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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式 문어발 확장에 진통…"불공정 유료화 국토부와 논의중"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1.04.23 16:51

문어발 생태계 확장 카카오…계열사만 105개 '국내 2위'
택시, 대리운전 등 플랫폼 앞세워 골목상권 접수
골목상권 해당 카카오헤어샵 같은 비관련 분야 진출 못하도록 법안마련해야
"플랫폼사업자가 자회사 통한 앱시장 독점 장악 후 수수료 올리기"
조오섭 의원 "카카오 모빌리티 불공정 유료화 국토부와 후속 조치 논의 중"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금융, 게임,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재계 순위 20위권인 카카오는 계열사 수는 국내 기업 가운데 2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카카오가 플랫폼 우위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택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 플랫폼 유료화를 둘러싸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생을 강조해 온 카카오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본격적인 포식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사업과 무관한 중기와 소상공인 영역 등 비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카카오식 무한 사업 확장에 곳곳 '진통'

카카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사 수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국내 재계 순위 20위권인 카카오는 계열사 수로만 보면 국내 기업 중 SK(144개) 다음으로 많다.

23일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카카오는 105개의 국내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26개의 국내 계열사는 6년새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상장사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2개사, 비상장사는 103개사다. 해외 계열사 수도 33개나 된다.

카카오는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존사업과 자회사의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연이어 진통을 겪고 있다.

카카오 호실적에 큰 영향을 준 카카오톡 광고인 비즈보드는 2019년 5월 출시 당시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서 '카카오톡 광고 숨기기', 카카오톡 광고 제거하기' 글이 올라오며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 자회사 신사업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사업 부문 중 카카오모빌리티 사업은 카플 서비스, 콜 몰아주기, 유료 멤버십 서비스 등으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 스타트업과의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카카오는 작년 '보이는 ARS' 기술 놓고 스타트업체 '콜게이트'와 갈등을 겪었다. 카카오는 사업 확대를 위해 여러 업체를 참여시키기를 원했지만 콜게이트는 여러 업체가 참여하면 어렵게 개발한 특허를 공유해야 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독점 제휴를 원했다.

이에 카카오는 콜게이트 대신 X2D라는 업체와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콜게이트에 협력사 중 하나로 참여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콜게이트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기술 빼돌리기를 의심하며 카카오의 갑질이라고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카카오 같은 독점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자회사를 만들어 앱 사업을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플랫폼에서 앱 사업으로 전위돼 앱사업 마저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며 "초기에는 무료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한 후 점점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에만 집중하고 앱 사업에는 진출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 헤어샵과 같은 비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한종석 충북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 횡포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충북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제공


◇ 유료서비스 일감몰아주기에 택시업계 강한 반발…카풀 갈등 재현 우려

#1년전 대리기사를 시작한 30대 조모씨는 6개월전 월2만2000원의 카카오 대리 유료서비스인 '프로 서비스'를 가입했다. 이 서비스를 가입하면 일반기사들보다 콜을 먼저 보여주는 '프로 단독 배정권'이 매일 2개씩 지급된다. 다른 대리기사 앱의 사용료·보험료와 함께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콜 잡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 우위를 점하자 유료 서비스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의 플랫폼 유료화를 두고 택시·대리기사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이용해 그동안 무료로 시행해오던 플랫폼을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을 유도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택시기사 분신 사태까지 벌어졌던 2018년 '카풀 갈등'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 우버 등 타 가맹택시에 카카오T 플랫폼을 유료화한데 이어 월 9만9000원의 프로멤버십을 출시했다. 택시업계는 콜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택시기사들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고 불공정 배차로 택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시호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T가 지난 3월16일 일방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출시해 택시기사들의 무제한 가입을 종용하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유도해 자사의 수익에만 몰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유료 서비스의 경우 대리기사나 택시기사들의 영업 방식이나 필요에 따라 선택해 쓸 수 있는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서는 "플랫폼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 만아니라 전반적인 카카오T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돼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지난 21일 공정위에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 멤버십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점적 지배시장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 유료화를 즉각 중단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모빌리티 불공정 유료화에 대한 후속 조치를 국토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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