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한 번 받아본 사랑을 내려두고"…늘 찾게 되는 '서현우' 맛의 비결 [인터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7.31 00:01

영화 '84제곱미터'에서 영진호를 맡은 배우 서현우 / 사진 : 넷플릭스

*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84제곱미터'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서현우가 뇌리에 처음 각인된 것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때였다. '어디서 저렇게 '송과장' 같은 사람을 데려왔을까?' 생각하자, 철성(헤어질결심)으로, 킬러(킬러들의 쇼핑몰)로 점차 작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의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작품 속에서 매번 얼굴을 '찾게 하는', 최근 "점점 잘생겨진다"라는 반응의 서현우를 만났다.

서현우는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에서 영진호 역을 맡았다. 노우성(강하늘)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산 아파트의 윗층에 사는 남자다. '84제곱미터'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기본 평형이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 스릴러 장르를 이끌고 가는 한 축이다. 전에 보지 못했던 서현우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84제곱미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Q. 영진호의 처음 등장함부터 압도적이었다.

"진짜 공을 많이 들였다. 머리 스타일부터 서 있는 형태라던지, 그리고 보여지는 문신 등도 고민했다. 여태 해보지 않은 과격함과 폭력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렇게까지 작품에서 소리 지르고 발광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감독님께서 영진호에게 원했던 비주얼이 있었다. 유행을 따르는 근육질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파이터 같은 모습을 원하셨다. 딱 보기에도 대화하기가 불편한 느낌을 주어야 했다. 첫 등장에서 감독님과 영진호의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의로 팬티만 입고 나오는 것이 어떠냐?'라고 이야기했다. 우발적으로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진호를 담고 싶었다."

Q. 영진호에게 새겨진 문신들에 다른 의미가 있었을까.

"문신 분장해 주신 분께서 '어떤 무장단체에서 사용하는 문신'이라고 하셨다.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진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노출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문신하는 분들은 알아보실 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철석같이 믿었다."

Q. '84제곱미터'를 연출한 김태준 감독에 대해 '이름부터 TJ'라고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계획적인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더해진 서현우의 해석도 궁금하다.

"영진호라는 이름부터 뜻이 다 있었다. 영상으로 진실을 알린다고 그렇게 명명했다. 감독님이 설계한 진호의 모습 자체가 뚜렷했다. 제가 더 추가하고 아이디어 낸 장면이라면, 장도리를 들고 통화하는 모습이라거나, 인터뷰할 때 장도리를 마이크처럼 쓴다거나 하는 지점이었다. 이 사람의 평소 말투와 다르게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 톤 같은 말투를 쓰는데, 그런 디테일을 담고 싶었다."

영화 '84제곱미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Q. 영진호가 생각한 노우성(강하늘)이 궁금하다.

"극단적인 상황의 노우성이 영진호에게 영감이 된 것 같다. 오히려 코인을 해준 것이 너무나 '땡큐'인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사람들을 살해하는 구조를 그리는데, 너무 좋은 주연 캐릭터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진호도 오래전에 이 일을 했을 때는 사명감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은화(염혜란)로 인해서 1년 동안 취재한 것이 무산되지 않나. 그런 일을 겪으며, 정말 윗선을 건드리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만 다가갈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진 것 같다. 소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인 증세가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근본적으로 장부를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전투적인 발상을 한다. 영진호에게는 삶이 전투이고 전쟁이다. 영진호를 맡으며, 그런 세계관 속에서 '이것이 맞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Q. 앞선 강하늘 인터뷰에서 서현우에 대해 '아이디어 뱅크'라고 표현하더라.

"강하늘은 현장에서 '노우성'으로 귀신처럼 존재했다. 정말 많은 회차를 소화했다. 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제가 보기에 정말 '아이디어 뱅크'는 강하늘 같다. 마지막에 은화에게 장도리로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른 분들은 다 퇴근하시고, 감독님, 염혜란, 강하늘, 그리고 저까지 넷이 회의했다. 그 장면이 원래는 인터뷰 형식이 아니고, 진호가 협박을 이어가는 폭력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넷이서 '영진호스러운 방식'을 고민했다. 강하늘이 '장도리를 마이크처럼 해도 재밌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봉지를 씌우고, 벗기는 타이밍까지 만들어갔다. 기존 시나리오에,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더해져, 공연 연습하듯이 저희끼리 연습하고 동선을 만들어갔다. 모두 퇴근한 텅 빈 세트에서 함께 연습했던 순간은 잊지 못할 작업 같다."

영화 '84제곱미터'에서 영진호를 맡은 배우 서현우 / 사진 : 넷플릭스

Q. 맡은 역할마다 '서현우'가 아닌 그 캐릭터로 작품에 보는 맛을 더해준 것 같다. 캐릭터에 다가가는 비결이 있을까.

"감사하게도 참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 생각보다 복잡하게 접근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본에 굉장히 충실한 편이다. '84제곱미터'만 해도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거치며, 제가 자기주장을 좀 내려놓은 것 같다. 그것이 다양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연기에 익숙해지면, 검증된 연기가 생긴다. 여러 결의 목소리 중 '이런 표정을 지을 때', '이렇게 소리 지를 때' 반응이 좋다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고통이 시작되는 것 같다. 변화를 주기 어려워지고 고착된 상태가 된다. 이미 대중에게 한 번 사랑받은 선택을 유지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어떨 때는 '안전한 방법'이 욕심이 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감독님과 동료, 스태프들의 의견에 많이 열어놓는다. 그러면 제가 몰랐던 제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 인물이 풍성해지는 것 같다.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수많은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출연 당시, 타지에서 직접 생활을 해보는 등 그 캐릭터가 되기 위한 자기 루틴이 있지 않았나. 이제는 캐릭터가 다양해지면서 그런 경험은 어려워졌을 것 같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관찰이다. 요즘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서 직접 가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직접 관찰하고 싶으면 오프라인에 나가서 관찰한다. 다만, 절대 그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그 사람이 된 것 같이 몰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관객, 시청자분들께 대신해서 전해주는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늘 없다. 어떻게 그 인물로 보일 수 있을까를 관찰하고 파악해 가는 루틴에는 변함이 없다."

Q. '점점 잘생겨진다'라는 반응이 많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데,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다.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공통적으로 이유를 찾아보자면, 운동을 계속 꾸준히 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끔 하고 쉬었는데, 지금은 3년 넘게 수영과 PT를 꾸준히 하고 있다. 제가 상대적으로 체중 증량과 감량이 많았던 캐릭터라서, 잘 봐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웃음)"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