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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리거' 김남길 "특등 사수 출신이지만…이전과 달리 액션 겁나기도"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5.08.01 15:27

사진: 넷플릭스 제공

배우가 필모그래피를 늘려간다는 건, 대중과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김남길은 믿음직스러운 배우 중 하나로 통한다. '볼 맛 나는 연기'로 스스로 흥행력을 인증해 내기 때문이다. 최근 '열혈사제' 시리즈로 코믹 액션 장르에서 독보적 이미지를 구축한 그가 다시 총을 들었다. 코미디는 싹 지우고서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다. 극 중 김남길은 과거 위험 분쟁 지역에서 군 스나이퍼 출신인 현직 순경 '이도' 역을 맡았다. 이도는 불법 총기 사건을 마주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드는 인물이다. 총 자체가 소재가 된 작품인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했다. 김남길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하는 과정에서, 절제를 내세워 작품에 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김남길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트리거'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비영어 시리즈 4위에 오르는 등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남길은 "다들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와 의미가 좋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더 좋았다"라며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Q. '트리거'라는 작품에 끌린 이유가 궁금하다.

저는 이 기획 자체가 좋았다. 우리나라는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를 지기 때문에 인구 절반이 총을 다룰 수 있는 나라지 않나. 그런 나라에 총기가 풀리면 여러 갈등과 이슈가 많아질 수 있다. 저도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누군가를 응징하는 것보다도 총이 가진 권력적인 부분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가치관이 바뀌었다. 어떤 형태로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 작품을 한 후에는 '누군가를 죽여야만 이뤄지는 평화는 재앙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과거 소화한 장르물 속 총기 액션과 다른 지점이 있었다면.

보통은 (총이) 빌런을 응징한다든지 복수의 도구로 쓰인다면 '트리거'에서는 누군가의 트리거를 자제하기 위해 쓰인다. 그래서 그 사람(가해자)의 행동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는 정도로만 사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맨몸 액션을 더한 경우가 많았다. 맨몸 액션은 방어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살생까지는 잘 안 가지만, 총은 확실히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도구로 인식이 돼서 그런 점에 차별을 두려고 했다.

이 캐릭터 자체가 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군대 다녀온 분들은 어느 정도 총기 관리는 할 수 있으니까 저는 더 스피디하게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특수부대 출신 분들이 자문해 주셨는데, 총기 조립하는 걸 보여주면서 순서나 전문적으로 하는 손짓 같은 것도 배웠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시 (총 다루는) 연습하면서 찍었다. 실제 총을 잡으면 (감이) 되살아난다. 제가 훈련소에서도 특등 사수였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총을) 잘 쐈다.
Q. 40대 중반임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트리거' 속 액션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도 있나.

액션이 좀 편하기는 하다. 예전과 달리 다칠까 봐 겁이 많아지긴 했다. (웃음) 전에는 멋모르고 뛰어들었다면 이젠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릴 때 했던 액션과 자연스럽게 결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액션도 연기의 일환이기 때문에 캐릭터 감정을 담아야 한다. 또 봐주시는 분들이 기대하시는 부분도 있으니 내가 스텝을 더 밟아서 선이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열혈사제'에 이어 '트리거'에서도 정의로운 인물을 맡았는데, 자신과의 싱크로율은 어떤 것 같나.

절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 역할을 연이어 하게 됐다. 저도 사람인지라 비겁하게 숨을 때도 있다. 다만 제가 했던 역할들은 조금 더 정의롭게 보이는 캐릭터들이었다. 제가 특별히 정의로워서 그런 캐릭터를 선택한 건 아니다. 저도 비겁함이 돋보이는 역할 아주 잘할 수 있다. (웃음)
Q. 공조자였다가 대립각을 세우게 된 '문백' 역의 김영광과 호흡도 궁금하다.

영광이는 저에겐 로맨스적 이미지가 강했다. 우리 작품에서는 어떤 색깔을 낼지 궁금했다. 함께 해보니 로맨스보다 장르적인 장점이 더 많지 않나 싶더라. (김영광은) 무표정일 때랑 웃을 때 모습이 좀 다르다. 웃을 때는 섬뜩한 느낌도 있다. 그런 걸 장르적으로 잘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영광이 차기작이 로맨스인데 부럽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총 쏘는 거 말고 로맨스 좀 하고 싶다. (웃음)

Q. 차기작에선 '멜로 김남길'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저는 멜로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장르물은 시청층이 확실하지 않나.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멜로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요즘엔 연애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니까 시청자분들이 멜로 작품을 소비할 만하게 느끼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사람이 사람으로 치유받고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멜로가 참 좋은 것 같다. 제 부모님도 '이제 액션 그만하고 부드러운 것 좀 하면 안되겠니'하신다. 그럼 제가 '나도 하고 싶어!' 한다. (제작 환경에서도) 예산이 많지 않더라고 멜로를 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야 하지 않나 싶다.
Q. 최근엔 제작자로 나선 단편 영화 '문을 여는 법'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소감이 어떤가. 제작자로서의 책임감도 느껴질 것 같다.

한국 콘텐츠 업계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어느 정도로 수준이 올라와 있지 않나. 지금은 영화도 별로 없고 투자도 많이 줄어드니까 다 같이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든 건 아니지만, 반응이 좋다는 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좋은 스토리이기 때문인 것 같다.

(판타지아 영화제) 심사위원이 해준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우리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느끼는 것 똑같다는 걸 느꼈다'라고 하더라. 단편 영화인데도 그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 줬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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