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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진영, 30대를 연 '미지의 서울'에 끌린 이유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5.07.02 17:16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군 복무 전후, 쉬지 않고 열일한 박진영이 최근 '미지의 서울'을 통해 인생캐를 새로 썼다. 따뜻한 본성을 가진 인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연기 호평까지 이끈 박진영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작품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로, 극 중 박진영은 훤칠한 외모에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대형 로펌 변호사이자 미지·미래 쌍둥이(박보영)의 고등학교 동창 '이호수'를 연기했다.

최근 영화 '하이파이브'와 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관객과 시청자를 동시에 찾은 박진영.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자 "제가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성격이라 인기를 느낄 기회가 없었다. 오늘 이렇게 많은 기자분들이 오셨다고 해서 인기를 느낀다"라며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들뜨면 연기가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최대한 꾹꾹 누르려 하고 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결정한 '미지의 서울'은 배우 박진영에겐 남다른 의미이기도 했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새 기회였다. 박진영은 그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Q. 전역 후 복귀작으로 '미지의 서울'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호수'라는 친구가 가진, 누구보다도 피해자와 약자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설정이 좋았다. 제게도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주고, 힘들 때는 이겨낼 수 있게 서포트해주는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호수의 모습이 더 짙게 보여지면서 '이 캐릭터를 하면 어느 순간 나의 한 부분을 크게 채워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호수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연기하면서 저도 많이 반성했다. (웃음) 호수처럼 좋은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 친구의 일부분이 저에게 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그 경험을 가지고 살면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작품에) 끌렸다."
Q. 입대 전 촬영한 드라마 '마녀', 영화 '하이파이브'가 올해 공개됐고, 전역 후 찍은 '미지의 서울'도 큰 사랑을 받았다. 입대 전후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어떤 변화가 느껴졌나.

"연기 톤에 대한 부분은 크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느낌은 달랐다. 예전보다 마음에 덜 급해졌다. 전에는 내가 생각한 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제대로 못 해낸 것 같아서 자책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내로라하는 선배님들이 많으셔서 '선배님들만 보고 가자'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선배님들의 대사를 받아서 반응했을 때 더 좋은 장면이 나오더라. 그때 '내가 더 들으려고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Q. 호수는 과거 교통사고로 한쪽 귀에 청력장애를 얻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선 인물을 연기하면서 더 중점을 둔 부분도 있었을까.

"그 점이 호수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부분이었다. 호수는 큰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평이하게 살아가는 친구도 아니지 않나. 그 중간에 있는 인물이라 디테일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호수 입장에서는 남들보다 덜 들린다는 자각이 있어서 스스로를 더 검열했을 것 같다. 더 또박또박 말하려고 한다던가, 말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반 템포 정도 늦게 입을 떼는 그런 점에 신경을 썼다."
Q. 1인 2역을 소화한 박보영 배우와는 로맨스와 우정 연기를 동시에 보여줘야 했다. 현장 호흡은 어땠나.

"전역 후 복귀하는 거라 현장에서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제작발표회 때도 긴장 안 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정말 긴장했었다. (박)보영 누나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분이다. 파트너를 대하는 모습만 봐도 '편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상대의 눈빛과 감독님의 정확한 디렉션, 현장 스태프들의 극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 현장이었다."

"보영 누나와의 호흡은 처음부터 잘 맞았다. 덕분에 거리낌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상대역으로서 고민한 부분은 미래와 미지, 미래인 척하는 미지, 미지인 척하는 미래까지 4명을 상대해야 하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렇게 걱정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느꼈다. (박보영이) 그냥 앞에서 그 인물로 있어 주니까 저는 거기에 대한 반응만 하면 됐다. 그래서 '미지의 서울'을 하면서 반응하는 재미를 느꼈다."
Q. 갓세븐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한 세월이 십수 년이다. 배우 데뷔가 먼저였지만 '연기돌'이라는 수식어를 계속 가져가고 있다. 아직도 그 표현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까.

"저에게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같은 문제다. 어떤 것으로 시작했든 저는 일을 시작했고, 앞선 선배님들이 가수와 배우를 같이 하면서 길을 열어주신 덕을 크게 봤다고 생각한다. 저는 둘 다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방면'으로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거지 않나. 연기를 잘하면 배우로 봐주시고,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면 가수로 봐주시면 좋겠다. 지금은 다 잘 해내고 싶다."

Q. 10대에 데뷔해서 이제 30대가 됐다. 그간의 자신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스스로 느낀 성장한 지점도 궁금하다.

"예전에는 제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성격이 싫었다. 직업적으로 텐션을 확 올려야 할 때가 많은데 '나는 왜 그렇게 못하지' 하면서 스스로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용하고 나긋한 성격을 감추려 하기도 했다. 고슴도치 같았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갓세븐) 멤버들과 주변 사람들이 다 (제 빈 부분을) 채워주고 있었더라. 혼자 끙끙 앓았던 게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Q. '미지의 서울'은 30대 박진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덧붙여달라.

"'미지의 서울'을 통해 또 한 번 '좋은 이야기의 힘'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군 복무로) 1년 반을 활동하지 못해서 현장에서도 '나만 따로 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미지의 서울'을 하면서 여전히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함께하는 게 정말 좋다는 걸 느끼게 됐다. 이제는 앞자리가 바뀌었으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더 어른이 된 것 같다. 앞으로는 제가 더 듣는 작업, 더 호흡할 수 있는 작품으로 30대를 채우고 싶다."

"지금은 좀 편안한 역할을 하고 싶다. 항상 작품에서도 힘든 사랑을 많이 한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빨리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랑 이야기, 마음을 빨리 캐치하는 로맨스를 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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