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호황에 메모리 전망은 상향…주가는 AI 투자 둔화 우려 반영
금리·빅테크 투자 속도·메모리 비용이 하반기 최대 변수
/그래픽=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국내외 증권사들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이어지면서 메모리 호황 장기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인공지능(AI) 투자에 힘입은 메모리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메모리 수요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 HBM4. /마이크론 제공
마이크론 호실적도 못 막았다…AI 투자 우려에 반도체株 급락
2분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의 호실적이다. 마이크론은 24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5.7% 증가한 414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AI 메모리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마이크론이 예상 밖 실적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실적 전망과 달리 금융시장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 호실적에 힘입어 전날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유가증권시장은 하루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날 애플이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해 제품 가격 인상과 차세대 칩 전략 조정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여기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반도체 투자심리는 빠르게 냉각됐다.
계속되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빅테크의 AI 투자 축소와 HBM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3%, 8.4%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D램 평균판매가격(ASP) 전망 추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 재구성
흔들린 주가와 달랐다…월가는 메모리 성장세에 '베팅'
시장의 단기 반응과 별개로 증권사들의 업황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인 편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성장세를 예상하면서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이 향후 업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반도체 산업은 한국 거시경제 전망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낙관론을 한층 강화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월 전망과 비교해 2027~2028년 글로벌 D램 매출 전망을 10~15% 상향 조정했다"며 메모리 반도체의 평균판매가격(ASP) 전망도 기존보다 8~12% 높여 반영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D램 시장 전망을 높인 배경으로 HBM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과, 엔비디아 차세대 CPU 출시를 계기로 SOCAMM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SOCAMM은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서버용으로 도입하는 새로운 메모리 모듈 규격으로, HBM과 함께 AI 서버의 메모리 수요를 늘릴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에 따라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이 2026년에는 전년 대비 300% 이상, 2027년에도 약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AI 투자 확대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AI 중심의 기술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파급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샘플(왼쪽)과 SK하이닉스 HBM4E 12단 샘플. /각사 제공
여전한 낙관론…금리·메모리 가격이 시험대
국내 증권가도 큰 틀에서는 비슷한 시각이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유입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메모리 수요 확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투자자들은 막대한 자금을 운용할 때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하는데, 미국 빅테크는 높은 성장성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동시에 갖춰 가장 선호되는 투자처"라며 "특히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는 안전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빅테크 주식과 회사채에 자금이 더 몰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는 현재의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금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을 때는 투자자들이 미국 빅테크 주식과 회사채에 적극 투자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국채 등 안전자산의 매력이 높아져 자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며 "빅테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현재와 같은 공격적인 AI 투자 속도도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AI 투자 비용 구조 자체를 바꿀 기술 혁신이다. AI 투자에서 HBM 등 고성능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비용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AI 투자 비용의 절반 가까이가 메모리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비용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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