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BYD 독주 속 휴머노이드서 반격 기회 포착
LG·삼성, 고성능 원통형으로 테슬라·현대차 공략
2030년까지 5년이 승부처…리튬이온 고도화·반고체 기술 시급
/디지틀조선TV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독주가 구조화된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한국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고에너지밀도·고출력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반격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CATL과 BYD는 저가 공세와 내수 시장 장악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기술력에서 앞서지만 가격 경쟁력과 물량에서 밀리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한국 배터리 업계가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가 휴머노이드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2족 보행과 섬세한 동작을 위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순간 고출력이 필수적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가격보다 성능이 우선시되는 시장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로봇 기업들로부터 배터리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휴머노이드 및 사족보행 로봇 분야 선도 기업 6곳 이상에 하이니켈 삼원계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구체적인 업체명이나 배터리 규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SDI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의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와 배송 로봇 '달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SDI는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현대차가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할 유력 후보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자신감을 보이는 근거는 울트라 하이니켈 기술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니켈 함량 90% 이상의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기업이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같은 무게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각형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위주로 생산 라인을 구축해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흥미로운 점은 중국 로봇 기업들도 한국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복수의 중국 로봇 제조사들과도 배터리 공급 및 공동 개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전망도 밝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약 51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1년 전 전망치였던 60억달러의 6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용 배터리는 고출력과 고안전성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야 한다"며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10년 전이라면 한국이 유리했지만 지금은 기술력 격차가 좁혀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특히 시간의 촉박함을 강조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화하는 2030년까지 약 5년의 골든타임이 남았지만, AI 기술의 급진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3년밖에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현재 리튬이온 2차전지의 고도화와 함께 반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이 시급한데, 이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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