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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이겼지만 전투에 진 민주당…수도 서울 내주고 전북 ‘사수’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6.06.04 11:37

피 말렸던 초접전 역전의 드라마…서울시장 16시간의 반전 레이스
다시 돌아오겠다던 한동훈의 부활…정치적 치명상 입은 조국
호남·TK라는 두 지역주의 타파에 '김부겸' 도전 '의미'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4일 오전 서울시청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공동취재,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 12곳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쟁 자체는 민주당의 승리지만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수도 서울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내용 면에서는 완패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역전의 드라마'…오세훈 최초 5선 서울시장 새역사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이자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였던 서울시장 선거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개표 시작 이후 줄곧 선두를 지키며 서울 탈환을 눈앞에 뒀던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개표율이 90%를 넘어선 개표 13시간 만에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강남권 등의 개표가 본격화하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골든 크로스(역전)'를 허용했다. 


막판까지 0.2~0.3%포인트 차이의 피 말리는 초접전이 이어진 끝에 결국 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오 후보는 후보 등록 과정부터 당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독자 노선을 걷는 과정에서 오히려 입지를 더 욱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 힘 대표도 서울과 부산을 자신에 대한 평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만큼 서울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민심의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출구조사의 열세를 뒤집고 극적인 역전극을 써내며 서울 수성에 성공해 보수 진영의 핵심 스피커로 부상함은 물론 향후 당권 장악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지역주의가 완전히 타파되지 않는 가운데 ‘수도 서울’의 역전패는 지방선거 전체로 볼 때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민주당이 웃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선거 직전까지 논란이 됐던 공소취소 모임과 군 불 떼기, 180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집권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3권 분립의 핵심축인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 협치 없는 입법폭주 등 여당을 향한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이 돌아섰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월세 품귀와 폭등 등 ‘부동산 정책 실패’도 서울 ‘전투’에서 실패한 기본 값으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권 유권자가 집값 폭등과 세제 부담, 대출 규제 등 현 정권의 부동산 기조에 강한 피로감과 분노를 느꼈고, 이것이 막판 강남권 등의 표심 결집과 정원오 후보 낙선으로 고스란히 표출됐다는 진단이다. 여당이라는 책임감으로 민생 안정의 핵심인 주거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으나, 과거 민주당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면서 결국 성난 서울 민심이 준엄함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서울시장 5선에 기록을 세운 오 후보는 "뼈가 부서지도록 일해서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겸허한 각오를 다졌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당선자가 4일 새벽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

'서울·대구·부산 북구갑'이 보여준 바닥 민심과 대구 김부겸의 지역구도 '타파' 도전 '의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권 안정론을 앞세워 지방선거에선 승리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다만 과서 ‘서울시장=대선후보’라는 핵심적인 위상과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을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의 AI인재로 주목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부산 북구갑 등 상징성 있는 지역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수도권의 중심인 서울에서의 패배와 영남권 교두보 확보 실패는 민주당에 치명상이다. 특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의석을 빼앗긴 것은 독주하는 여당을 향한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이 향후 총선에서도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암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는 패배 속에서도 의미 있는 민심의 변화가 나타났다.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는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으로 대치되는 지역주의 구도를 뚫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는 자체만으로 정치적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다. 국민의 힘 후보가 전남 전북에서 10% 득표조차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에서도 45% 넘는 득표율은 지역주의 타파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다. 선거 직전 공소취소 논란 등이 없었더라면 당선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대구에서의 '김부겸' 성적표를 두고 "여당에 실망한 민심이 전국적으로 회초리를 들었으나,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 장벽에 도전한 인물에게는 야당 세력이라도 표를 열어준 정교한 심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영남권 성적표는 인물론으로 약진한 대구와 대통령 후광 효과만 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부산 북구갑의 결과가 대조를 이루며, 그동안 당 색깔만 보고 찍던 시대는 이미 종식됐음을 시사한다. 


보궐선거로 비춰진 민심의 권력 독주를 향한 '견제'


전체 점수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핵심 지역에서는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정교한 '교차 투표' 양상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민심의 무서운 경고를 보여줬다. 


이번 선거의 내용적 패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핵심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다. 미니 총선으로 불린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범야권은 사실상 '판정패'를 당했고 대선 주자급 인물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장 큰 이목이 쏠린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당선을 확정 지은 한동훈 후보는 단숨에 보수 재건의 중심축이자 여권 폭주를 저지할 대항마로 부상하며 향후 당권 경쟁 구도에서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면, 여권 연대와 교두보 확보를 노리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조 후보는 민주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이자 범야권 단일화 무산으로 격전지가 된 경기 평택을에 직접 출마해 배수의 진을 쳤으나 결국 낙선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잠룡으로 꼽히던 조 후보가 원내 진입 실패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으며,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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