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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장희재 교수(건강증진의학과)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갑상선에 작은 결절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초음파에서 발견된 결절 중, 조직검사를 통해 갑상선암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갑상선암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예후가 매우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크기가 1cm 이하인 아주 작은 '미세유두암'이 많이 발견되면서 "이렇게 작은 암도 꼭 수술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 갈래 선택지 - 수술, 지켜보기, 그리고 고주파 절제술
현재 저위험 미세암종 환자에게 제시되는 치료 옵션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수술(갑상선 엽절제술): 암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전신마취와 목 절개가 필요하며,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을 할 경우 겨드랑이 절개가 들어갑니다. 수술 후 갑상선 기능 저하나 부갑상선 손상 등의 가능성이 있고, 목소리를 담당하는 되돌이후두신경 손상이 1~3%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흉터로 인한 미용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 적극적 경과 관찰:(Active Surveillance): 수술 없이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며 지켜보는 방법입니다.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암을 몸에 지닌 채 지내야 한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상당합니다. 실제로 관찰 중이던 환자 중 일부는 결국 불안감이나 암의 진행 때문에 수술을 선택하게 됩니다.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나 남성은 암이 진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단순 관찰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3) 고주파 절제술(RFA: Radiofrequency Ablation): 수술도, 무작정 지켜보는 것도 아닌 ‘제3의 선택지’로, 최근 주목받는 최소침습 치료법입니다. 고주파로 발생시킨 열을 이용해 종양과 주변 조직 일부를 괴사시키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괴사한 조직은 시간이 지나면서 몸 안에서 서서히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간암이나 신장암 치료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이전부터 양성 갑상선 결절 치료에 사용되던 방법을 갑상선암에 적용해 현재 활발한 연구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치료 원리: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가느다란 바늘 형태의 전극을 삽입합니다. 초음파로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며 암 조직에 정확히 접근한 뒤, 고주파 에너지를 방출해 열로 암세포를 태워 없애는 방식입니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흉터가 남지 않으며, 갑상선이나 부갑상선 손상이 적어 호르몬 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입원 없이 당일 시술 후 바로 귀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수술과 달리 시술 후 조직을 얻어 조직병리학적 진단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계점일 수 있습니다.
20여 년의 역사, 쌓여온 의학적 근거들
고주파 절제술이 갑상선암 치료에 처음 시도된 것은 2001년, 목 부위에 재발한 암 환자 8명을 치료한 사례였습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심장질환 등으로 전신마취가 위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세유두암에 대한 고주파 절제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임상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매우 고무적입니다. 미세유두암 환자 약 1,800명을 메타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 후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비율이 79%에 달했고 실제로 암이 진행된 경우는 1.5%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재발한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주파 절제술과 재수술의 치료 성적(재발 방지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2025년 미국갑상선학회(ATA)에서 발표한 갑상선암 고주파 절제술의 적응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암의 병기를 나타내는 TNM 병기상 cT1a N0 M0 단계, 즉 초음파나 CT에서 발견된 암의 크기가 1cm 이하이면서 주변 임파선 전이가 없고, 다른 장기로의 원격 전이가 없는 암에 한해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진단되는 ‘저위험 갑상선 미세유두암’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유럽 가이드라인 역시 적극적 경과 관찰이 가능한 미세유두암의 경우 고주파 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암의 크기가 1cm보다 큰 경우, 주변 조직으로의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 임파선이나 원격 전이가 의심될 때는 고주파 절제술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갑상선 유두암은 예후가 좋지만, 여러 아형(subtype) 중 공격적인 아형이 관찰될 때 고주파 절제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긴세포(Tall cell), 원주세포(Columnar cell), 홉네일(Hobnail), 고형(Solid) , 미만성 경화(Diffuse sclerosing) 아형 등이 포함됩니다.앞으로의 방향
실제 진료 현장에서, 고주파 절제술은 분명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고령, 기저질환으로 수술이 위험한 환자, 재발이 반복되어 다시 수술받기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는 특히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작은 암이니 간단히 지지면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시술 전 정확한 영상 진단으로 암의 위치와 주변 구조물과의 관계, 전이 여부 등을 꼼꼼히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숙련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술, 적극적 경과 관찰, 그리고 고주파 절제술. 이제 갑상선암 환자들에게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갈래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담당 의료진과 함께 찾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