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기준 놓고 입장차 확대…과반노조 첫 시험대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중단 후 정상화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 소요
"적자 사업부에 동일한 성과급 지급하는 것은 부당" 사업부 간 갈등 심화
최대 30조 손실 으름장까지…AI 반도체 공급망 영향 촉각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가 오는 23일 열리는 ‘투쟁 결의대회’를 앞두고 게시한 자료.
최대 30조원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23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선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반도체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확대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30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45조원이 성과급으로 배분헤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18일간 파업이 진행될 경우 설비 백업 등을 고려해 최소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노조는 이번 파업이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현재 7만4000여명의 조합원을 확보해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가 됐으며,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얻었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공개한 입장문 가운데 일부.
사측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인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DS부문이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또 만성 적자인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해서도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재원 확대를 요구하며 기존 10%에서 15%로 요구 수준을 높이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 간 성과급 형평성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노조 요구가 관철될 경우 최근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도 1인당 최대 4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적자 사업부에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직원 200여명이 참여한 사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에 성과급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DX부문 임직원들 사이에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같은 회사 내에서도 반도체 호황으로 특정 사업부에 성과가 집중되면서 내부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DX부문은 현재 경영 환경 자체가 비상 상황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익성 확보 여부가 중요한 단계”라며 “이 때문에 성과급 논의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는 인식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성과급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 분야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노조는 특정 사업부가 아니라 전사 단위로 조직돼 있기 때문에 흑자 사업부와 적자 사업부를 구분해 요구를 설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전체 조합원을 포괄하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사업부 단위로 노조가 구성돼 있었다면 성과급 요구 방식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다양한 사업부 이해관계가 하나로 묶이면서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기준으로 2030년 1.0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삼일회계법인 제공
노사 갈등은 내부 문제를 넘어 글로벌 산업 환경과도 맞물리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6년 반도체 산업 수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7.8% 성장해 9098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가 33.8% 증가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공급망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산업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도 파업 시 수십조원 규모 손실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중단 이후 정상화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기업 내부 임금 갈등을 넘어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업장별 가입 현황.
노사 갈등과 함께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지며 내부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특정 부서 메신저 방에서 직원들의 부서명, 성명,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포함된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일부 직원들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해 특정 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미가입자 명단을 작성·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과 정치적 성향이 반영될 수 있는 민감 정보로, 동의 없는 수집 및 유포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삼성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 9일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사내 공지를 통해 “업무와 무관한 목적으로 임직원 정보를 추출하고 공유한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 3일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인원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찰은 이번 주 중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별도로 고소한 개인정보 무단 조회 사건과의 연관성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한 직원이 사내 업무 시스템에 약 1시간 동안 2만여회 접속해 직원 개인정보를 조회한 이상 트래픽이 탐지됐다며 해당 직원을 고소했다. 경찰은 두 사건의 병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례회의에 앞서 “삼성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노조 역시 주주와 투자자 등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68.06%, 영업이익 755.01%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회사는 오는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 현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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