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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본격' 대표님의 첫 여름, "흰머리가 많아질 정도"로 뜨겁게 완주 중 [인터뷰①]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7.16 17:03

사진 : © 2025, 우상희 All rights reserved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듣는 소설'은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였다. 듣는 소설과 오디오 북은 그 질감이 다르다. 오디오 북은 한 두명의 읽는 이가 책을 읽어 내려가는 거라면, '듣는 소설'은 책 속 등장인물마다 배우 캐스팅을 달리하고, 그에 맞게 연기하고, 소설 속 작은 소리까지 옮겨낸 과거 '라디오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의 콘텐츠다. '첫 여름, 완주'는 듣는 소설로 먼저 공개됐고, 이어 책장을 넘기며 보고 읽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이는 전시, 상영회, 아트북 등으로 이어졌다. 김금희 작가의 글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청각에서 시각, 후각 등 다양하게 그 감각을 확장해 나갔다. 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첫 여름, 완주'가 있었고, 박정민 대표가 있었다.

전시 '완주:기록:01' 현장에서 포착된 대표 박정민의 모습 / 사진 : 출판사 '무제' 인스타그램

Q. 올해 여름 '첫 여름, 완주'로 펼쳐낸 대표님 기록입니다. ▲ 4월 28일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 윌라 공개 ▲ 4월 30일 '첫 여름, 완주' 출간 ▲ 5월 13일 듣는 소설 OST 수록곡 가수 윤마치의 '초록' 뮤직비디오 공개 ▲ 5월 19일~6월 19일 전시 '완주 기록: 01' ▲ 6월 14일 CGV에서 진행된 '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상영회. 그 외에도 서울국제도서전 참여 및 여러 북토크 등이 진행됐습니다. 러프하게 쭉 열거해 봐도, '첫 여름, 완주'로만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하셨거든요. 한 작품의 감독님 같기도 하고요. 총괄 프로듀서 같기도 하고요.

"저는 그걸 해보고 싶었어요. '책 한 권을 가지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저 자신도 책을 좋아하지만, 항상 책은 그냥 책으로 남아있었어요. 책이라는 것이 내가 조용히 선택해서, 조용히 읽고, 조용히 보관하고 끝나는 거잖아요. 사실 굉장히 조용한 매체예요. 그런데 이걸 좀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런 책을 우리가 만들었습니다'라고 움직이면, 독자들 사이에서 어떤 피드백이 올지도 좀 궁금했고요. 그걸 '박정민'이라는 인간이 하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예전에는 그게 싫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왕 할 거면, 본업에서 내가 쌓았던 것들 것 이용해 보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책 한 권이 2차 콘텐츠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저희도 실험을 좀 해본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건 계속 해보고 싶다'라는 지점도 있거든요. 책마다 떠오르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첫 여름, 완주'라는 책으로 출판사 '무제'에서도 성공적인 테스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작가님을 모실 때에도 이런 다양한 움직임으로 조금의 이점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Q. 보통 오디오북의 제작 기간은 약 2주 정도인데, '첫 여름, 완주'의 듣는 소설 제작 기간은 8달 정도나 걸렸다고 들었어요. 그 기간을 통해 앞으로의 듣는 소설에 대한 방향성도 조금 명확해지셨을 것 같아요.

"엄청 많이 잡혔죠. 그 말은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다는 말이에요. 책을 읽는 것과, 듣는 소설을 만드는 건 아예 다른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미리 알지 못했던 거죠.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반복 수정이 너무 많았어요. 음악도 미리미리 어느 구간에 들어갈지 계산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제가 미리 계산을 못 하니 음악 작업을 요청하고, 받아서 넣고, 다시 들어보면 다른 비어 있는 곳이 또 보여요. 그러면 음악 감독님을 다시 찾아가서 '죄송한데요, 여기만 좀 만들어주세요' 부탁드려요. 또 쿨하게 해주세요. 심지어 음악 감독님은 미국에 휴식 차 놀러 가셨는데, 거기에서 제가 드린 부탁 때문에 악기 상점에서 악기를 빌려서까지 음악을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원고를 받으면, 공부를 완벽하게 하고 진행하면 저는 제작 기간을 최대 3개월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 기간을 사실 더 줄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두 번 만에 그렇게 확 줄일 수는 없을 것 같고, 최대 3개월까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 : © 2025, 우상희 All rights reserved

Q. 앞서 '첫 여름, 완주' 책이 10만 부 넘게 팔리면, 대표님의 낭독을 들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제 곧 들을 수 있는 건가요?

"아니요. 아직 안 넘었어요. 향해 가고 있죠. 그래도 초반보다 힘이 붙었어요. 그래서 고무적이고, 서점에서도 좋아해 주시고, 여기저기서 찾아주시는데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김금희 작가님께 너무 감사하거든요. 작가님께서 모든 것이 서툰 '무제'를 이해해 주시고, 협조해 주셨어요. 저는 진짜 많이 팔아드리고 싶어요. 저는 작가님께 인세 드릴 때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워요. 그래서 진짜 그때그때 '따박따박' 그냥 다 넣어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런 마음인데, 10만 부 넘게 팔리면 뭘 못 하겠습니까? 못 할 이유가 없죠."

