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편집국장.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서류는 검찰과 경찰의 책상 위를 오가고, 사법 정의를 기다리는 피해자의 시간만 흘러간다. 시행착오라기에는 피해 입은 국민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경찰로 돌려보낸 사건이 6만 5000건을 넘어섰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첫해와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27.2%나 폭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찰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등록한 미제 사건 역시 상반기에만 이미 10만 건을 돌파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명확하다. 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것은 권한의 균형이 아니라 '수사의 지연과 공백, 그리고 사법 통제의 무력화'였다.
최근 드러난 '장윤기 사건'의 실상은 이름 틀린 영장과 잇따른 반려 등 한심한 수준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 수사 체계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담당 경찰은 피의자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서 정작 피의자의 이름을 잘못 기재해 검찰 단계에서 반려당했다. 카드 내역 영장 역시 대상을 특정하지 못해 보완 요구를 받았다. 기본적인 서류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초동 수사의 핵심인 영장 집행이 하루 늦춰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2600억 원대 부당이익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건이나 300억 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 등 중대 범죄 수사에서도 경찰의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거듭 반려되며 수사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경찰은 부정하지만 수사대상자와 경찰이 부정 접촉 의혹 등 여러 가지 수사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기본적 법리 검토와 보완 요구 이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경찰은 "검찰이 영장을 바로 청구할 수 있는 사건까지 잦은 보완 요구로 수사 피로감을 가중시킨다"고 반발한다. 서로를 향한 불신 속에서 수사의 톱니바퀴는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더 큰 문제는 수사 기관들이 '기초적 실수'와 '책임 미루기'로 옥신각신하는 동안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민생 범죄'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7000여 건에 불과했던 사기 사건 미제 등록 건수는 지난해 8만 건을 넘어서며 10배 이상 폭증했다. 수사 기관의 명분 싸움 속에서, 신속하고 정당한 수사를 받을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마저 전면 폐지하는 개혁안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마저 최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하고 보완수사 요구로만 대체하는 방안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조차 현행 개혁안이 정해진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형식적 숙의'에 불과하며,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민 인권 보장에 구멍을 뚫을 것이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장윤기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억울한 죽음으로 묻힐 뻔 했던 경찰의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로 밝혀졌듯, 보완수사는 수사 기관의 오류와 남용을 걸러내는 '최후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스스로의 오류도 걸러내지 못하는 수사 환경에서 최소한의 검증 장치마저 없앤다면 그 부작용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수사 구조 개혁의 본질은 기관 간의 권한 쪼개기가 아니라, 국민의 억울함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풀어주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1%도 안되는 정치검사들 죽이자고 국민들을 범죄와 경찰 비리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명분뿐인 형사소송법 개정이 아니다. 현장 경찰의 인력과 예산을 현실화해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고, 검경 간의 실질적인 사법 통제 및 소통 채널을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건 봉투가 검찰과 경찰의 책상 위를 '핑퐁' 치듯 오가는 동안, 절박한 심정으로 사법 정의를 기다리는 피해자들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국민들의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후회하기 전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현장 전문가와 국민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