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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책임감 많이 졌던 20대…지금은 도전하는 시기" [인터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7.25 00:01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 / 사진 : MYM엔터테인먼트

배우 이민호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 잘생김, 완벽한, 풀소유의 대명사가 '이민호'로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건, 아마도 '파친코' 부터 였을 거다. 그 속에서 그는 살을 찌우고, 한 여인의 삶을 쥐락펴락한 기존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그리고 1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이민호는 극을 이끌고 가는 인물이 아니다. 잠깐의 등장에도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주인공 서사를 모두 보여주는 세계관 그 자체인 유중혁을 맡았다. 김독자(안효섭)가 10년 동안 읽은 웹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그 소설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도 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모습이 이민호의 어떤 지점을 건드렸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Q. 영화 '바운티 헌터스: 현상금 사냥꾼'에 이어 10년 만에 영화 작업에 임했다.

"20대 때부터 배우로서 그런 마음이 있었다. 어떤 정서적인 해소나 깊은 이야기를 느끼고 싶을 때 가는 곳이 극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0대가 지나서 많은 이야기와 큰 정서를 담을 사람이 되면, 그때쯤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경험의 시기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쯤, 이 작품을 만났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이번 작품은 거의 기획 초반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작품의 방향과 의미 등을 충분히 소통하며 준비했다."

Q. 유중혁은 첫 등장만으로도 '주인공'의 서사를 가져와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더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그 어떤 작품보다 시작부터 명확하게 '주인공'의 느낌을 풍겨야 하는 캐릭터였다. 보통 주인공이라 하면, 인물의 성격, 환경 서사 등 배경이 설명되는데, 유중혁은 그런 게 없이 독보적인 세계관을 대변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작업을 하면서 내내 유중혁을 통해 이 세계관을 대변하고, 설득력 있어야 하기에 처절하고, 처연한 지점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 / 사진 : MYM엔터테인먼트

Q. 그 말처럼, '전지적 독자 시점' 속 유중혁은 우뚝 서 있는 존재로 보였다. 처연함 속에 그 아우라를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임했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이라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고, 살아내는 인물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유중혁을 상상하며 가졌던 키워드는 '고요 속의 고요'였다. 앞으로 계속 서사가 이어진다면, 엄청난 파장이 될 텐데 그 시작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안한 고요가 아닌, 전쟁의 시작 전 고요 같은 느낌을 떠올렸다. 진짜 고요해 봐야, 엄청나게 큰 상반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Q. 누적 조회수 2억 뷰 이상을 기록한 동명의 원작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많은 분이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은 정서와 코드가 있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는 늘 부담이 된다. 잘해야 본전인 경우가 많으니까. 이 작품도 진짜 치열하게 거부하고, 거부하다가 하게 된 느낌이다. 처음부터 '캐릭터가 좋고, 멋있으니 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 늘 해야만 하는 이유들이 저를 계속 건드리고, 자극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유중혁이라는 인물은 삶을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서 닮고 싶은 지점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좋은 IP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 / 사진 : MYM엔터테인먼트

Q. 유중혁이 삶을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서 닮고 싶은 지점은 어떤 지점인지 궁금하다.

"그 끝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지 않나. '멸살법' 세계 속에 그 끝이 희극이라는 전제도 없다. 사실 미션이 주어진다고 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되지 않나. 그럼에도 그 순간순간을 나의 사명이라 받아들이고, 스스로 묵묵하게 이겨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런 모습이 제가 닮고 싶은 지점이었다. 결과, 혹은 기대에 상관없이 주어진 지금 순간에 묵묵히 해나가는 것. 그렇게 나아가고 싶다."

Q. 너무 큰 책임감과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20대 때 책임감을 많이 짊어지고 살았던 것 같다.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주제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과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는 충분히 그 시기를 지나왔다. 다시 한번 경험하고, 자유를 꿈꾸는 시기에 돌입한 것 같다."

Q. '파친코'를 선택했을 때, 이민호의 다른 모습을 본 것 같다. 전에는 너무나 완벽한 캐릭터의 모습이었다면, '이민호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던 것 같다.

"'파친코' 속 캐릭터 때문에 5kg 정도 증량하고 나왔는데, '작품 하는데 살도 안 빼고 나왔다'라는 반응이 있었다. 캐릭터에 맞춰서 살을 찌운 건데, 그런 반응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인간다운 지점'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모라기보다, 이민호에게서 봐온 것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Q. 그 길을 한걸음 먼저 지나온 선배로 안효섭을 바라볼 때, 유중혁과 김독자의 느낌도 든다.

"각자 가는 길이 있다. 선배의 길도, 후배의 길도 존중하는 편이다. 그 사람이 가는 길의 좋은 점을 바라보려고 한다. (안)효섭이와 개인적으로 소통한 적이 없어 몰랐는데, 눈을 처음 마주한 순간, '독자'의 눈빛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 '이 친구가 본인만의 길을 잘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안)효섭이가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그것에 답해주는 선배 정도였던 것 같다."

Q. '전지적 독자 시점'의 원작을 보고, 이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그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전지적 독자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이것만이 아닌 더 큰 이야기를 해왔다. 한 편에 너무 많은 서사가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작품의 방향성을 흐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편을 '모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모험이 시작된 후, 다음 편이 이어진다면, 인물들이 깊이 얽히고, 가치관 충돌이 명확하게 일어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유중혁'과 이제 경험을 막 시작한 '김독자'가 대립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 역을 맡은 배우 이민호 / 사진 : MYM엔터테인먼트

Q.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 된다. 또, 마흔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또 앞으로를 준비하는 이 시기에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외모보다 사고의 흐름에 편견이 없고, 기준이 없어야 할 것 같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한 13년 정도는 책임을 다하는 삶이었고, 한 5년 정도는 그 경험을 정의 내리는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은 다시 경험하는 시기다. 저는 한 번도 목표나 꿈을 크게 꿔본 적이 없다. 기준이 없고, 순간순간 변화하는 찰나에 유연했던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기보다 늘 새로운 환경에 저를 던져놓으며 생존해 나갈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늘 챌린지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사람이고 싶다."

Q. 일상 속 경험을 통해서 어떤 '영감'이 되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 같다. 저는 자연과 바람만 있으면 힐링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전거 타면서 힐링을 많이 한다. 집 밖을 잘 안 나갔는데, 자전거를 타고 많이 나가게 된다. 예전보다 편안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느끼고 있다. 요즘에는 오히려 게임도 서핑도 잘 안 한다. 게임의 재능을 다른 쪽으로 쓰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때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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