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군사기업' 명단 오른 CXMT·YMTC 거론…트럼프 행정부와도 접촉
전문가 "중국산 검증은 아직…대규모 양산 능력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황"
/그래픽=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금기'를 흔들고 있다.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메모리 업체까지 새로운 공급망 대안으로 거론되는 등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25일 자사 제품 가격을 15~25% 인상한 후 AI발 메모리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면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와 공급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중국 업체와의 거래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대상은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에 오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협상설 中 메모리, 왜 문제인가…'중국 군사기업' 명단의 의미
미국 국방부가 관리하는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은 단순한 기업 목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명단은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제1260H조에 따라 국방부가 매년 갱신·공개하며, 지난달 8일 발표된 최신 명단에는 이들 두 중국 기업을 포함해 총 188개 기업과 기관이 포함됐다.
지정 기준은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연계 또는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 지원 여부다. 국영기업은 물론 민간기업도 대상이 된다. 명단에 포함됐다고 즉시 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의 투자 제한과 조달 제한, 향후 추가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예의주시하는 목록이다.
국방부는 두 회사 모두 중국 정부와의 연계성이 확인된 기업으로 판단했다. YMTC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의 간접적인 지배를 받고 공업정보화부(MIIT), 국가국방과학기술공업국(SASTIND)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으며, CXMT는 공업정보화부(MIIT)와 직접 연계되고 SASAC 및 MIIT와도 간접적인 연계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1260H)' 최신 명단에 오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관련 내용. /그래픽=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AI發 '멤플레이션' 장기화…2027년까지 가격 강세 전망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와의 거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난과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으며, 애플뿐만 아니라 메타, 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높아진 메모리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3000억달러를 돌파하고, 메모리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멤플레이션' 영향으로 2026년 DRAM 가격은 125%, 낸드플래시 가격은 234%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본격적인 가격 조정은 2027년 후반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 2026년 4월 자료 재구성. /그래픽=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너무 깎더니 돌아온 부메랑"…마이크론이 꼽은 공급난 배경
메모리 가격 급등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가격 급등의 원인을 놓고 마이크론은 현재의 가격 급등이 과거 빅테크 기업들의 가격 인하 압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고객사들이 AI 붐 이전 수년간 메모리 가격을 지나치게 낮췄다며 "2023년에는 가격이 이전의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폭락으로 메모리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후 AI 붐으로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급 확대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돈을 벌지 못했고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며 현재의 공급난은 당시 투자 부족이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CEO(왼쪽)와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 /각사 제공
"中 메모리 채택은 미지수…삼성·SK하이닉스 가치 더 커질 수도"
이처럼 메모리 가격 급등의 원인과 해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실제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사안이 국내 메모리 업계에는 단기적으로 위협보다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애플이 중국 업체와 협상을 진행한다고 해서 실제 공급 계약과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메모리는 스마트폰 등 IT 제품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인 만큼 가격만으로 공급처를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메모리의 성능과 안정성은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대규모 양산 능력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중국산 메모리 적용 과정에서 성능이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검증된 공급업체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움직임이 국내 업체에 반드시 불리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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