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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버드 석학 "메모리 다시 꺾인다…삼성 파업, 손실 회복 어려워"

임윤서 기자 ㅣ seoo@chosun.com
등록 2026.05.19 11:54

글로벌 공급망 최고 권위자 하버드대 윌리 시 교수 본지 인터뷰
“노조, 호황기 이익만 원해선 안 돼…장기 시각 필요”
삼성 생산 차질 땐 글로벌 공급망 연쇄 충격 우려

윌리 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시 교수 제공

“노조는 삼성전자의 수요와 수익성이 매우 높은 시점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인식해야 할 것은 메모리 산업이 매우 경기순환적(cyclical)이라는 점입니다.”


글로벌 공급망·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윌리 시(Willy C. Shih)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사태를 두고 내놓은 진단이다. 그는 1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조는 호황기의 이익은 함께 나누고 싶어 하지만, 메모리 업황이 다시 하락 국면으로 돌아설 때의 손실까지 함께 부담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타이밍은 영리했지만…메모리 산업 결국 다시 꺾인다”


시 교수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 특유의 경기순환성과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맞물린 문제로 해석했다. 


시 교수는 하버드에 부임하기 전까지 28년간 미국·아일랜드·멕시코·일본·중국 등 여러 국가의 산업 현장에서 활동했다. IBM에서 14년간 근무하며 이사회 의장 보좌역을 지냈고, 톰슨SA와 이스트먼 코닥에서도 최고위 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및 최고경영자 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 저자로도 알려져 있다.


시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호황과 침체를 반복하는 대표적 경기순환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조는 삼성에 대한 압박이 가장 커진 시점을 선택했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잘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모리 산업은 결국 다시 하강 국면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노사 모두 장기적 시각에서 업황 변동성을 고려해 협상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마이크론도 여력 없다”…삼성 파업에 흔들리는 메모리 공급망


시 교수는 이번 파업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 교수는 “현재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능력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라며 “삼성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공급 부족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이미 계약 물량이 대부분 확정된 상황”이라며 “삼성의 빈자리를 즉각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교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구글·엔비디아 모두 공급망을 분산해 놓기는 했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장기 공급 계약과 자체 재고를 통해 일정 부분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일부 시장선 변화 가능성”…중국 반도체 변수


시 교수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전자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어렵다고 봤다. 시 교수는 “미국 고객사들이 당장 중국 공급업체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중국 기업들은 HBM 분야에서 아직 인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삼성의 가장 높은 수익성을 내는 제품은 HBM”이라며 “실질적 대체 공급처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삼성전자 생산 차질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그는 “HBM 분야에서는 아직 중국 업체들이 즉각적인 수혜를 보기 어려운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시 교수는 서방 시장 밖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일부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과 남아시아 등 국제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 확대 기회를 노릴 수 있다”며 “특히 DDR5 같은 전통적인 D램 분야에서는 이미 공급 부족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손실 만회 어렵다”…삼성 파업 후폭풍 우려


시 교수는 파업 장기화가 삼성전자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시 교수는 “수요와 가격이 모두 높은 시점에 생산이 멈추면 재무적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다른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재고 물량이 공급망 내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이 중단된 기간의 이익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며 “파업이 한두 달 이상 이어질 경우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 압력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 교수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공급이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고 상당수 제품이 사실상 범용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다”며 “삼성 생산이 중단되는 기간 발생한 손실은 이후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완전히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비공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노위가 공식 최종 조정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총파업 예정일인 21일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사후조정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협상 국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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