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인도'를 뺀 美태평양사령부, 좁혀진 中과의 전선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6.07.07 15:16

미국 태평양사령부 로고 / 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명칭이 다시 태평양사령부로 바뀌었다. 미국 정부는 “역사적 명칭과 전통을 복원한 것”이라며 “임무와 책임구역, 동맹 관계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설명과 달리 전문가들은 미군의 태평양 전략이 수정됐다고 보고 있다. 군사조직의 명칭은 해당 국가가 세계를 어떤 지도로 보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은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꿨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태평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호주로 이어지는 서태평양 방어선에 인도를 끌어들여야 했다. 중국의 동쪽과 남쪽을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이었다. ‘인도태평양’이라는 말은 그래서 단순 지리 용어가 아닌 중국 포위 전략의 정치적 선언이었다.

미국은 인도가 중국 견제의 한 축이 되길 기대했다. 쿼드(Quad), 즉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도 이런 구상의 산물이었다. 인도가 미국 편에 확실히 선다면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뿐 아니라 인도양에서도 전략적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그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인도는 미국의 정식 동맹국이 되려 하지 않았다. 인도 외교의 핵심은 전략적 자율성이다. 미국과 협력하지만 미국의 하위 파트너가 되지는 않는다. 중국과 갈등하지만 중국 봉쇄망의 일원이 되는 것도 경계한다. 러시아와의 군사·에너지 관계도 쉽게 끊지 않았다. 미국이 꿈꾸던 ‘민주주의 해양동맹 대 중국’이라는 구도 속에 인도는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인도’를 지운 것은 관계 단절을 뜻하진 않는다. 단지 미국이 인도를 중심에 놓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기대가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미국은 거대한 인도양·태평양 연합전략 대신 사실상 중국과 충돌 가능성이 높은 서태평양 전구에 전력을 집중키로 한 것이다.

일본 남서제도, 필리핀 북부, 괌, 오키나와가 연결되는 서태평양은 중국군이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지역이다. 현재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과 그에 따른 미중 군사충돌이며 그 전장은 인도양이 아닌 태평양이다. 따라서 ‘태평양사령부’라는 명칭은 훨씬 군사적이고 직설적이다. 중국을 둘러싼 거대한 외교 구상을 강조하기보다, 실제로 싸워야 할 전구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가리킨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노선은 거창한 가치동맹보다 비용, 전력, 역할 분담을 중시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은 규범적이고 외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반면 ‘태평양사령부’는 단순하다. 태평양에서 싸우는 미군 사령부라는 의미다. 동맹국에게도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시대는 끝났으니 각국은 자기 지역에서 더 큰 군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하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더 이상 한반도 방어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미국의 관심은 북한 억제와 동시에 중국 억제, 대만 유사시 대응, 서태평양 전력 배치로 확장됐다. 한국군은 앞으로 북한만 상대하는 군대로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은 한국이 동맹으로서 서태평양 전체의 군사안보 균형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 논의도 이 맥락에서 다시 봐야 한다. 한국이 자기 방어의 더 큰 책임을 맡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미국은 일본에는 장거리 타격 능력과 남서제도 방어를 요구하고, 필리핀에는 기지 접근권을 요구하며, 호주에는 핵잠수함 전력과 후방기지 역할을 기대한다. 한국에도 북한 방어를 위한 더 큰 부담과 함께 중국 견제 구도에서의 전략적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인도가 빠진 명칭 변경 미국이 중국과의 장기 경쟁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치르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인도태평양’이 중국을 포위하는 외교의 언어였다면 ‘태평양’은 중국과 맞서는 전쟁의 언어다. 한국은 이 변화의 의미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더 좁고 날카로운 전선을 그리고 있고, 그 전선은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을 향하고 있다. 이 전선에서 한반도는 더 이상 별개의 섬이 아니다. 미국의 태평양 전략 안에서 한국의 역할은 앞으로 더 무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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