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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다 기술"…현대차, 첫 기술 팝업으로 '더 뉴 그랜저' 미래 보여줬다

임윤서 기자 ㅣ seoo@chosun.com
등록 2026.07.09 16:36

차세대 하이브리드·플레오스 커넥트·스마트 비전 루프 등 핵심 기술 전면 공개
연구원이 직접 설명하는 체험형 전시…기술 중심 브랜드 전략 강화

(왼쪽부터) 엔진정지각 개발 담당 연구원, 차량 개발 PM 담당 연구원, 플레오스 커넥트 개발 담당 연구원, 공조 시스템 개발 담당 연구원, 공력 개발 담당 연구원, 차량 개발 PM 담당 연구원,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담당 연구원, 스마트 비전 루프 담당 연구원, 주행 성능 개발 담당 연구원, 배터리 설계 담당 연구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자동차 행사라고 하면 보통 신차와 화려한 조명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서울 성동구 인포멀 스퀘어에서 열린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달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은 것은 완성차가 아니라 잘게 분해된 엔진과 모터, 서스펜션 등 자동차 핵심 부품들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보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9일부터 이틀간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를 열고 신차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 안에 담긴 기술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대차가 기술만을 주제로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장에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승차감·조향(R&H) 기술,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 스마트 비전 루프 등 핵심 기술이 실제 부품과 함께 전시됐다. 연구원들이 관람객 곁에서 개발 과정과 원리를 직접 설명하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자동차 기술도 한층 친숙하게 다가왔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왜 하필 그랜저였을까'라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한쪽에는 역대 그랜저의 발자취가, 다른 한쪽에는 최신 기술이 나란히 배치됐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구성은 그랜저가 단순히 오래된 차종이 아니라 현대차 기술 혁신의 출발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혔다.


1986년 첫 출시 이후 그랜저는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플래그십 세단 역할을 맡아왔고, 검증된 기술은 이후 다른 차종으로 확대됐다. 현대차는 이번 팝업 스토어를 통해 그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연구원들의 설명을 따라 전시를 둘러보니 기술의 원리뿐 아니라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려 하는지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곳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시존이었다. 연구원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분리해 놓은 실물을 가리키며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내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그룹의 1.6 터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최고 출력은 239마력, 복합연비는 18.4km/L로 성능과 효율을 함께 끌어올렸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과 고속 추월 가속 성능도 개선됐다. 수치만 보면 변화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체감은 "한 박자 빠르게 반응하는 차"에 가깝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정숙성을 높인 기술이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과 전기모터가 번갈아 작동하는 과정에서 진동이 발생할 수 있는데, 현대차는 엔진 재시동 순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과 모터가 엔진 진동을 반대로 상쇄하는 기술을 적용해 이를 크게 줄였다. 엔진 재시동 시 진동은 최대 51% 감소했고 실내 소음도 개선됐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세단 최초로 2열 리클라이닝과 통풍 시트도 적용했다. 이를 위해 배터리와 시트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 현장. /디지틀조선TV 임윤서 기자

더 뉴 그랜저의 주행 기술을 살펴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화려한 신기술보다 기본기를 다듬는 데 집중했다는 점이었다. 차체와 서스펜션을 연결하는 구조를 보강하고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는 경로를 줄이는 등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손봤다. 노면 충격을 흡수한 뒤 차체가 한 번 더 흔들리는 움직임을 줄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성능을 과시하기보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매일 체감하는 승차감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공력 성능 개선도 같은 방향이었다. 공기저항계수(Cd)는 차량이 공기의 저항을 얼마나 적게 받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낮을수록 연비와 고속 주행 안정성에 유리하다. 더 뉴 그랜저는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다양한 장치를 적용해 하이브리드 모델 기준 공기저항계수를 0.27에서 0.26으로 낮췄다. 수치상 변화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0.01을 줄이기 위해서도 차체 곳곳을 다시 설계할 만큼 의미 있는 개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까지 세심하게 다듬었다는 점에서 플래그십 세단다운 완성도를 엿볼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 역시 새로운 기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 안에서의 경험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플레오스 커넥트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기능과 차량 전용 앱,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해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확장되는 구조를 갖췄다. 자동차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현대차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송풍구를 눈에 띄지 않게 숨긴 전동식 에어벤트는 대시보드를 한층 단정하게 만들었고 공조 기능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유리의 투명도를 조절해 햇빛의 양을 바꾸는 방식으로 기존 선루프와는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공간을 단순히 넓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빛과 개방감, 실내 분위기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형 플래그십 세단이 지향하는 실내 경험을 엿볼 수 있었다.


안전 기술 역시 화려한 신기능보다 운전자가 실수하기 쉬운 순간을 줄이는 데 무게를 뒀다. 대표적인 것이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다. 정차 후 출발하거나 저속으로 움직일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으면 차량이 이를 감지해 출력을 줄이고 필요하면 자동으로 제동까지 수행한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 기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협소한 공간에서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술도 적용됐다. 기억 후진 보조(MRA)는 차량이 지나온 최대 50m의 경로를 기억한 뒤 같은 길을 스스로 후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좁은 골목이나 막다른 길에서 여러 번 핸들을 돌릴 필요를 줄여준다. 여기에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는 실내 모니터링 시스템, 방향지시등과 와이퍼를 하나로 통합한 멀티펑션 스위치, 맥세이프를 지원하는 듀얼 무선 충전 시스템까지 더해졌다. 거창한 변화보다 운전자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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