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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섭 "달리기 12초…손에 쥔 것 없는 이가 보여줄 수 있는 의지라 생각" [인터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7.24 00:01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김독자' 역을 맡은 배우 안효섭 / 사진 : 더프레젠트컴퍼니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제목처럼 주인공 '독자'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전지적 안효섭 시점'이 가능해야 함께 따라갈 수 있었던 작품이다. 초반에 제대로 싸워본 적도 없이 이미 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김독자부터, 멸망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10년 동안 읽어온 웹소설의 내용에 기대어 미션을 달성하고 코인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스스로 올려가는 그의 성장까지. '안효섭'이 있었기에 몰입도를 높여갈 수 있었다. 판타지 장르이고, 독자는 때로는 불가능한 액션을 선보였지만, 안효섭은 그 속에서 한 번도 초능력을 쓰는 슈퍼 히어로처럼 하늘 위에 떠 있지 않았다.

인터뷰 당일,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커다란 테이블의 중간에 앉은 안효섭은 여전히 그런 김독자였다. '사내맞선', '너의 시간 속으로' 등의 작품을 통해 만나온 안효섭이지만, 도대체 그의 진짜 얼굴을 모르겠다. 그는 작품 속에 캐릭터로 존재했고, '안효섭'의 얼굴은 최대한 흐릿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전지적 독자 시점' 속 김독자 역시 그랬다. '안효섭'이라는 이름 대신, '독자'로 작품 속에 선명하게 남기까지 그의 노력과 고민이 있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Q. 시나리오를 보고 심장이 끓어올라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굵직하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저도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 이 작품이 어떻게 실사화되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너무 궁금했어요. 두 번째로는 '김독자' 역할에 끌렸어요. 당시 작품을 연속으로 여러 개 계속 달리던 와중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회의감이 들었고, 이리저리 치이며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였어요. 그때 혼자 카페에서 대본을 보는데, 독자도 그런 인물이더라고요.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고,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고.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한 역할인데, 독자의 그런 모습 속에 제 모습을 봤어요. 거기에 끌림이 있었어요. 거의 모든 주인공은 특색이 있잖아요. 강점이나, 모난 점, 잘난 점이 있는데, 독자는 그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 독자를 내가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촬영 두 달 전부터 감독님과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독자의 평범함이 뭘까. 독자를 보여줄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뒷사람을 위해 계속 잡고 있는 문 같은 장면으로 설득을 시키고 싶었어요."

Q. 김독자는 시나리오를 통과하며 점차 성장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인물은 배우 안효섭이 오롯이 표현해낸 변화의 몫이기도 했다.

"장르가 판타지이지만, 그럴수록 땅에 발이 디뎌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독자가 인류애적인 선택을 할 때,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고민을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그런 현실적인 고민 덕분에 판타지로만 보일 수 있는 이야기가 잘 땅에 붙어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제가 촬영하다가 '컷'했을 때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방금 너무 히어로 같지 않았어요?' 였어요. 독자는 누구나 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거든요. '독자'가 코인을 이용해 업그레이드되며 조금씩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을 점진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같은 정장 같지만, 사실 옷도 세 벌 준비했거든요. 처음에는 좀 아버지 옷 입은 것처럼 어벙하다가 점점 옷이 타이트해져요. 막바지가 되면 가장 옷에 딱 맞은 정장을 입어요. 점점 구색을 갖춰간다는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고, 그걸 입고 좀 더 정갈하고, 독자가 성장하는 액션을 보여주는 타이밍을 노려서 계산적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김독자' 역을 맡은 배우 안효섭 / 사진 : 더프레젠트컴퍼니

Q. 말씀처럼 초반의 독자는 어벙하고, '루저'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점차 성장해 간다. 하지만 유일하게 '달리기'만큼은 처음부터 감탄하게 했다. 원래 달리기를 잘하는 편인가?

"냅다 뛰었고요. (웃음) 사실 빠르다기보다, 100m (달리는데) 12초 정도. 캐나다에서 학교 다닐 때 교내 달리기 선수였거든요. 높이뛰기, 멀리뛰기 선수도 했고요. 다들 저를 보시면 '운동을 못할 것 같다'라고 하시는데, 저 사실 운동 많이 했습니다. 초반의 독자는 특별한 능력이 없잖아요. 열심히 뛰기라도 하는 것이 독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거로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는 사람이 '달리기'라고 생각해서요."

