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플레오스 커넥트·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글레오, 창문 내려줘”…생성형 AI가 차량 기능 자연스럽게 제어
고속 주행 안정감·정숙성 강화…플래그십 세단 경쟁력 끌어올려
28일 진행된 현대차 '더 뉴 그랜저'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승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그랜저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40년 역사, 대한민국 대표 고급 세단, 그리고 ‘성공의 상징’.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오랫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출시된 더 뉴 그랜저는 새로운 정체성을 내세웠다. 바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다.
현대차가 선보인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스마트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한다.
지난 28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더리버몰에서 강원 춘천시 남면의 한 카페까지 편도 약 70km 구간에서 진행된 시승 행사에서는 40년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한 신형 그랜저의 변화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상어처럼 날렵하게…외관부터 실내까지 ‘정제된 고급감’
차량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존보다 15mm 길어진 프론트 오버행을 바탕으로 한 ‘샤크 노즈’ 디자인이었다. 사진으로 접했을 때보다 실제 차량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더욱 강했다.
베젤리스 타입으로 얇고 길어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한 헤드램프는 상어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측면으로 이동하면 방향지시등이 적용된 펜더 가니시가 전면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는 심리스 라이팅 이미지를 완성한다.
특히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별도의 돌출부가 없어 측면 실루엣이 한층 깔끔하게 정리됐으며,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가구를 연상시키는 정제된 인상을 전달했다.
실내에 탑승하자 분위기는 외관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다가왔다. 가구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과 하이테크 감성이 결합되면서 고급 호텔 라운지에 들어선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 /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 "글레오, 창문 내려줘"…차 안에 비서가 들어왔다
시승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가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였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 기반의 개방형 앱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생성형 AI ‘글레오 AI’를 활용해 음성 제어 기능을 한층 고도화했다. 특히 16대9 비율의 17인치 와이드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으며, 지난 14일 출시된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됐다.
실내에 탑승하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이 17인치 디스플레이였다. 개방감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마치 최신 태블릿을 차량 내부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줬다.
사용성 역시 스마트기기와 유사했다. 화면 분할 기능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미디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고, 플레오스 앱 마켓을 통해 차량 전용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었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만 중앙 디스플레이의 위치는 아쉬웠다. 주행 중 화면을 확인하려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내려야 했고, 일반적인 성인 운전자 기준으로 전방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디스플레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전자 전방 시야에 슬림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속도, 변속단, 경로 등 주요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이 디스플레이는 실제 주행 과정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결과적으로 중앙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기능 활용에, 슬림 디스플레이는 주행 정보 확인에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또 다른 핵심은 생성형 AI 에이전트인 글레오 AI였다. 주행 중 "글레오, 창문 내려줘"라고 말하자 즉시 운전석 창문이 내려갔다. 단순한 음성인식 기능을 넘어 차량 안에 개인 비서가 탑승한 듯한 느낌을 줬다.
글레오 AI는 차량 제어뿐 아니라 지식 검색, 여행 일정 추천, 감성 대화 기능까지 지원한다. 특히 차량 제어 과정에서 보여준 맥락 이해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일부 상황에서는 사용자의 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질문이 끝나기 전에 대화를 종료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생성형 AI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경험 자체는 신기했다. 사용자는 차분한 톤과 친근한 톤 가운데 선택할 수 있으며, 남성 음성 2종과 여성 음성 2종을 제공해 취향에 맞게 음성 스타일을 변경할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의 실내.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급 소재를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 달릴수록 진가 드러낸다…고속도로서 빛난 그랜저 하이브리드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되자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강점이 드러났다.
서울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가 체감됐다. 전기모터와 엔진의 전환은 자연스러웠고 가속 과정에서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정숙성과 안정감이었다. 기존 그랜저 대비 고속 영역에서 차체 움직임이 한층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노면의 충격을 흡수한 이후 발생하는 잔여 진동도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40년을 갈고 닦은 승차감은 최고 수준의 안락감을 선사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 관점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실제 조수석에 탑승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급가속이나 급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이 갑자기 쏠리거나 튀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반응했다.
28일 열린 '더 뉴 그랜저' 미디어 시승회 종료 후 서울 강동구 행사장에서 현대차 연구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 소프트웨어 플랫폼 진화 선언…그랜저의 다음 40년 준비
시승 후 진행된 연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더 뉴 그랜저 개발 과정에서의 고민과 차별화 전략도 엿볼 수 있었다.
수입 경쟁 모델과 차별화 전략에 대해신용진 인포테인먼트플랫폼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현대차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현대차는 고객들이 주행 중 반드시 사용하는 기능에 대해서는 물리 버튼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방 주시 중에도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슬림 디스플레이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지원한다"며 "두 개의 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UX)과 대형 디스플레이 구성 역시 고객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 에이전트인 글레오 AI의 완성도와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글레오 호출 후 응답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현재 적용된 음성이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는 다소 차분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장선 음성인식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응답 속도는 사용자 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사용자가 질문을 마치기 전에 대화가 종료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연구원은 "발화 종료 시점을 판단하는 로직이 있으며 실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튜닝하고 있다"며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지만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기 위해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승차감 향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황철호 MLV 종합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이번 페이스리프트 과정에서 타이어뿐 아니라 서스펜션 전반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다"며 "기존 그랜저도 충분히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지만 고속 주행 시 나타나는 차체 움직임과 방지턱 통과 후 발생하는 여진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속 영역에서 보다 단정한 움직임을 구현하고 노면 충격 이후 차체가 안정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세팅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승과 개발진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더 뉴 그랜저의 변화는 단순히 디자인이나 편의사양 추가에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세밀한 주행 질감 개선을 통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플래그십 세단이 하드웨어 중심 자동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더 뉴 그랜저의 변화는 의미가 작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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