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4년 7월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26일부터 진행돼온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협상 집중교섭이 노조 측 중단 선언으로 이틀 만에 파행됐다. 노조측 대표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27일 저녁 조합 홈페이지에 "사측의 불성실 교섭 관련,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기 위해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노조는 교섭 초기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전제로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 배분'을 요구했다. 이후 사측과의 협상 과정을 거쳐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 배분(적자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 지급)' 제도화를 최종 요구했다.
노조 요구대로 제도를 변경할 경우 더 큰 사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공통 지급률이 사업부별 지급률로 분리돼 메모리사업부에 비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에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조 요구안을 원안대로 적용할 경우, 지난해 47%였던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성과급 지급률은 11%로 급감한다.
초기업노조의 협상 과정에서 DX부문과의 '공생'은 사라졌다. '메모리사업부 한정 보상'을 위한 요구만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집중교섭 중단으로 6.2% 임금 인상, 최대 5억원의 주거안정 지원제 도입,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등 사측이 제시한 '전체 임직원용 복지 혜택'은 빛도 보지 못했다.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탄생'을 선언했던 지난 1월 말 기준 DX부문 조합원 수는 1만4227명으로 전체의 22.4% 수준이다. DS부문 조합원 수(4만9352명, 77.6%)에 비하면 적지만 조합원 넷 중 하나는 DX부문 소속이다. 실제로 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DX부문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조합 가입을 독려하며 세를 불려왔다. 하지만 지금 협상 테이블에 앉은 노조의 목소리 어디서도 DX부문 조합원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초기업노조는 '5월 파업'을 향해 달리는 급행열차처럼 비춰진다. 파업이 발생해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노조는 물론, 삼성전자, 국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사와 '골든타임'을 다투는 시기라 그 여파가 훨씬 심각 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반도체공장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 웨이퍼 하나가 수백 개의 공정을 거쳐 반도체로 완성되는 데 2~3개월이 걸린다. 공정이 중간에 멈추면 생산 라인에 있던 웨이퍼는 사실상 전량 폐기해야 한다. 라인을 다시 세팅하고 정상 수율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막대한 시간과 수조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도 치명타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있는 HBM4 및 2나노 공정 양산 시점이 뒤처지며 미래 성장 동력 자체가 꺾일 위험이 있다.
특히 고객사 제품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엔비디아,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노조 리스크 기업'이라는 인식이 고착화 되면, 고객사들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삼성전자의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인 20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 1분기는 3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에 큰 몫을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로 인한 과실인지, 아니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반사이익인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AI반도체 황금기'에 올라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 반도체는 국가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성장엔진 이기도하다. 최근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동 전쟁 등 글로벌 경쟁 상황은 시시각각 K-반도체를 위협하고 있다. 오리의 배를 갈라 당장 배만 채우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시기다. 오리를 잘 키워 더 큰 황금알을 나눌 수 있는 초기업노조의 전략과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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