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위원장, 2년간 6개국 7차례 해외여행…절반 이상 비즈니스석
평택 파업 결의대회 직후 태국行…휴양지서 "파업 불참자는 동료 아니다"
45조원 요구하며 공장 멈춘다는 노조…직원정보 수집 등 도덕성 논란 잇따라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45조원 성과급 투쟁'을 주도하는 최승호 노조위원장이 평소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호화 해외여행을 즐겨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노조의 호화 투쟁'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평택 파업 결의대회 후 태국 휴양지에서 파업 불참자를 위협하는 글을 작성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노조 리더십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노조원들의 희귀질환 아동 후원 약정 단체 취소, 동료 직원 정보 무단 수집을 통한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겹치면서 오는 21일로 예고된 파업의 사회적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위원장은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2년 동안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을 7차례나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이 직접 SNS에 여행 사진을 게시하며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에서는 461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재산권과 국가 경제 전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투쟁 최전선에 서야 할 노조 대표가 비즈니스석을 타고 동남아 휴양지를 오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쟁의 명분은 리더의 솔선수범에서 나오는데, 비즈니스석을 타고 6개국을 누비며 SNS에 자랑한 행보는 위원장 리더십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국가 산업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 본인의 여가를 먼저 챙기는 행태는 어떠한 지지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업 결의대회 직후 태국행…휴양지서 동료 위협글 작성
가장 큰 논란을 키운 것은 지난달 23일 평택 대규모 파업 결의대회 직후 행보다. 최 위원장은 회사와의 협상 일정을 뒤로한 채 일주일간 태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그는 태국 휴양지에서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파업 불참자를 강하게 압박하는 입장문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
동료들에게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동료가 아니다"라고 위협하면서 정작 본인은 동남아 휴양지에서 휴식을 즐겼다는 점이 알려지자, 노조 안팎에서 '내로남불'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견제 장치 부재한 조직, 위원장 독단 키워
이러한 독단적 행보가 가능한 배경에는 초기업노조의 기형적 조직 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약 7만6000명 규모의 국내 최대 단일노조다. 그러나 2023년 1월 출범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의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천 명 규모만 넘어도 대의원 제도를 두고 집행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기본 운영 방식이다.
결국 모든 판단과 결정이 위원장 1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고, 견제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즈니스석 해외여행 같은 외유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위원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삼노가 7일 공개한 'DX 토론방' 캡처에는 한 노조 간부가 "지금 최승호는 DS에서 교주급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하더라"며 "최승호를 재끼는 건 역부족일 것 같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조합원은 "이게 최승호 맘대로인가요"라고 반문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속좁은 최승호가 방장님(전삼노 측 간부)도 교섭위원에서 빼니 마니 하겠다"고 우려를 표한 정황도 확인됐다.
희귀질환 아동 후원 대신 조합비…동료 정보 조회까지
위원장 개인의 도덕성 논란과 함께 노조 차원의 도덕적 해이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직원 수백명이 희귀질환 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 약정' 취소 릴레이에 나선 것이 대표적 케이스다. 삼성전자의 매칭 그랜트 제도는 임직원이 기부하면 회사가 1대1로 추가 기부하는 방식으로 2010년부터 운영돼 온 대표적 사회공헌 제도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들이 "회사가 매칭하는 돈이 아깝다"며 사내게시판에 약정 취소 글을 올렸고, 이후 노조원 100여 명이 동일한 글을 연이어 게시했음. 일부는 "기부금 낼 바에는 조합비를 내겠다"며 다른 직원의 동참까지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음
도덕성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크로를 동원해 1시간에 2만 회 직원 정보를 조회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3월 31일에는 특정 부서 사내 단체 메신저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성명·사번·조합 가입 여부가 기재된 명단 자료가 엑셀 형태로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디. 회사는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고 지난달 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파업 불참자를 가려내 압박하기 위한 '블랙리스트'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 요구 정당성 결여…주주 권리 침해하는 '선배당'"
학계에서는 노조 요구의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사단법인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정기 세미나에서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정률 배분 요구가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선배당' 성격을 지니며 노조의 준주주화를 의미한다"며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선지급 요구는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의미하며, 계약이론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는 반도체 순환 사이클, AI 붐, 기업의 장기간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만큼, 이를 온전히 노조의 기여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조의 요구가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 대리인 이론, 계약이론, 공정성 이론, 사회적 비교 이론 등 어떤 학문적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명백한 자해 행위"라며 "잇따른 도덕성 논란으로 노조 스스로가 사회적 정당성을 갉아먹고 있는 만큼,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멈추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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