Q. 물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어룡, 불을 내뿜는 화룡 등과 맞서 싸워야 했다. 굉장히 이질감 있게 다가올까 봐 작품을 보기 전 염려했던 지점이기도 했는데, 굉장히 그 축각까지 전달받은 느낌이었다.

"제가 '블루스크린 앞에서 힘들지 않았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그런 순간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이 창피한 거예요. '나도 이걸 믿지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설득시킬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는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덕분에 어룡, 화룡의 감각도 좋게 살아난 것 같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은 현장에서 다 공유해 주셨어요 여기서는 크리쳐가 이렇게 덤빌 거고, 이빨은 이렇게 딱딱할 거고, 찌르면 잘 안 들어갈 거다 등 디테일 있잖아요.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대화가 필요했어요. 제가 그 과정에서 배운 건,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아무리 CG(컴퓨터 그래픽)이 완벽해도, 인터렉션이 만나지 못하면 어색한 작업이 되어버린다는 것."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Q. '전지적 독자 시점'은 기존 아포칼립스 물과 또 다른 지점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위한 선택을 하기보다 오롯이 지금의 나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어떤 능력치를 높일지 스스로 선택해, 동료들과 앞으로 나아가는 지점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어떤 이유 때문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계속 고민하고 자기가 선택하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정이거든요. 그 여정 속에서 저는 현실적인 고민이 가장 중요했어요. '이게 진짜 현실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것을 관객과 같이 고민하는 것이 이 작품에 임했던 제 목표였어요. 그래서 관객과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요."

Q. '진짜 현실이라면' 안효섭에게 주어진 코인으로 어떤 능력치를 높이고 싶을까.

"저는 지혜로움에 다 걸고 싶어요. '지혜'라는 건 모든 분야에 포괄적으로 해당되는 것 같아요. 무언가 때문에 행복하게 싶은게 목표가 아니라,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목표인 사람으로 지혜를 가장 높이고 싶은 것 같아요."

Q. 데뷔 10년 만에 처음 스크린에 도전한 작품이다. 어떤 전환점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저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 스크린 안에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자라왔거든요. 이번 작업을 통해 '영화라는 작업은 재미있고, 앞으로 설레게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던 시간 같아요. 앞으로의 제 미래가 정말 기대돼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김독자' 역을 맡은 배우 안효섭 / 사진 : 더프레젠트컴퍼니

Q. 제목이 '독자' 시점인 만큼, 이 작품에서도 내레이션이 많았다. 그런데 그 전에 넷플릭스 '케이팝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를 통해 안효섭의 목소리에 대한 선이해가 있었다.

"저는 처음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케이팝데몬헌터스? 뭐야'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가 본 댓글 중에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제목'이라는 글도 있었어요. 저는 사실 '진우'가 너무 멋있었어요. 대본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저는 다 떠나서 어떤 프로젝트이든 제가 끌리는 걸 하는 성격이거든요. 순수한 마음으로 끌려서 한 거고요. 이렇게 사랑받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Q. 가창력도 엄청나다. 직접 '케데헌'을 커버한 영상도 큰 사랑을 받았다. 혹시 댄스 커버의 가능성은 없을까?

"없어요. 춤은 안 추려고요. (웃음) 노래는 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사람이라서요.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커버 같은 걸 올린 거고요. 그냥 좋게 봐주시니 얼떨떨해요. 가볍게 접근한 건데 큰 아웃풋이 나와버려서, 제가 진우로서 거둔 결과물들이 엄청 뿌듯합니다. 사실 다 떠나서 저도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 뿌듯해하고 있어요."

Q. 지난 2015년 tvN 방송 '바흐를 꿈꾸며 언제나 칸타레2'로 데뷔한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쌓아가고 싶을까.

"저는 그냥 묵묵히 하루하루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어떤 결과를 바라고 작품에 임한 적도 없었고요.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한 것도 없었고요. 그저 하고 싶어서 했고, 하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임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10년 동안 묵묵히 걸어온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토닥거려주고 싶고요. 앞으로도 똑같을 것 같아요. 앞으로 미래를 그리기보다, 심장이 끓는 이 순간을 최대한 열심히 살자가 제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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