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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 고조 유가 급등…차 시장 ‘연비 전쟁’ 다시 시작되나

임윤서 기자 ㅣ seoo@chosun.com
등록 2026.03.04 17:34

하루 새 휘발유 30원·경유 50원 상승
고유가 지속 여부 하이브리드·전기차 수요 가른다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유가정보 안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디지틀조선TV 임윤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공급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가운데 고유가가 완성차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788.47원(3일 기준)에서 1820.53원(4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하루 사이 32.02원 상승했다. 전국 평균 가격 역시 같은 기간 1723원대에서 1751.44원으로 올라 다시 1700원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섰다.


경유 가격 상승세는 더 두드러진다. 서울 자동차용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1707.43원에서 1766.02원으로 하루 사이 58.59원 올랐으며, 전국 평균 가격도 1680.12원까지 상승해 하루 동안 45.50원이 뛰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은 정제 과정과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경우 시장의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가격 반영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기름값 상승이 가시화되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기준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차량 구매 단계에서 단순히 차량 가격만 비교하던 소비자들이 연료비, 보험료, 감가상각 등을 모두 포함한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차량을 바라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퇴근이나 영업 등으로 주행거리가 많은 운전자일수록 연료비는 차량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모(36) 씨는 “예전에는 차값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모델을 찾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주유비 부담이 계속 커지다 보니 유지비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다음에 차를 바꿀 때는 차량 가격을 조금 아끼는 것보다 매달 나가는 연료비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자동차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연비 중심의 수요 이동’이 나타난다. 다만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곧바로 전기차로 이동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이 고유가 국면에서 가장 먼저 수요가 반응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 주유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연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가 국면에서 가장 먼저 수요가 반응하는 차량 유형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기가 나타날 때마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다만 이번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전기차 역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유가 변수뿐 아니라 정책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2026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폐차하거나 매각하고 전기차로 전환하는 경우 추가 지원을 제공하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최대 100만원 수준으로,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다. 정부는 또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성능과 가격 기준 중심으로 재편해 예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상승으로 당장 다음 달 주유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조금이나 전환 인센티브까지 더해질 경우 차량 교체 시점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1) 씨는 “최근 이란 사태를 포함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꼭 내연기관 차량만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지금 타는 차를 계속 유지할지, 하이브리드로 바꿀지, 아니면 전기차까지 고려할지 여러 선택지를 놓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주유기 화면에 주유 금액과 주유량이 표시돼 있다. /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최근 유가 급등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 여부는 단순히 유가 수준 자체보다 상승 흐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인 가격 급등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소비자 관심은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으로 확대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유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는 차량 유지비를 구조적으로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확대되고, 충전 인프라가 비교적 갖춰진 아파트 거주자나 장거리 통근자, 다차량 보유 가구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류비가 늘면 차량 선택 기준이 자연스럽게 ‘연비 중심’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가장 먼저 부각되는 것이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충전 인프라 확대나 소비자 체감 편의성 측면에서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들이 있어 전기차가 시장의 주류 파워트레인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결국 이번 유가 상승이 자동차 시장 수요 구조를 얼마나 크게 흔들지는 중동 분쟁이 단기에 마무리되느냐, 아니면 장기화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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