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본을 보고 제 인생에 다시없을 도전이자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도전할 수 있을까? 또 기회가 올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1화 엔딩의 '내가 너로 살게, 넌 나로 살아'라는 대사를 보고 이 드라마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CGV영등포에서는 tvN 새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박신우 감독과 배우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가 참석했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이번 작품은 뒤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해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기혐오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누군가 나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로망까지 실현하며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것.

박신우 감독은 "1인 2역이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배우 입장에서도 굉장히 많은 부담이 되고 또 작가님도 부담이 많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처음 대본을 읽기 전에 '왕자와 거지'를 모델로 한 1인 2역 스토리구나 생각하며 읽었는데,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그 역할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명이 두 역할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박보영 씨라는 필터를 통해 미지든, 미래든, 혹은 그들의 입장이 바뀌어 생긴 변화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라며 "그리고 대사가 워낙 예쁘다. 나쁜 의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느낌이었다. 참 솔직하고 욕심이 없고, 꾸밈이 없는 대본을 만나 하고 싶었다. 고스란히 전달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저는 빠지고 배우들의 연기와 글이 잘 묻어날 수 있게 신경을 썼다"라고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박보영은 극 중 쌍둥이 자매인 유미지, 유미래와 유미지인 척하는 유미래, 유미래인 척하는 유미지까지 총 4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유미지'는 꿈도 계획도 없이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 일용직 근로자이며, '유미래'는 미래는 금융공기업 기획전략팀 선임이자 빈틈없는 모습으로 여린 속을 감춰온 완벽주의자다.

두 인물의 차이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묻자 박보영은 "미래는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겉모습부터 차가운 부분이 느껴지도록 하려고 했다. 스타일링에서도 그래서 색을 많이 빼려고 했고, 초반에 미지가 탈색을 한 것도 비주얼적으로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다. 뿌리가 어느 정도 자란 모습도 의도된 것이었는데, 저도 보고 굉장히 만족했다"라며 "제가 사실 제일 걱정한 것은 둘이 바뀐 뒤 서로인 척할 때의 밸런스였는데, 그건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많이 잡아주신 덕분에 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어떤 식으로 디렉팅을 했는지 묻자 박신우 감독은 "1인 2역이라는 생각으로 캐릭터별로 차별화를 만들거나 이런 것에 대해서 스태프들이나 저희가 더 애를 쓸 테니 본인은 지금 전달해야 하는 감정과 지금 해결해야 하는 일, 몰입할 상황 등에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라며 "책임감이 워낙 강해서 부담을 스스로 엄청 짊어지는 분이고, 단 하나도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잘 하고 있다는 식으로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 화면에 미지와 미래가 동시에 잡히는 부분은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아닌, 박보영의 상상을 통해 이뤄져야 했던 장면이다. 이러한 연기를 소화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묻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더 어려웠다. 저는 상대가 하는 연기에 집중하고 리액션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상대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제가 다 계산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은 대역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었다. 박보영은 "감독님께서 제가 미지로 찍게 될 때 미래로서 어떻게 연기를 할지 먼저 해보게 하셨는데, 그걸 보고 대역 분께서 최대한 똑같이 해주셨다. 그 뒤에 다시 미지로 연기를 하는 식으로 완성해 갔다. 물론 허공에 연기를 해야 한 적도 있는데, 덕분에 제가 연기가 많이 는 것 같다. 이게 서로 만나거나 이런 장면을 통으로 외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정말 두 개의 작품을 찍는 느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렇게 완성된 '미지의 서울'이 시청자들께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을지 묻자 그는 "저희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만날 때 글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한 번은 경수 씨가 대사를 하는데, 스스로한테 하는 말처럼 느껴져서 힐링과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저 또한 그런 감정을 경험한 순간이 많았다. 타인한테 하는 말인데, 저한테 필요했던 이야기인 것 같다. 작품을 보시면 제가 한 말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실 것 같다. 정말 누구든 보셨을 때 재미와 감동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서 첫 방송을 꼭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박진영은 훤칠한 외모에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대형 로펌 변호사이자 미지와 미래의 고등학교 동창 '이호수'를 연기한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결점은 있다. 박진영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겉으로는 잘나가지만 본인만의 트라우마를 갖고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인데, 서울에서 미래인지 미지인지 모를 친구를 만나면서 하나씩 성장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해 간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은 그의 군 전역 후 촬영한 복귀작으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박진영은 "군 복무를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제가 하던 일을 돌아와서 한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고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며 "대본이 좋고, 배우들과의 호흡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주변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처럼 한층 더 깊어진 연기를 예고한 가운데,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박진영은 "호수가 가진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심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고민을 했고, 제가 생각할 때 호수는 말이 느리면서 톤이 가라앉아있는 친구 같아서 그 부분도 감독님의 디렉션을 통해 찾아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전 자산운용사 CIO이자, 현 창화농원 농장주 '한세진'은 류경수가 맡는다. 가슴 아픈 사연으로 커리어를 버리고 귀농을 선택한 인물이다. 그간 장르물을 통해 짙은 색채의 연기를 보여온 류경수는 이번 역할을 통해 유쾌한 매력을 예고해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는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신 캐릭터의 글 자체가 정말 매력 있고 좋아서 그대로 수행만 하면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세진 캐릭터는 굉장히 수다스럽고, 장난스러운, 어떻게 보면 되게 별난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제가 느낄 때는 이 사람이 어떤 사건을 겪은 뒤 깊은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깊은 고독함과 외로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내면으로 캐릭터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보영은 "평소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라고 전해 더욱더 궁금증을 자극했다.

류경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라며 "사람마다 힘을 얻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한데, 이 드라마도 그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삶이 버겁거나 혹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분이 계시다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역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관계성이 얽혀있는데, 그중 하나는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저 인물처럼 나아갈 수 있고, 그 끝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같은 지점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끝으로 박신우 감독은 "매번 첫 방송을 앞두고 느끼는 감정은 보여드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제가 여태 했던 작품 중 가장 다른 사람들에 많이 기댄 작품인 것 같다. 스태프분들은 물론, 작가님, 여기 계신 세 분을 포함해 모든 출연진이 필요 이상의 연기를 해주셨다. 돈값을 하는 연기와 마음을 다하는 연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출연진은 모두 마음을 다한 연기를 소중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관전 포인트로도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해달라며 "박보영 씨가 많이 나오고 많은 롤을 소화했기 때문에 가장 잘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정말 잘했고 훌륭했다. 정말 안정감은 원로 연기자급이고, 외모는 신인급인 그런 배우잖아요. 정말 그 매력을 십분 발휘했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지만, 다른 배우들도 정말 '진짜 왜 저렇게 열심히 하자'라고 말을 꺼낼 정도로 열심히 해주셨다. 배우들의 모습을 눈여겨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당부를 더했다.

한편 tvN 새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오는 24일(토) 밤 9시 20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