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좋은 영화 위해" 박정민 노개런티…연상호 신작 '얼굴'에 모인 진심 [종합]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8.22 16:32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 DB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에 제가 힘을 보태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2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얼굴'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정민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합류한 이유를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을 비롯해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이 참석했다.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얼굴'은 먼저 만들어진 연상호 작가의 만화를 영화로 옮겨온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이라는 작품이 엔딩에 이르러주는 감정이 있는데, 이쪽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 감정이 너무 귀하더라"라며 "그 감정을 관객과 느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정민은 어머니의 죽음 뒤 진실을 쫓기 시작한 젊은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 역을 맡았다. 처음으로 도전한 1인 2역을 먼저 제안한 것은 박정민이었다. 그는 "아버지 임영규(권해효)의 젊은 시절을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파헤쳐나간다. 그런데 아들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면, 관객분들에게 이상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라며 "1인 2역을 살짝 던졌는데, (연상호 감독이) 넙죽 받으셨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고민이 해결된 느낌이었다"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박정민은 연상호 감독과 영화 '염력', 시리즈 '지옥'에 이어 영화 '얼굴'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연상호 감독은 박정민에 대해 "연기 잘하는 배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배우가 됐다. 더 이상 한국의 연기파 배우라고 하면 '박정민' 세글자를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극찬하며, "짜증의 결이 생겼다"라고 '얼굴' 속 남다른 짜증 연기를 예고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또한, 박정민은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에 출연료를 받지 않고 합류해 훈훈함을 더했다. 그는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에 제가 힘을 보태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감독님을 굉장히 사모한다"라며 '얼굴'과 연상호 감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밝혔다.

권해효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파는 전각 장인, 현재 임영규 역을 맡았다. 렌즈 등의 착용으로 실제로도 앞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권해효는 "눈이 안 보이는 상태라는 것이 주는 안정감, 편안함이 있다. 내가 어떻게 보일 것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게 있다. 저의 작고한 장인어른께서 시각장애를 가지셨다. 옆에서 이를 지켜봐 온 저는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다"라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박정민과 권해효는 다른 시대 속 '임영규'라는 한 사람을 보여줬다. 권해효는 박정민이 먼저 연기한 모습을 보며 '임영규'를 구체화했다. 박정민은 "권해효 선배님이 저의 연기적인 면을 따서 가져가 주셨다. 얼굴이 엄청 닮은 것도 아닌데, 저를 따와서 녹여주셔서 보다 보면, 제 얼굴인데도 '권해효 같다'라고 생각되는 몇몇 장면이 있다. 선배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같이 연기하고 있으면, 넋 놓고 보게 된다. 도장 파는 연기를 하실 때도 앞에 있었는데, 연상호 감독님께서 저에게 '아무리 도장 파봐라, 저 얼굴이 나오나'라고 하셨다. 정말 장인의 얼굴이었다"라고 덧붙이며, 실제로 도장을 파는 것을 배우며 노력해도 가닿을 수 없었던 아우라에 대해 감탄을 더했다.

신현빈은 40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인 정영희 역을 맡았다. '얼굴'을 수놓던 배우가 '얼굴'을 지우는 연기를 해야 했다. 신현빈은 "정영희라는 인물이 가진 특수한 상황들이 있다. 그게 영화적인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라며 "전면에 얼굴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방식을 많이 해야 했다. 단순히 표정이나 얼굴을 배우들은 많이 활용하는데, 그 부분을 줄이면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접근했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데 역설적으로 정영희의 감정이 많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아서, 신현빈이 잘 표현해 줬다고 느꼈다"라고 신현빈을 극찬했다.

연상호 감독은 '임영규'와 '정영희' 캐릭터가 함의하는 바를 전하며 영화 '얼굴'에 대한 의미를 부각했다. 그는 임영규에 대해 "보이지 않으면서 시각예술을 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라며 "그 인물 자체가 고도 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상징하는 인물 같았다. 임영규라는 한국의 근대사를 상징하는 인물의 반대편에 있는 정영희라는 인물을 꺼내 처음 이야기를 구성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연상호 감독은 "정영희는 '불편한 정의'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불편한 정의를 규정하는가 생각했다"라고 정영희에 대한 생각을 더했다.

임성재는 평판 좋은 청계천 의류 공장의 사장, 백주상 역을 맡았으며, 한지현은 ‘정영희’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 다큐멘터리 PD, 김수진 역을 맡아 '얼굴'에 밀도를 더한다. 연상호 감독은 "저랑 같이 작업한 배우들과 많다 보니, 약간 매일매일 가는 게 동창회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잘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이 장면 어떻게 할까?'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였다"라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영화과 동아리 활동을 하는 가공의 추억을 만드는 느낌이었다"라고 촬영 현장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한국 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오간다. 그 상황 속에서 '얼굴'은 거대 자본이 아닌 3주간의 촬영, 20여 명의 소수정예 스태프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선택했다. 연상호 감독은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마음속 동력 같다. 어느 날 '새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영화의 퀄리티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을 한다는 자체가 새로운 다각도의 제작 방식에 걸림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려움은 프로젝트가 시작하고, 제작팀과 배우들이 모이며 완벽히 없어졌다. 훨씬 좋은 방식으로 영화가 완성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영화를 풍요롭게 찍은 적이 없다. 항상 시간과 돈에 쫓겼다. 비교하자면 '얼굴'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가장 풍요롭게 찍었던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더했다.

한편,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의 진심과 연상호 감독의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영화 '얼굴'은 오는 9월 1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