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28일 후'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3년 개봉했다. 그 족적은 분명하다. '28일 후' 이후, 좀비들은 달리기 시작했고,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캠코더 촬영이라는 도전은 공포 영화의 한 공식처럼 되었다. 그리고 23년 후, '28년 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18일 '28년 후'를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은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언론과 만났다. '28년 후'는 28년 전 시작된 바이러스에 세상이 잠식당한 후, 일부 생존자들이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가 난생처음 섬을 떠나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본토에 발을 들인 후 진화한 감염자들과 마주하며 겪는 극강의 공포를 담은 이야기.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에 이어 '28년 후'의 연출을 맡게 된 이유로 "스크립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겪은 팬데믹 상황은 영화에서 보여준 장면들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 문 앞에도 텅 빈 거리가 보일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이어 대니 보일 감독은 "20년이 넘어도 식지 않는 팬들의 사랑"이라며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28년 후'에는 전작과는 또 다른 좀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28일 후'가 좀비 영화를 재정의하는 영화로 꼽히는 만큼, '28년 후'에도 깊은 고민이 담겼다. 대니 보일 감독은 "바이러스도 진화했다. '분노 바이러스'의 감염자들이 어떤 식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28일 후' 감염자는 폭력적이고 빨랐다. 하지만 '28년 후' 감염자들은 다르다.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바닥을 천천히 기어다니며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감염자가 있다. 이들은 벌레를 먹기도 한다. 물론 건드리면 위험하다. 두 번째는 오리지널 감염자와 비슷하지만, 살기 위해 먹는 법을 체득한 유형이다. 이들은 먹기 위해 무리를 짓고, 사냥한다. 더욱더 위험한 존재가 된다. 세 번째는 리더가 생긴다. 알파라고 불리는 리더는 어마어마한 덩치와 힘을 자랑하는 위협적 존재다. 네 번째 진화 유형은 영화관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라고 전하며 미소 지었다.
'28일 후'에서 캠코더가 좀비의 빠른 움직임을 담아냈다면, '28년 후'에서는 모바일 폰이 좀비의 다른 움직임을 쫓는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는 홈비디오 같은 느낌이다. 해상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폰으로 4K까지 촬영할 수 있다. 극장에 걸 수 있는 퀄리티다"라고 23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한 카메라 기술력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어 "아이폰 20개를 반원처럼 연결해,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몸을 뒤로했던 움직임 같은 액션을 훨씬 저렴하게 완성할 수 있다. 찰나를 20개의 카메라가 한 번에 찍고 있기에 연출자가 원하는 대로 보여줄 수 있다. 감염자의 모습, 그들의 폭력성을 보여줄 때 시각적으로 독창적이게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남다른 욕심과 만족감을 내비쳤다.
'28일 후'에서 등장한 '분노 바이러스'가 확산된 '28년 후'를 담은 작품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그 중심에 '28일 후'에서 짐 역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킬리언 머피는 '28년 후'에는 제작자로 참여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번 작품에 제작자로 참여해 연결고리가 되어준 킬리언 머피는 '28년 후'의 2편과 3편까지 이어지는 트릴로지 전체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전했다.
'28년 후'는 트릴로지 작품의 출발선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총 세 편으로 구성된 전체 구조에 대한 알렉스 가랜드 작가의 설명을 전했다. 그는 "첫 번째 영화는 '가족의 본질', 두 번째 영화는 '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2편 말미에서 킬리언 머피를 보게 될 거다. 2편의 러프 컷을 봤는데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미소가 쫙 퍼지더라. 3편은 거의 킬리언 머피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때까지 기다리셔야 할 것 같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을 거다"라고 자신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년 후'에 대해 "익사이팅하고 스릴 넘치는 무시무시한 영화가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희망을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무엇이 인간성을 지속시키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영화 속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폐허가 된 아포칼립스에서 우리는 어떻게 인간성을 보존할 것인가.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28일 후'의 대니 보일 감독, 알렉스 가랜드 작가, 그리고 주연 킬리언 머피가 제작자로 합류한 영화 '28년 후'는 내일(6월 19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상영시간 11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