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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빌리고 차만 산다”…전기차 판 바꾸는 실험

임윤서 기자 ㅣ seoo@chosun.com
등록 2026.05.11 17:01

전기차 가격의 40% 차지하는 배터리, 월 구독 방식 첫 허용
현대차·현대캐피탈, 법인택시 중심 실증사업 착수
자율주행차 200대도 광주 도심 달린다…규제 문턱 낮춘 국토부

아이오닉 5 외장. /현대차 제공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와 자율주행 실증차량 운행 특례 등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 부담을 낮추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실증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 전환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열린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차량 운영’ 등 총 16건의 실증특례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모빌리티 혁신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규제 샌드박스와 실증특례 등을 심의·의결한다.


이번 안건 가운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배터리 구독 서비스’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전체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이번 실증특례를 통해 소비자가 차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월 구독료를 내고 사용하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10월부터 2년간 현대차 전기차 2000대를 목표로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터리 리스 비용은 사업자가 실증을 거쳐 결정한다.

현대자동차가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 상정한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B2C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사업 주요 내용. /국토부 제공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부 규제특례에 맞춰 실증사업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이 올해 상반기 중 보증기간이 만료된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수도권 법인택시 아이오닉5 5대를 대상으로 배터리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한다. 실증에 참여하는 법인택시는 현대캐피탈에 월 구독료를 납부하고, 배터리 교체가 필요할 경우 기존 배터리를 반납한 뒤 현대캐피탈 소유의 배터리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법인택시는 짧은 기간에 높은 주행거리를 기록하는 특성상 배터리 성능 저하와 교체 수요가 빠르게 발생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을 통해 전기차 운행 비용 절감 효과와 차량 운행 기간 연장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배터리 구독형 전기차 판매 실증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추는 대신 월 사용료 부담을 추가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리스사가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할 경우 배터리 잔존가치를 활용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관리가 리스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안전관리 강화와 배터리 재사용 기반 구축 효과도 기대된다.


국토부는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이 분리되더라도 기존과 동일하게 전기차 제작사 책임 아래 리콜과 무상수리, 교환·환불 등 소비자 보호와 안전관리가 이뤄지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분야 규제 완화에도 나선다. 이번 실증특례에 따라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전용차량 200대는 기존 양산차 수준의 자기인증 절차 없이 임시운행허가 신청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연구·개발 중심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은 자기인증 취득 부담으로 도로 실증에 제약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 특례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 E2E 방식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의 도시 단위 실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차량은 ‘자율주행자동차 안전운행규정’에 따른 임시운행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현장대응 차량의 긴급자동차 지정,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실증, 교통약자 맞춤 동행 서비스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규제특례도 함께 의결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비자 반응과 쟁점을 면밀히 검증해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합리적인 기준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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