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4제곱미터'에서 노우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강하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를 본 후,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그걸 눌러야 했는데'라는 말이다. 그만큼 영화 '84제곱미터'는 제목부터 일상과 닿아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국민 평형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까지 밑바닥으로 갈 수 있는지, 그 네모에 올라서기 위해 사람이 어떻게까지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가 켜켜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는 배우 '강하늘'이 있었다.
강하늘은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84제곱미터'에서 우성 역을 맡았다. 정확히는 '노우성'이다. 빛을 보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아파트를 샀지만, 빚만 지고 그에게 빛은 없다. 어떻게든 빚을 해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코인에도 투자했지만, 상황은 첩첩산중으로 흐른다. 'NO우성'이 되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며, 관객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네모반듯한 세상을 온통 '강하늘'로 가득 채우면서 말이다.
영화 '84제곱미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84제곱미터'가 지난 7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일상 스릴러인 만큼,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가족들에게 연락이 왔다. 친척 형님이 실제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시더라. 코인과 층간소음 모두 실제로 경험해 본 분이시다. 영화처럼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연쇄적으로 온 건 아니지만, 둘 다 경험해 본 형님이 진짜 현실적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Q. 영화 속에서 노우성은 점점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아간다. 심지어 6일간의 변화를 하루 동안 촬영했다고 하셨다. 감정의 폭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그냥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했다. 겪어야 하는 상황이 겹겹이 쌓여야 했기에, 조금 계획을 섬세하게 짜긴 했다.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일이 터지고, 또 다른 일이 터지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조금 더 날이 서 있게 계획을 짰다. 처음 집값 때문에 고민할 때부터 코인 때문에 생길 감정선까지 계산해서 전략을 짰던 것 같다."
Q. 계속 몰리는 상황을 보면서도, '블랙 코미디'같이 숨을 쉴 수 있었던 건, 그 틈을 만들어 놓은 강하늘 덕분이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그 자체가 주는 답답함과 딥함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제가 조금 톤을 올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씀드렸다. 대본 구성을 바꿀 수 없으니, 제가 연기 톤을 조금 올려서 그 중간 지점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중화시키지 않으면 내용의 딥함을 보기에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도 동의해 주셨다. 소소한 부분인데, 회사 옥상에서 친구랑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흥분하는 장면도, 진지한 느낌보다 조금 우스워질 수 있는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에도 화가 나고, 별거 아닌 것에도 반응하고 그러지 않나. 조금 더 가벼운 톤이랄까."
영화 '84제곱미터'에서 노우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강하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84제곱미터'를 본 대부분 관객의 반응은 경찰서에서 테이저건(전기충격총)을 맞으면서도 누르려 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저희끼리 '경찰서 씬'이라고 부르는 장면인데, 감독님께서도 제일 신경을 많이 썼고, 제일 힘을 많이 준 장면이었다. 장면의 톤이 제일 중요했다. 글로면 되어있는 걸 읽으면 웃기다. 테이저건을 맞고 참으면서도 그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이 잘못하면 여태까지 쌓아오던 감정을 무너트리고 그냥 코미디로 가버릴 수도 있었다. 감독님과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은 '웃픈 감정(웃기고 슬픈)'이었다. 당시 모니터가 다 블루 스크린이었다. 멀쩡한 핸드폰을 보면서 연기했다. 굉장히 과하게도 찍고, 덜하게도 찍고 여러 버전을 촬영했다. 그중에서 감독님께서 골라서 편집해 주신 거다. 경찰서 씬만 4일 정도를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감독님이 원했던 포인트로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제가 연기한 건데도 보면서 '빨리, 빨리, 빨리' 마음이 들더라. 완성된 장면에서는 핸드폰이 깨져있으니, 느낌이 더 살더라. 이건 감독님의 힘이다."
Q.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매달 한편씩, 강하늘 주연작이 무려 다섯 편이나 공개됐다. '월간 강하늘'이라는 말이 딱이다. '스트리밍'(3월 21일 개봉), '야당'(4월 16일 개봉), '당신의 맛'(5월 12일 첫 방송), '오징어 게임3'(6월 27일 공개), '84제곱미터'까지. 비결을 생각해 본 적 있었을까.
"진짜 잘 모르겠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니까 찾아주시는게 아닐까요? 연기자가 해야 하는 건,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쓰신 대본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 그게 다인 것 같다. 시키는 것 그대로 하고, 그렇게 하니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다작을 하고싶어서 한 건 아니고, 이번에 차례로 공개된 것들이 지난 3년 동안, 그리고 '스트리밍'은 5~6년 전에 찍어놓은 거다. 저는 한 작품을 찍고, 쉼을 갖고, 그다음 작품을 찍고. 저만의 템포를 가지고 찍었다."
영화 '84제곱미터'에서 노우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강하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월간 강하늘'의 다섯 작품을 통해서 엿 본 성장도 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지극히 엔터테인먼트구나'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많은 분이 즐겨야 하고,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 안에서 연기자로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것 같다. 여러 작품이 공개되며, 웹 예능에도 많이 나갔고, 홍보하면서 여러 활동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고, 재미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 제가 엄청난 메시지를 드리기보다, 다 떠나서 제가 나온 작품을 보는 분들이 약 2시간 남짓 상영 시간 동안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연기자가 할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거창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들면서 느끼는 건, 생각보다 사람들은 모두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그렇기에 내가 해야 하는 연기라는 것은 그분들의 치열한 하루에 두 시간 남짓 흥미 있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주는, 그것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Q. '야당'이 올해 유일하게 관객 수 300만을 돌파한 작품이 됐다. 반가운 결과이면서 동시에 극장을 찾은 관객 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방증에 씁쓸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바뀌어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건가라는 생각도 한다. 사실 여러 요건이 합쳐진 결과 같다. 혹자는 OTT의 등장으로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극장의 위기론에는) 무수한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분명히 나아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고, 흥미를 느끼고자 하는 마음은 언제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구체적인 방안은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Q. '월간 강하늘'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을까. 완전히 극강의 빌런 변신도 궁금하다.
"제가 욕심을 낸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욕심도 많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대본을 읽었을 때, 재미있으면 우성이도 될 수 있고, 빌런도 될 수 있고,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저의 빌런 변신을 보고 싶다면, 2년 안에 제가 꼭 치를 떠는 빌런에 도전해 보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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