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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美 ADR 상장 추진…AI 메모리 투자 ‘실탄’ 마련하나

임윤서 기자 ㅣ seoo@chosun.com
등록 2026.03.25 16:53

SEC에 ADR 상장 등록신청서 비공개 제출
HBM 등 AI 메모리 투자 확대 위해 ‘순현금 100조원’ 확보 전략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기업가치 재평가 기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상장이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끌며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의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25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2026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나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종 상장 여부는 SEC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 수요 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장 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곽 사장은 “현재 2026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ADR 상장 추진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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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SEC 신청을 시작으로 심사와 기관 수요예측, 공모 절차까지 약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ADR 상장의 핵심 배경으로는 회사가 제시한 ‘순현금 100조원’ 확보 목표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과 재무 전략을 함께 설명했다. 회사는 “메모리 생산에 필요한 클린룸 면적과 단위당 신규 투자비가 과거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구조적 수요 성장을 지원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무구조는 이미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말 기준 순현금 12조7000억원을 확보했으며, 2024년 말 8조5000억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을 순현금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향후 AI 메모리 시장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순현금 규모를 100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 측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고 글로벌 고객사의 주문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는 자본 조달과 주주환원 정책 사이의 균형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일부 주주는 “순현금 100조원을 목표로 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며 “ADR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왜 신주 발행 방식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주주환원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실제로 1500원의 추가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고 자사주 소각도 진행하는 등 약 14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부채 상환에 현금을 사용했지만 이제 순현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투자와 주주환원을 함께 고려한 재무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ADR 발행 방식과 관련해서는 “규모와 방식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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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이번 ADR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미국에 AI 솔루션 회사 ‘AI Company(가칭)’를 설립하고 약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출자했다. 이 회사는 AI 데이터센터 생태계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협력과 투자를 통해 AI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장에서는 ADR 상장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7~7배 수준으로,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의 9.6~12.3배보다 낮다. 국내 증시 특유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업종 대비 저평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DR 상장을 통해 미국 기관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경우 PER 격차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핵심 제품인 HBM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HBM 공급 물량의 약 54%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며 “HBM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첨단 D램 공정 경쟁력뿐 아니라 반도체 팹(공장) 인프라와 노광 장비 등 최첨단 제조 장비, 그리고 첨단 패키징 공정에 대한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는 수십조 원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AI 시대에 맞춰 HBM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려면 장기적인 투자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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