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매출 40% 급증
HBM 집중한 SK하이닉스는 32.9%로 2위
승부처는 결국 HBM4 양산 속도
/디지틀조선 TV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6.6%를 기록하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년 만에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D램 매출은 191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40.6% 급증한 반면, SK하이닉스는 172억 달러를 기록하며 32.9%의 점유율로 2위에 자리했다.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D램 시장 1위를 지켰고,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을 앞세운 SK하이닉스의 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SK하이닉스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된 AI 반도체 경쟁에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 생산능력을 집중 투입하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성능 메모리로, AI 학습과 추론 작업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HBM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2024년 3월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같은 해 9월 12단 제품까지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2024년 3분기부터 HBM3E 공급을 시작했으나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의 품질 승인은 작년 9월에야 받으며 약 18개월의 공백기를 겪었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4분기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메모리 매출 비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떻게 역전에 성공했을까. 여기에는 HBM이라는 프리미엄 시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범용 D램 시장의 급격한 공급 부족 현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HBM과 일반 D램은 제조 공정의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둘 중 무엇을 만들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제조사들은 당연히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HBM 쪽으로 생산능력을 대거 전환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 생산 확대를 위해 범용 D램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줄였다. 문제는 PC, 서버,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범용 D램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했다는 점이다.
HBM 시장은 이미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생산능력 확대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가 제한적인 반면, 범용 D램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HBM에 생산능력을 집중한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제품의 물량을 늘렸지만 가격 상승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삼성전자는 가격 상승의 수혜를 더 크게 받게 됐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는 한편 범용 D램은 물량을 줄였는데, 공급 축소로 가격이 오르면서 이 부문에서도 수익이 나는 등 양사 모두 매우 유리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 중심 구조로 재편된 상황에서 범용 D램 투자를 빠르게 확대할 필요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업계 최고 수준인 11.7Gbps 성능의 HBM4 제품 공급을 시작하며 고성능 HBM 시장에서도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순위 하락에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작년 9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으며, HBM3E에서 구축한 기술 리더십과 고객사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HBM 역시 D램을 적층한 구조인 만큼, 결국 HBM4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 전체 D램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이 HBM4 양산을 선제적으로 시작했고 SK하이닉스도 조만간 뒤따를 예정인 만큼, 양산 수율과 공급 물량을 얼마나 신속히 확보해 엔비디아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납품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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