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넷플릭스 제공
"'광장' 시리즈에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것 같다. 일단, 아직까지 몸 쓰는 건 괜찮다. 앞으로도 계속 (액션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한국형 액션하면 빠지지 않는 배우 소지섭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 누아루를 선보였다. 이름만 나와도 조폭 세계를 떨게 하는 전설적인 인물로 분해 '액션킹' 귀환을 알렸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광장'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광장 세계를 떠났던 '기준'이 조직의 이인자였던 동생 '기석'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를 위해 그 배후를 파헤치는 누아르 액션 드라마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다시 광장 세계로 돌아온 '남기준' 역을 소화한 소지섭과 지난 1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회사원' 이후 본격 액션 장르로 복귀한 건 13년 만이다. 그간 출연작에서 몸을 쓰긴 했지만, 액션이 메인인 장르는 간만이었다. 소지섭은 '광장'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를 묻는 말에 장르를 꼽았다. 거칠면서도 어딘가 우수에 찬 듯한 눈빛과 듬직한 풍채에서 느껴지는 압도적 카리스마는 그를 어떤 신에서도 돋보이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제가 누아르 장르를 되게 좋아한다. 누아르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하고 싶고 또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장르다. 저는 감정 기복이 있거나 표출을 많이 하는 연기 스타일이 아니다. 말이 없이 몸을 쓰거나 눈빛으로 하는 연기를 좋아해서 누아르와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올해로 47세,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소싯적 못지않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 소지섭이다. 체력적으로 괜찮았는지 묻는 말에, 소지섭은 "체력도 물론 힘들었지만, 머리로는 (액션을) 하고 있는데 몸이 약간 느리다는 게 느껴지더라"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광장'은 액션 신이 되게 많다. 기준이가 끝까지 달려갈 수 있는 파워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에너지가 느껴지기를 바라면서 준비했다. 액션을 할 때 직진하다 멈출 수는 있을지언정, 뒤로 가지는 말자는 마음이었다. 밀려날 수 있지만 피하지는 않는 그런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처절하게 응징할 때는 상대가 많이 아파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소지섭은 '광장'을 통해 '한국판 존윅'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좁은 통로에서 수십대 1로 싸우는 명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소지섭은 'K-누아르'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저도 '존윅'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렇게 비교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정말 감사하다. (웃음) 한국 누아르가 귀하다고 하는데, 이런 작품이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외국 누아르에서는 총기를 많이 쓰는데, 우리는 타격감이 있지 않나. 그런 걸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4부에 나오는 액션신은 제가 여태껏 찍은 액션신 중에 가장 힘들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꽉 차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압도되더라. '온몸이 무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단순히 합을 맞추는 액션 신과는 조금 다른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소지섭은 '광장' 원작 팬들이 바랐던 1순위 캐스팅이었다. 캐스팅은 호평이었지만 원작 속 캐릭터 일부가 변화, 각색되면서 원작 팬들에게 혹평받기도 했다. 소지섭은 불호 반응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이 공개된 후에도 부담을 갖고 있었다. (원작 팬분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걸 보면 저도 재밌다. 이 작품을 되게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제가 아무리 좋게 말씀드려도 원작을 사랑하는 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시지 않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들 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만들지 않나. 분명 원작을 해하거나 나쁘게 만들려고는 하지 않는다. 뛰어난 작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고, 완성이 된 후의 호불호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원작과는 다른 매력이지만 시리즈로 '광장'을 접한 이들 사이에선 호평을 얻고 있다. 작품은 공개 첫 주에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시리즈 순위에서 2위를, 2주 차에는 1위에 올랐다. 현재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순위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OTT 작품에 처음 참여한 소지섭은 "OTT는 처음 해봤는데, 예전에는 시청률로 국내 반응을 확인하고 인기를 체감했었다.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반응이 올라오니까 재밌다. 처음 경험하는 거라 신기하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모델 활동부터 시작하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는 소지섭. "벌써 그렇게 됐다고 하니 저도 놀라고 있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은 소지섭은 "처음에는 연기 10년 하면 연기하는 게 쉽고 막 장인이 될 줄 알았는데, 30년을 해도 잘 모르겠다. 나이가 더 들어도 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고민을 계속하면서 나아가고 싶다"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시나리오가 재밌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 소지섭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새 드라마 '김부장' 출연을 제안받고 검토 중이다. '김부장'은 평범한 가장이던 주인공이 딸의 실종 이후 숨겨왔던 특수요원 신분을 드러내고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소지섭은 특수요원 출신 딸바보 아빠인 '김부장' 역을 제안받았다. 그가 '김부장'에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지, 드라마 팬들의 기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