 쓰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보상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시민 기만하는 쿠팡 탈퇴, 쿠팡 쿠폰 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쿠팡 5000원 할인쿠폰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소비자 반감 확산 왜? 전문가 "공정성 인식의 문제...진정성 있게 신뢰 회복해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이홍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 개념으로 ‘손실회피 이론’을 꼽았다. 그는 “소비자는 동일한 금액의 이득보다 같은 규모의 손실을 훨씬 더 크게 인식한다”며 "보상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이득을 얻었다'는 인식 대신 ‘피해가 제대로 보상되지 않았다'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성 인식'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은 보상의 절대적인 금액보다도, 자신이 겪은 불편과 불안에 비해 보상이 공정한지를 더 민감하게 판단한다”며 “개인정보 유출의 불안과 기업이 제시한 보상 사이에 심리적 비대칭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이를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교수는 ‘인지적 모욕감’을 소비자가 분노를 키운 요인으로 꼽으며 “기업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향후 쿠팡과 같은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취해야 할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는 태도’와 ‘관계 회복’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늦은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는 교훈이 이번 사태에서도 확인됐다"며 “소비자의 마음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적극적인 소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