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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로빈후드 재단과 기업의 사회공헌

등록 2022.03.31 14:15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뉴욕시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로빈후드 재단’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1988년에 월 스트리트의 헤지펀드 거부 몇이 뜻을 모아, 재단 이름이 상징하듯 부자들의 돈으로 빈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설립한 단체다. ‘벤처 자선’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 단체는 기업경영과 투자의 원칙을 자선 영역에 도입해 효과적인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미국 전체 100대 자선 단체의 하나가 됐을 정도로 성장한 이 재단은 정량적인 측정 도구를 활용해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지원사업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로빈후드 재단이 제시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후원금의 100%를 직접 뉴욕시의 빈곤 문제 해결에 사용한다, 둘째 빈곤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예방에 집중한다. 셋째 건전한 기업 원칙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 재단의 투자를 보호하고 활용한다, 넷째 프로그램들의 상대적 성공률을 측정하고 평가를 위해 계량적 분석과 양적 데이터를 활용한다. 영리기업의 경영 원칙과 비영리 자선사업의 가치를 결합해 더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복지사회에서의 복지는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다. 하지만 복지사회가 정부의 역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복지 욕구를 정부지출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사회는 정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가 같이 참여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위 ‘복지다원주의’가 복지사회의 발전에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강조한다.


복지다원주의에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복지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최근 ESG라는 가치 아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투명한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경영 철학이자 일종의 실천 지침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이 경영의 산출 적인 차원에서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면 ESG는 기업 내부의 투명한 지배구조부터 기업활동의 사회적 효과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그 확장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ESG로 대표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성과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로빈후드 재단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공헌 활동에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영적인 기법의 노하우를 도입해 사업의 임팩트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량화된 측정 도구를 활용해 비영리사업의 효과를 평가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모형을 개발해 제시할 수 있음을 로빈후드 재단은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그 내용을 보다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양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질적 수준의 도모가 필요하다. 기업 사회공헌의 제도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전담 인력의 확보와 나눔교육 프로그램의 제도화가 우선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사회공헌 활동의 전략적 동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목적성이 분명하지 않은 자선적인 차원에서의 사회공헌보다는 활동의 목적과 궁극적인 성과에 대해 분명한 계획을 세운 전략적인 동기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복지다원주의에서 복지사회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질적인 내실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히 사회공헌에 기업이 참여한다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사회공헌에 접목해 사회공헌 생태계를 더 효과적이고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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