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셀라필드 원전 해체 작업 지원
IFR “산업용 로봇 시장 167억 달러”…이동형 로봇도 급성장
재난·에너지·인프라 점검 시장 확대
/디지틀조선TV
노란색과 검은색 몸체에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이 방사선 구역 내부를 걸어 다닌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약 1조 6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최근 영국 셀라필드 원자력 시설 해체 현장에서 일상 업무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장시간 머물기 어려운 고선량 방사선 구역에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는 스팟의 모습은 산업용 로봇의 활용 영역이 제조업 현장을 넘어 공공 인프라와 재난 대응, 에너지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셀라필드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원자력 시설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팟은 2021년 첫 시범 운영 이후 시험과 검증을 거쳐 올해부터 정식 업무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라이다(LiDAR) 센서와 가스 측정기, 360도 영상 촬영 장비를 장착한 스팟은 작업자 투입 없이 현장에 머물며 3D 스캔과 방사선 수치 측정, 오염 샘플링을 수행한다. BBC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는 표면을 문지르는 '스와빙' 도구까지 장착해 방사능 오염도를 직접 검사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셀라필드 측은 "로봇 도입으로 작업자의 방사선 노출이 줄어들고 있으며 해체 작업 효율도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이 영국 셀라필드 원자력 시설 해체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셀라필드(Sellafield Ltd) 제공
스팟의 활약은 원전 해체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듀크 에너지는 2022년부터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정기 점검에 스팟을 투입하고 있으며, 영국 원자력공학연구소(UKAEA)는 핵융합 실험시설인 JET에서 2024년 9월 35일간 자율 점검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석유·가스 산업에서도 로봇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상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점검, 정유시설 안전 순찰 등 고위험 작업 현장에 4족 보행 로봇과 드론, 배관 내부 점검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소방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하 공동구와 유해가스 발생 현장에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이다와 가스 센서를 탑재한 이 로봇은 화재나 붕괴 위험이 있는 재난 현장을 선제적으로 탐색해 구조 활동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팟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4족 보행의 안정성 때문"이라며 "초기에는 생산라인 검사나 야간 보안 용도였지만, 최근에는 사람이 투입될 수 없는 원전 같은 극한 환경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으로 스팟의 지능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센서를 추가해 보안 용도로 쓰거나 다양한 작업 도구를 장착하는 등 복합적 활용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생산량이 늘면 가격 경쟁력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스팟은 배터리 용량이 작아 1~2시간 정도만 작동할 수 있어 중간에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이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제공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난달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시장 가치가 167억 달러(약 24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통계는 주로 제조업 현장의 로봇을 집계한 것으로, 인프라·재난·에너지 분야에 투입되는 이동형 로봇 시장은 별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로봇 사업을 미래 핵심 축으로 육성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스팟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전기 구동 버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 실적의 20%는 로봇에서 나올 것"이라며 미국에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로봇과 모빌리티를 결합한 사업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며 "여기에 UAM(도심항공교통)까지 더해지면 이동 수단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진화하며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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