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제공
화려한 미모에 사랑스러움까지 겸비한 조보아가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왔다. 꾸준한 활동 속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조보아는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났다. '탄금'은 조보아에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결혼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자 스스로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칭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조보아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 후 첫 인터뷰를 가진 조보아는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기색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사진: 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제공
'탄금'은 실종되었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에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조보아는 겉으론 조선 최대 상단의 조신한 여식이지만 이면에선 거지 무리와 함께 나쁜 이들에게 빼앗은 돈으로 동생을 찾아 헤매는 누이 '재이' 역을 맡았다.
'탄금'을 선보인 조보아는 "촬영은 싱글일 때 했는데 오픈은 유부녀가 되어서 하게 됐다"라며 "(작품 속에) 아기 조보아가 출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라며 공개 소감을 전했다.
재이는 조선 최대 상단인 '민상단' 집안의 딸이다. 겉으로는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삶이지만, 계모 '민연의'(엄지원)의 학대로 트라우마를 가진 채 자랐다. 친부인 '심열국'(박병은)은 딸보다는 처가 민상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욕심에 혈안 되어 있다. 이 와중에도 재이는 실종된 이복동생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한다. 조보아는 여러 결핍을 가진 재이의 마음을 톺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캐릭터를 하나하나 쌓았다.
"재이가 아주 능동적인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사건마다 강단 있게 (해결을 위해) 열심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부터 가진 슬픔이 있지 않나.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한 상태에서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생각한 동생 홍랑이를 잃어버린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재이의 힘들고 어려운 감정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성인이 된 후 재회한 동생 '홍랑'(이재욱). 하지만 재이는 어린 시절 기억 하나 없는 그를 가짜라고 의심한다. 순수했던 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돌아온 홍랑을 견제하면서도 점점 그에게 마음을 열고 남매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재이가 돌아온 아우에 대한 감정을 서서히 풀어내면서 겪는 내적 갈등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적으로 깊게 끌고 가야 하는 극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보는 분들이 재이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보시기엔 힘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 임하는 입장에서는 딥해서 더 푹 빠진 채 연기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오롯이 동생에 대한 마음과 돌아온 홍랑이 진짜 동생일까 하는 의심만 가지고 계속 몰입했다. 중반부터는 홍랑일지 아닐지 모르는 이 인물에 대한 연민과, 교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생긴다. 한 컷 한 컷 감정 표현이 조심스럽고 디테일해야 해서 그 부분이 어려웠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감정선 표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사진: 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제공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구미호뎐'과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서 사극톤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오롯이 사극으로 돌아온 건 '마의' 이후 13년여 만이다. 조보아는 "사극이라는 장르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라며 "옛날 시대 배경을 위해 로케이션 촬영을 하고, 그 속에서 한복을 입고 완전히 작품 속 캐릭터가 된 상태에서 집중하기 때문에 현장이 되게 생동감 있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으로 '액션'을 꼽기도 했다. "액션 신이 별로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제가 액션 욕심이 있어서 감독님께 '액션 좀 넣어주세요' 해서 받은 신이 홍랑을 속이면서 도망가는 신이었다. 그때 제가 바닥에 떨어진 검집을 들고 때리는 장면이 애드리브였는데 넣어주셨더라"라며 액션 욕심도 드러낸 그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조보아는 전작들에서도 상대 배우와의 시너지로 '케미 요정' 수식어를 얻은 바 있다. '탄금'에서 처음 만난 이재욱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재욱이는 천사"라며 동생 사랑을 드러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다가갔다. (재욱이가) 워낙 성격이 좋다. 상대방이 낯을 너무 가리면 저도 조심스러워지는데 (재욱이가) 잘 다가와 줘서 금세 친해졌다. 촬영 초반에는 '재욱아', '홍랑아'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천사야'라고 불렀다. 재욱이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더라. (웃음)"
"이재욱이라는 배우는 정말 열정이 넘친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고 현장에서 보여주는 애티튜드가 정말 좋다. 촬영할 때는 리드를 해줘서 제가 의지할 수 있게 도와줬다. 연기할 때도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
사진: 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제공
지난해 10월 결혼한 후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조보아는 이날 인터뷰에서 결혼 소감과 함께 자녀 계획도 언급했다.
"어릴 때부터 늘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동안에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최대한 열심히 (결혼을) 미루려고 했다. 나름대로 그렇게 미루면서 진행한 결혼이었다. 일과 사적인 영역을 많이 분리하려고 하는 편인데 (결혼 후) 안정감이 생기는 부분이 있더라."
"남편은 제 눈에는 잘 생겼다. (저보다) 남편이 더 아까운 것 같다. (웃음) 자녀 계획은 저출산 시대인만큼, 엄마 아빠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어릴 때부터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사진: 엑스와이지 스튜디오 제공
결혼 후 인생 2막을 연 조보아는 '탄금'을 통해 배우로서 변곡점을 맞았다.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시기, 안정을 찾으며 사람 조보아도 한층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탄금'에 대한 애정이 크고 재이에 대한 사랑도 많았다. 촬영하는 8개월 내내 지친 적이 없었다. 육체적으로 피로한 부분은 있었지만 재이가 되는 순간에는 '날아다니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하다 보면 딜레마가 올 때도 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는 '재밌다. 더 연기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20대 때는 정말 욕심이 많았다. 따라가지 못하는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것 같다. 30대가 되면서 욕심내지 말고, 조금 내려놓은 채 한 발짝 뒤에서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