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 군함(AI 이미지)
일본이 마침내 전후 60여 년간 유지해 온 무기 수출 금지의 빗장을 풀었다. 다카이치 내각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방산 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 개정을 결정했다. 무기 수출을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掃海)’ 5가지 용도로 제한한 이른바 ‘5유형’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 운용지침에서는 무기·장비 유형을 전투기, 호위함, 잠수함, 미사일 등 ‘무기’와 방탄조끼, 헬멧 등 살상·파괴 능력이 없는 ‘비무기’ 2가지 유형으로만 분류한다. 또 “이전을 원칙적으로 가능케 한다”고 명기해 전면적인 수출을 허용했다.
이는 단순 정책 조정이 아닌 전후 일본이 설정해 온 ‘평화국가’ 정체성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며, 동아시아 안보 질서와 방위 산업 지형을 재편할 분수령이다. 일본은 1967년 ‘무기수출 3원칙’을 세워 공산권, 분쟁국, 유엔 제재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금지했고 1976년에는 사실상 전면 금지로 확대했다.
그 배경엔 일본 헌법 9조가 있다. 일본은 전후 ‘전쟁 포기’와 ‘군사력 보유 제한’을 헌법에 명문화해 ‘군사국가’에서 ‘경제국가’로의 전환을 택했다. 자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했고, 군수 산업을 포기한 대신 전자, 자동차, 중공업 산업에 집중해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
그런데 최근 지경학적 변화로 인해 ‘평화국가’ 노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 대만 및 남중국해 갈등은 일본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일본의 안보 우산 역할을 해오던 미국은 서서히 발을 빼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MAGA‘와 ‘고립주의’ 노선은 무역·안보·금융 등의 분야에서 동맹 간의 신뢰를 깨고 있다. 특히 동맹국들에게 큰 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군사력 강화의 명분이 필요한 일본 보수세력들에게 좋은 호재가 됐다.
더욱이 세계는 지금 무기 공급 공백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으로 미국과 유럽의 무기 공급 능력은 한계에 달했다. 무기 산업을 키우기에 시장 상황과 타이밍이 안성마춤이다. 일본은 무기 수출을 가능케 한 데 이어 조만간 ‘평화헌법’ 또한 손보려 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최종 목표는 전후 체제를 탈피해 전쟁 가능한 ‘정상국가’로 복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 수출이 가능해진 일본은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한국의 방위 산업에 위협적이다. 일본은 센서, 반도체, 정밀소재, 잠수함 기술 등에 있어 세계 최상급인 반면 무기 체계 통합 경험이 부족하다. 한국은 전차·자주포·전투기 등과 무기 체계 통합 면에서 뛰어난 반면 엔진, 반도체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자위대를 중심으로 축적된 일본의 무기 제조 기술력은 미쓰비시 중공업 같은 기업을 통해 빠르게 상업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을 축으로 이미 글로벌 수출 경험과 생산 체계를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현재의 우위’가 아닌 ‘지속 가능한 격차’다.
한국이 일본의 방위 산업을 앞서기 위해서는 첫째, 이미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속도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 일본이 품질과 기술을 무기로 한다면 한국은 계약, 생산, 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더욱 단축해 ‘전시 대응형 공급국’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둘째, 패키지 수출 전략을 고도화해야 한다.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금융, 유지·보수(MRO), 기술 이전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이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을 쌓아야 한다.
셋째, 핵심 부품 자립화가 필수적이다. 엔진·반도체·센서 등에서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이 영역에서의 의존을 줄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역전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외교와 방산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 방산 계약은 군사·외교 동맹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수다.
일본 방산 기업들의 생산 능력은 현재 국내 공급만으로도 벅찬 상태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력과 동맹국들과의 외교력를 이용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K방산이 일본의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순 직수출 구조를 탈피해 현지 생산 또는 공동 개발 등 상대국과의 협력 강도를 높여야 한다. 국가 차원의 외교력을 동원한 세밀한 수출 전략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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