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출시…유럽發 에너지 위기 속 시장 성장
정부 보조금 적용 시 소비자 부담 400만원대로↓
정부 보급 정책 맞물려 2026년 겨울 상용화 기대
삼성전자 DA사업부 송병하 그룹장이 ‘EHS 히트펌프 보일러’ 제어기를 시연하며 주요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삼성전자가 국내 전기 난방 시장 공략에 나선다.
29일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DA사업부 에어솔루션팀 송병하 그룹장은 삼성전자가 지난 20일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출시했다며 “히트펌프는 전기 난방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연구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송 그룹장은 제품 설명에 앞서 히트펌프 시장의 성장 배경과 전망을 설명했다. 그는 “히트펌프 시장의 급성장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촉발했다”고 말하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됐고, 이는 유럽 각국의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에 거주했던 송 그룹장은 “가스 공급이 조절되면서 한 달 가스 요금이 10배 이상 뛰어 약 100만원에 달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탈리아는 ‘슈퍼에코보너스 110%’ 제도를 통해 기존 건물의 공조 시스템 교체, 태양광 설치, 에너지 저장 시스템 구축 등으로 에너지 등급을 2단계 이상 개선할 경우 최대 5년에 걸쳐 공사비의 110%를 세액공제로 지원했다”며 “이 같은 정책으로 히트펌프 수요는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또 “2024년에는 전기차 캐즘과 유사하게 수요가 일시 둔화됐으나, 건물 부문의 탄소 감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의 절반가량을 유럽이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탄소중립과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시장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투입 전력 대비 약 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에어 투 워터(A2W)’ 방식으로 공기 중 열을 물로 전달해 수온을 높이는 구조다. 이에 대해 송 그룹장은 “물 펌프가 낮은 곳의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듯, 히트펌프도 낮은 온도의 열을 모아 높은 온도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컨이 실내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구조라면, 히트펌프는 외부의 열을 실내로 전달하는 구조로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또 “초기에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2022년 이후 학계와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효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50~70%까지 줄일 수 있다.
가정에 설치된 ‘EHS 히트펌프’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국내 탄소중립 정책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설정했다. 송 그룹장은 “히트펌프 보급은 1단계(42만대), 2단계(350만대)로 나뉘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은 파일럿 단계로, 설치 후 지자체 확인을 거쳐 보조금이 환급되는 방식”이라며 “가구당 설치 비용은 약 1400만원 수준이지만 정부가 70%를 지원해 소비자 부담은 약 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제품 설치는 6월께 마무리되고, 2026년 겨울부터 실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DA사업부 송병하 그룹장이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실외기를 소개하며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삼성전자의 사업 전략과 과제도 언급됐다. 유럽 시장 점유율과 관련해 송 그룹장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와 영국 등에서 반응이 긍정적이며, 사실상 상위권 바로 아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현지 난방 전문 기업 중심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입지를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국내 주거 형태인 아파트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과제가 남아있음을 인정했다. 국내 아파트 적용 한계에 대해 송 그룹장은 “현재 제품은 일반 주택에 최적화돼 있어 고층 아파트 적용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물산과 협력해 주거 환경에 최적화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관련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경쟁사들이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프로판 기반 냉매 R290을 채택하는 것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방향성에 대해 송 그룹장은 “삼성전자는 R290 제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발화성 문제를 고려해 5중 안전장치를 적용한 상태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국내 보급 시점은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국내 전기 난방 전환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송 그룹장은 “초기 시장 형성이 중요한 만큼, 신뢰성과 품질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으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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