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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 본업 돌아올 결심 "현장에 돌아간 제 모습, 저도 궁금해요" [인터뷰③]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7.16 17:01

사진 : © 2025, 우상희 All rights reserved

출판사 '무제'의 박정민 대표의 인터뷰 사진은 우상희 작가가 맡아 진행했다. 그와는 이미 약 15년쯤 전부터 샘컴퍼니 소속 배우 박정민의 사진을 맡아 찍어왔던 인연이 있다. 더불어 우상희 작가의 작품은 '완주:기록:01' 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그의 얼굴을 담았던 그가 인터뷰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박)정민 씨, 지금 눈에 감정이 하나도 없어졌어요"라고. 그러자 보였다. 인터뷰 내내 의심하지 않고, 그를 부른 호칭은 '배우'가 아닌 '대표'였다. 무제의 굿즈로 만든 애착(?) 대표 셔츠를 입었을 때 그는 '배우'가 아닌 '대표'로 자리했다. '배우'일 때 쏟아내던 눈빛이 가라앉았고, 차분해지고, 잠잠해졌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우 박정민'으로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우상희 작가의 말에 과거 박정민이 했던 말이 겹쳐졌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 내가 출연한 어떤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 때, 그동안 미뤄두기만 했던 '배우로서의 쉼표'를 결정했다고. 그리고 그 쉼표 동안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2시 넘어 퇴근하며 '덜' 안식했고, '더' 무리했다. 그런데, 즐겁다고 한다. 그 즐거움 속에 '배우로 쏟아내던 감정들'이 비워졌다. 이제 다시 채워질 차례다.

사진 : © 2025, 우상희 All rights reserved

Q.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우 박정민'의 인터뷰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그때는 굉장히 예민함이랄까, 긴장감이랄까, 그런 감정들이 몸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할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온전히 제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말실수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예민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무제'는 제 회사고, 손해를 봐도 제가 제일 크게 보고요. 그러니까 조금 더 편한 것 같아요. 그리고 출판업을 하면서 좀 캄(calm, 차분한)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다 내성적이세요. 조곤조곤 말씀하시고, 큰 소리를 내는 걸 원하지 않으세요. 사실 우리끼리 엄청 큰 일처럼 이야기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회의하고, 토론하고, 이러거든요. 그런 것들 것 저는 사실 좀 재미있어요."

Q. 대표님으로 완벽 적응하신 것 같은데요.

"누군가는 저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세요. 그래서 한 번은 여쭤봤어요.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다들 '선생님, 작가님' 부르면서 서로서로 엄청 격식을 차리고 존대해요. 그런 게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제 성향에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영화 현장은 사람도 많고, 굉장히 동물적이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엄청 동물적이지 않아요. 늘 글로 이야기하고 이러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캄'헤지는 게 있어요."

'완주:기록:01' 전시 현장에서 포착된 박정민의 모습 / 사진 : 출판사 '무제' 인스타그램

Q. 주변 분들도 그렇지만, 극장에서 무대인사로 만났던 관객분들과, 북토크로 만난 독자분들은 또 달랐을 것 같은데요.

"제가 좀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어요. 성해나 작가님 북토크 진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창비 측에 제가 사회를 본다고 미리 공지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드렸었어요. 성해나 작가님의 팬 분들을 모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작가님 팬 분들이 모여계신 자리를 제가 간 적이 있었는데요. 굉장히 달라요. 그곳의 분들은 작가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수첩에 받아 적으세요. 그리고 북토크 내내 책을 계속 보며 작가님의 이야기를 비교해 가며 들으세요. 작가님에게 나오는 어떤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북토크 현장이 굉장히 귀엽고 아기자기한 모습도 있잖아요. 다름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Q. 지난해 '배우 박정민으로서 갖는 쉼'을 선포 아닌 선포하셨잖아요. 그리고 어쩌면 더 열심히 '대표 박정민'으로 시간을 보내셨어요.

"제가 촬영장에 없고, 사무실에 있고. 이게 안식이죠. 제 친구들이 출근하는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친구들이 퇴근하는 시간보다 더 늦게 퇴근하고 그렇죠. 그렇다고 해도 제가 그들의 삶을 모조리 다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해서 살다 보니, 인간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게 또 적응을 해요. 항상 촬영장 다니고, 쉬는 날에는 누워만 있던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또 해요.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들어요.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면, 금방 적응하겠다고요. 그래서 저는 궁금해요. 빨리 또 내년이 되어서 만약에 누가 저에게 일 시켜주신다면, 현장에 빨리 가보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사진 : © 2025, 우상희 All rights reserved

Q. 그래서 예전에 기시감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던 자신의 표정에서는 벗어났나요?

"근데 확실히 좀 달라진 느낌이 있어요. 그런 걸 기대하고는 있죠. 저도 이 일을 밀어붙여서 했을 때, 저에게 오는 감정의 변화, 삶의 태도, 책을 대하는 방식, 혹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등 이런 것들에서 자연스럽게 오는 변화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때그때 뭔가를 관찰해서 캐치하고 이런 게 아니라, 그런 매일의 변화들이 쌓이면,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변화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저도 하고 있는 거죠. 만약에 똑같다면 '괜히 쉬었네'가 될 수도 있고요. (웃음) 아직은 일이 없는데, 정해야죠. 이제 슬슬 정해야 할 때가 됐죠."

박정민의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배우 박정민'을 만나보게 될 가장 빠른 작품은 아마도 지난 2024년 촬영한 연상호 감독의 독립 영화 '얼굴'이 될 것 같다. '얼굴'에서 박정민은 1인 2역에 도전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촬영을 마친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 역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돌아올 '배우 박정민'의 얼굴은 어떨까.

* 이번 인터뷰는 '박정민'이라는 한 사람을 세 가지 이름으로 조명합니다. 그 세 가지 이름은 듣는 소설부터 전시까지 다양하게 펼쳐낸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 프로젝트(?) 이끌어간 본격 ''무제' 대표 박정민', 지금까지 네 권의 책에 새겨진 '펴낸이 박정민',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배우 박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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