Q. '첫 여름, 완주'는 열매가 자신의 돈을 떼먹고 숨어버린 친한 언니를 찾아, 그의 고향집에 가서 머무르며 변화해가는 삶을 향한 발걸음을 담은 책같이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대표님은 '자신만의 어저귀'를 찾는 것이 소설을 나만의 것으로 즐길 방법이라고 이야기하셨어요. '대표님만의 어저귀'가 궁금한 이유입니다.

"저는 어저귀가 어떤 자연 그 자체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은 인간들이 자기를 아무리 괴롭혀도 결국에는 인간을 끌어안고 살아가잖아요. 그 자연을 대변하는 것이 '어저귀'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사실 인간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계속 충돌하잖아요. 훼손하고, 자연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결국 자연이 이길 수밖에 없거든요. '어저귀'는 아무리 인간들이 서로 속 썩이고, 미워하고, 뭔가를 훼손하고, 자기들끼리 복작복작 살아도, '결국에는 안아주는 존재가 하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또 살아가고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어요. 저는 읽고 또 읽고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과연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그래서 괜히 내리사랑 같은 받으면 마음이 찡한 것처럼, 어저귀가 애틋해요."

듣는 소설 '첫 여름, 완주'의 OST 윤마치 '초록' 뮤직비디오 한 장면 / 사진 : 출판사 '무제' 인스타그램

Q. 그런 '어저귀'를 '초록' 뮤직비디오 속에서 절친한 친구이자, 배우 조현철에게 맡긴 이유가 있었을까요?

"(조)현철이는 제가 가장 편하게 부탁할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 마침 그때 저에게 부탁한 것도 있고.(웃음) 사실 '초록'의 연출을 맡아준 분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이한결 감독이에요. (이)한결 감독도 제 고등학교 1년 후배거든요. 그리고 (조)현철이랑 제가 동창이고요. 그리고 셋이 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갔죠. 그래서 '초록' 뮤직비디오를 앞두고 (이)한결 감독에게 먼저 부탁했어요. (이)한결 감독이 너무 자연스럽게 '가수 윤마치가 나오고, 남자는 (조)현철이 형이랑 하지, 뭐'라고 해서, 부탁하게 됐어요. 엄청난 큰 대의가 있지는 않았지만, 찍어보니 그냥 탁 붙더라고요. (조)현철이는 그런 힘이 있어요."

Q. 이제 '첫 여름, 완주'의 아트북이 나오면, 이 여름도 완주 될 것 같은데요. 아트북의 일부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전시해 놓으시려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보기가 힘들었다는 후문을 들었어요.

"도서전에서 '첫 여름, 완주'의 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저희가 담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좀 아쉽긴 해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것 역시 아트북에 실릴 예정입니다. '완주 : 기록 : 01' 전시에서 전시된 작가님들의 아트워크를 비롯해 미공개된 이미지, '첫 여름, 완주'의 OST '초록'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찍은 이미지, 그리고 제 글 등이 아트북에 담길 것 같아요. 제작 기록 같은 거죠. 소량으로 잘 만들어서 '첫 여름, 완주'를 좋아하셨던 분들에게 선물하는 느낌으로 잘 완성하고 싶어요."

사진 : © 2025, 우상희 All rights reserved

Q. '무제'의 첫 책은 2020년에 출간되었지만, 이번 여름은 '본격적으로' 대표님으로 보낸 첫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잘 완주하셨나요?

"아직 여름은 좀 남았죠.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흰머리가 많아졌어요. 저희 아버지가 흰머리가 많으셨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요. 저도 때가 온 건지, 아니면 이 여름이 너무 뜨거워서 갑자기 흰 머리가 많아진 건지. 둘 중에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어디 가서 '저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했어요."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도록 달렸다. 사실 박정민 대표는 그 모든 프로젝트에서 다른 사람에게 역할을 남기며 뒤로 물러선 적이 없었다. 전시를 위해 직접 일본에 가서 도자기 작품을 품에 안고 돌아왔고, 하루 전날까지 밤새 작품을 설치했고, 전시가 진행되는 약 한 달 동안 전시장을 지켰다. 이것 역시 그가 얼마나 프로젝트에 진심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들일 뿐이다. 김금희 작가는 여러 장소에서 '어저귀를 박정민이 맡았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어찌 보면, 박정민은 '첫 여름, 완주' 프로젝트의 총괄 기획자였고, 프로젝트 어디에나 자리하고 있던 여름의 '어저귀'였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구덩이 속에서 열매의 감각을 확장해 주던 어저귀, 열매의 귓가에 연못의 물결 소리, 땅벌레들이 길을 찾는 소리 등을 들려준 어저귀 말이다. 그의 본격적인 대표로서의 '첫 여름'은 그렇게 '첫 여름, 완주'를 다양한 감각으로 전해주며 뜨겁게 '완주' 중이다.

* 이번 인터뷰는 '박정민'이라는 한 사람을 세 가지 이름으로 조명합니다. 그 세 가지 이름은 듣는 소설부터 전시까지 다양하게 펼쳐낸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 프로젝트(?) 이끌어간 본격 ''무제' 대표 박정민', 지금까지 네 권의 책에 새겨진 '펴낸이 박정민',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배우 박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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