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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제야 1인분 해낸 것 같아"…고윤정, '슬기로운 배우'에 한 발짝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5.05.21 16:12

사진: MAA 제공

"'연예인이 덜됐다'는 신원호 감독님의 말씀요? 저도 공감해요. (웃음)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연예인은 포토존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잘하는 그런 모습을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완벽한 미모를 가졌지만, 행동과 말투에서는 털털함이 묻어난다. 고윤정은 그런 반전 매력을 가진 배우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고윤정은 이젠 신예들 사이 중심을 잡아줄 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배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고윤정은 최근 종영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서는 다사다난한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 '오이영'으로 분해 성장형 캐릭터로 호평받았다. 작품은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으로 고윤정이 발탁됐다는 소식 역시 드라마 팬들의 기대감을 끌기 충분했다.

사진: tvN 제공

지난 13일, 작품 종영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고윤정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고윤정은 '슬의생' 프랜차이즈를 잇는 책임감과 함께 '언슬전'을 통해 성장한 지점을 언급했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 세계관에 합류했다. 작품의 어떤 매력에 빠졌나. 유명 시리즈의 후속작 주인공으로 나선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출연이 결정됐을 때, 설레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대본을 받은 후에도 부담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내가 이 세계관에 들어간다고?'하는 벅찬 마음이 컸어요.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잘해서 좋은 캐릭터로 남았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었어요."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의 작품은 정말 거의 다 봤어요.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처럼 따뜻하고 가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 어딘가에 진짜 그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점이 좋았죠. '언슬전' 역시 진짜 종로에 율제병원이 있을 것 같고, 거기에 교수님들, 전공의들이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런 인간적인 분위기에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사진: MAA 제공

Q. 처음으로 맡은 의사 캐릭터다. 특히 오이영은 종료 율제병원에서도 봉합을 잘하는 전공의로 꼽히지 않나. 의학 용어나 수술신을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처(봉합) 연습은 실제 교수님들이 많이 알려주셨어요. 실리콘으로 가짜 살을 만들어서 연습할 수 있는 수처 키트가 있는데, 그거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글로만 봤을 때는 용어도, 수술 과정도 몰랐는데 교수님이 보내주신 수술 영상을 보니 왜 이 타이밍에 이 기구를 사용하는지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제가 미술을 해서 그런지 수처 연습은 되게 재밌기도 했고요. 수처 잘 한다고 교수님께 칭찬도 되게 많이 받았죠. (웃음)"

Q. '오이영'은 빚 때문에 전공의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극 초반에는 의욕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점점 의사로서 성장해 간다. 바쁜 와중에 사랑까지 키운다. 실제 고윤정과 오이영의 싱크로율은 어떤 것 같나.

"이영이와 많이 닮았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어요. 이영이가 일에 의욕이 없고 연애할 때만 의욕이 있게 비칠 수 있는데, 제 생각에 이영이에게는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빚 때문에 다시 시작한 일이지만, 그동안에는 일할 큰 계기가 없었던 거고, 이후에는 마음을 열고 올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하나에 꽂히면 앞뒤 안 보고 올인하는 편이라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지점이 있어요."

Q. 그렇다면 고윤정이 지금 꽂혀 있는 건 뭔가.

"지금 제가 꽂혀 있는 건 현장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예요. '무빙' 때 또래 친구들과 학교 다니듯 촬영해서 매번 놀다 온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결과물이 잘 나오는 걸 보고 '모두가 즐기면 결과가 좋을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다른 일은 내가 노력한 능력치만큼 결과물이 나오는데, 현장은 감독님이 좋은 연출을 해주시고, 조명, 촬영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으쌰으쌰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지금은 그런 팀워크의 매력에 빠져 있어요."

사진: tvN 제공

Q. 종로율제병원 산부인과 1년 차 전공의 4인방의 케미는 작품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배우와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사실 강유석 배우만 외향형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다 내향형이에요. (웃음) 초반에는 서로 친해지고 싶은 눈빛은 있지만 약간 눈치 보는 부분도 있었어요. 현장에서 한 달 정도 됐을 무렵에는 친해지는 일에 가속도가 붙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아주 날아다니면서 재밌게 웃으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신시아, 강유석 배우는 작품 경험이 있지만 한예지 배우는 '언슬전'이 데뷔작이에요. 제가 데뷔할 때 생각해 보면 주변 선배님들이 해주시는 말들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지가 질문할 때면 답하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로스쿨' 촬영했을 때 제 분량이 적었는데도 김범 선배님, 류혜영 선배님이 되게 배려해 주시고 챙겨주셨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때를 돌이켜봤을 때 후배를 챙겨주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나도 이런 선배가 되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Q. 고된 병원 생활에서도 오이영을 버티게 해준 존재 중 하나가 바로 '구도원'이다. 구도원과 오이영은 한집살이를 하는 사돈지간 아닌가. 사돈 로맨스를 소화한 정준원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정준원 오빠와 제가 실제로 여덟 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나이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준원이) 현장에서 실없는 농담을 잘해서 진짜 구도원 같았거든요. 연기를 워낙 잘하는 선배님이시고 아이디어도 많으셔서 편하게 호흡할 수 있었죠. 10부 이후에는 (로맨스가) 거의 코미디로 가서 계속 웃으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사진: MAA 제공

Q. '슬의생'이 두 시즌에 걸쳐 큰 사랑을 받은바, '언슬전' 역시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시즌2를) 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일 것 같아요. '슬의생'에 출연한 선배님들이 '언슬전'에도 특별출연을 해주셨고, 그걸 팬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언슬전'은 시즌2가 나오면 아직도 전공의들이 슬기로워지지 못한 거니까. (웃음) 그래서 하게 된다면 다른 배우분들이 하시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시즌2가 제작된다면 저는 여러 번 특별 출연할 의향이 너무나도 있어요."

Q. 벌써 데뷔 6년 차에 들어섰다. 짧은 시간에 다작하며 주연 배우로 성장하지 않았나. 배우 고윤정이 생각했을 때, 지금 어느 단계에 와있는 것 같나.

"저는 지금 딱 전공의 1년 차 11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이제야 우왕좌왕하지 않고 1인분 할당량을 해낼 정도거든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부족한 상태죠. 전공의들이 턴을 돌면서 하고 싶은 전공과를 정하는데, 저도 이런저런 장르를 하면서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가는 단계예요."

Q. 그렇다면 고윤정이 생각하는 '슬기로운 배우'란?

"연기는 당연히 잘해야겠죠. 그렇지만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주변을 살필 수 있는 그런 배우이고 싶어요. '이 배우랑 촬영하면 재밌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이 정도면 슬기로운 배우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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