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생산 차질 가능성에 "공급망 재편 기회"…창신메모리·양쯔메모리 집중 조명
"中 기술자들은 국가 위해 헌신"…애국주의 서사 확산
전문가 “삼성 충성도 약화 우려…이탈 고객 되찾는 것 쉽지않아”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움직임을 두고 중국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찾아온 기회”라고 평가가 나온다. 한국 반도체 산업 내부 균열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8일 복수의 중국 매체와 현지 SNS 등에 따르면 중국 언론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 사태를 단순한 한국 기업의 노사 갈등이 아니라 중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메모리 기업들에 신규 주문과 고객 검증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급여도 안 받겠다” 주이밍 띄운 中… 삼성 노조파업 겨냥했나
중국 매체 소후는 최근 기사에서 “선두주자가 성과에 안주하는 사이 후발주자들은 이미 바로 뒤까지 따라왔다”며 삼성전자를 ‘안주하는 선두주자’, 중국 메모리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는 후발주자’에 비유했다. 매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악해온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기술 인력들의 헌신과 연구개발 노력을 부각시키며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대비되는 서사를 강조했다. 소후는 “창신메모리를 이끄는 칭화대 출신 주이밍은 흑자 전환 전까지 급여와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희생과 투지’를 부각했다.
중국의 한 매체가 삼성전자 파업 사태를 글로벌 AI 공급망에 ‘심장마비’를 초래할 사건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중국 반도체·AI 산업에는 '전략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 매체 갈무리
◇ “애플 공급망까지 노린다”…빠른 성장 YMTC·CXMT
매체는 양쯔메모리가 올해 1분기 매출 200억 위안(약 4조3100억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도 10%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또 창신메모리의 2022~2024년 매출 연평균 성장률이 72.04%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난 상황 속에서 중국 업체들이 공급 안정성을 무기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후는 “애플이 한국 업체들의 가격 인상 이후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를 아이폰18 공급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중국 내 기업들도 국산 반도체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SNS에서는 SMIC CEO 량멍쑹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정해신침’으로 평가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중국 SNS 갈무리
◇ 中 “애국 과학자가 반도체 키운다”…량멍쑹 ‘정해신침’ 추앙
중국 SNS에서는 반도체 기술자와 엔지니어들을 ‘애국 과학자’로 조명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IT 기업 관계자 왕모씨는 “최근 중국에서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기술자와 엔지니어들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선전의 한 반도체 기업은 최근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량멍쑹(양몽송)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정해신침(定海神针)’이라고 평가한 게시물을 올렸다. 정해신침은 중국 고전 서유기 속 손오공의 여의봉을 뜻하는 표현으로,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버팀목이라는 의미이다.
게시물에는 “그의 헌신은 돈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중국 반도체가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게시물은 일주일 만에 2000개 이상의 공감을 받았다.
댓글에는 “량멍쑹 같은 기술자들이 있기에 중국 반도체는 미국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중화민족의 기둥, 량 선생에게 경의를!”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주요 기업의 D램 기술 격차 비교. /2026년 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
◇ “삼성 생산차질 땐 CXMT·YMTC 수혜”…中, ‘고객 검증 기회’ 기대
중국 경제매체 시나파이낸스 역시 삼성전자 파업 사태를 “중국 반도체 산업에 뜻밖의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 가능성이 중국 메모리 업체들에 ‘고객 검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나파이낸스는 “삼성이 HBM4 등 고수익 AI 메모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동시에 생산 차질까지 겪게 되면 기존 DRAM과 NAND 생산 능력은 더 압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에는 매우 드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삼성의 생산 지연은 엔비디아 AI 칩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IT 기업들과 데이터센터들이 화웨이 어센드, 하이광, 캄브리콘 등 자국산 AI 반도체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기업의 낸드플래시 기술 격차 비교. /2026년 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
◇“파업 리스크 中 추격 시계 앞당길 수도”…메모리 패권 우려
전문가들도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는 “중국이 매우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는 중국 측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 지원 아래 중국 반도체 산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메모리 공급난 속에서 삼성전자가 잠시라도 주춤하면 중국이 따라잡는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이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며 “향후 5년 안에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데 파업과 같은 리스크는 그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삼성전자의 생산 중단은 결국 공급 감소를 의미한다”며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 부족 상황에서 중국 제품이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중국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기존 고객 충성도가 약화될 수 있고, 이탈한 고객을 다시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주장한 하루 1조원 규모의 생산 손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면 그 자금이 다시 장비 투자와 연구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단기 반사이익이 아니라 기술 추격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