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선지 역을 맡은 배우 임윤아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시사회에서 안보현은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 윤아 씨가 눈물을 훔치는데, 저도 눈물이 날 뻔했다." 그렇게 임윤아의 눈물이 알려졌다. 임윤아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낮과 밤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파티쉐를 꿈꾸는 낮의 선지이자, 새벽 2시가 될 때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모습까지다. 극단적인 두 캐릭터가 모두 각기 다른 의미(?)로 사랑스럽게 길구(안보현)와 관객의 마음에 각인된 것은 바로 '임윤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임윤아는 '악마가 이사왔다'를 통해 2019년 여름, 942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영화 '엑시트'에서 함께한 이상근 감독과 재회했다. 2019년 여름 재난 상황을 헤쳤다면, 2025년 여름에는 살아가는 일상의 눈높이에서 '힐링'을 선사한다. 심지어 그 힐링은 한강에 뛰어들고, 트램펄린과 클럽을 오가며, 그리고 폰폰시폰을 허겁지겁 먹는 순간 등 전에 보지 못한 '임윤아'의 표정을 통해서다. '연기 차력쇼'였고, '악마 차력쇼'였다. 삶에서 여러 이유로 몸을 한껏 웅크렸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런 임윤아를 통해 길을 함께 찾아갈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18년 차를 맞은 '소녀시대'에서 '배우 임윤아'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그와 인터뷰가 시작됐다.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Q. 언론시사회에서 살짝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떤 이유였나.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한 연기를 보고, 제가 울었다는 것처럼 보일까봐요.(웃음) 뭔가 촬영할 때, 선지로서 길구(안보현)를 바라보는 마음에 대해서, 그때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의 제 기억이 떠올라 뭉클했던 것 같아요."
Q. 길구를 첫눈에 반하게 한 '낮의 선지'와 악마로 깨어난 '밤의 선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표현하면서 어땠나.
"확확 바뀌니까, 오히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한 작품에서 다양한 느낌을 보여줄 포인트가 재미있다고 생각했고요. 밤선지는 좀 아이 같은 모습이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보니 꾸미는 것에서도, 다양한 시대를 어우르는 트렌드 중 자신의 취향을 택하다 보니 그렇게 화려한 겉모습을 갖게 된 거고요. 무서운 '악마'를 표현하기보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와 두려움으로 인한 자기방어적인 모습에서 오는 어린아이 같은 표현으로 '나 무서워하겠지?' 이런 과장이 나오는 것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선지 역을 맡은 배우 임윤아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Q. 스타일링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었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그려놓은 것이 확실히 있었고요. 디테일하게는 '악마선지일 때, 컬러렌즈를 껴보면 어떨까요?' 정도였던 거 같아요. 네일아트 같은 것도, 자세히 보시면 장면별로 다른 아트가 나와요. 매 장면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디테일을 보는 재미를 더하려고 추가하긴 했고요. 감독님께서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셔서 재미난 요소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어요."
Q. 전에 보지 못했던 표정들도 많이 보게 됐다. 큰 스크린으로 보면서 '앗, 이건 좀'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걸 어떻게 했지?' 싶을 정도로 현장에서 별로 쑥스러워하지 않고 촬영한 것 같아요. 그만큼 선지에게 푹 빠져서 표현할 수 있었구나 싶어요. 다른 시선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보시는 분들도 '이런 표정도 짓는 배우구나'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걱정이 컸는데, 촬영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Q. 편의점에서 산 '폰폰시폰'을 허겁지겁 먹고, 한강에 뛰어들고, 이런 장면을 촬영할 때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폰폰시폰은 이상근 감독님이 직접 구상해서 탄생한 빵인데요. 많은 분이 이거 'PPL(간접 광고)'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먹어본 사람으로, 맛잇었고요. 맛과 '폰폰시폰'이름까지 어우러져서, 여러 번 먹는데도 힘들지 않았어요. 한강 장면은 한 번에 끝난 촬영이거든요. 그 촬영을 하기 위해서 수중 촬영하는 곳에 가서 폼, 타이밍, 구도 등을 감독님과 같이 연습했었어요. 그 연습할 때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Q. 낮선지와 악마선지 모두 본인에게서 꺼낸 모습일까.
"이만큼 에너지가 큰 캐릭터를 보여드린 적이 없어서, 저도 스스로 하나 깨고 나온 느낌이에요.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시야가 넓어진 것 같고요. 낮선지도, 악마선지도 제가 가진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평범하게 대화할 때와 텐션이 높을 때 모습처럼요. 복합적인 모습들이 있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에는 그렇게 표정을 거침없이 하지는 않는다는 점? (웃음)"
Q. 지금 웃음소리가 악마선지의 웃음 소리같았다.
"그렇게 한 번 웃고 나니까, 진짜 비슷한 톤에서 웃음이 지어질 때가 간혹 있더라고요."
Q. 과거 '엑시트' 때는 조정석이 중심에서 끌고 갔다면, '악마가 이사왔다'에서는 임윤아가 더 끌고 가는 느낌이 컸다. 같은 이상근 감독의 현장에서 마주한 성장이 있을까.
"성동일 선배님이 계셨지만, 저와 과거 같이 호흡 맞춘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한 것 같아요. 소통을 많이 하면서, '선지'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도움도 많이 받았거든요. '엑시트'는 감독님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었고, 제 첫 주연작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데뷔 동기'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런 지점에서 공감도 있었고,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의지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현장을 가도 여전히 긴장되고,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은 같은데요. 이번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두 번째 호흡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더 빨리 구축될 수 있었던 지점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18주년을 맞은 소녀시대 모임 / 사진 : 최수영 인스타그램
Q. 앞서 소녀시대 멤버들과 18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을 가졌다. 같이 배우의 길을 걸어가는 친구도 있는데 함께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요즘에는 개인 활동이 활발해서 다 같이 모일 기회가 많지는 않았거든요. 스케줄이 다 가능한 날이 있어서. 티파니 생일 파티할 겸, 기념일 축하 파티까지 하게 됐는데요. '18년이라는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됐지?' 싶으면서도, 예전처럼 자주 보지 못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18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관계성에서 오는 애정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18년이라는 숫자가 나오다 보니, 자연스레 20주년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요. 그 모습이 공개되며 뭔가 단단하게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직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고요. 저희끼리 20주년에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이야기를 한 정도입니다. 사실 만나서 근황 이야기만 해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하다 보면 몇 시간이 지나있습니다. (웃음)"
Q.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임윤아는 소녀시대의 센터였고, 배우로서도 다부진 자리를 만들어왔다. 꾸준히 좋은 '임윤아'의 이미지를 만들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
"저는 큰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기보다, 눈앞에 있는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헤쳐나가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지내온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며, 지금 돌아볼 때 잘 걸어온 길처럼 되어있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저는 그냥 저대로 저답게 원하는 길을 걸어갔을 뿐인데 그 길을 (대중 분들께서) 좋은 방향으로 바라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선지 역을 맡은 배우 임윤아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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