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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감독 "6만번 쯤 본 '애마'" 속 이하늬·방효린·진선규·조현철→박해준, 더 깊이 보다 [인터뷰②]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8.28 00:02

시리즈 '애마'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해당 인터뷰에는 '애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해영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자신이 쓰고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를 "6만 번 정도 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신인배우 신주애 역에 배우 방효린을 캐스팅하기까지 2,500여 명의 배우 오디션을 거쳤다. 숫자로 다 환산할 수는 없지만, 그가 '애마'에 가진 진심을, 캐릭터와 이를 보여주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는 있게 한다. [인터뷰①]에서 이해영 감독의 이야기를 중심축에 놓았다면, [인터뷰②]에서는 그에게서 들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전개해 보기로 한다.

'애마'는 1982년 개봉한 영화 '애마부인'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희란(이하늬)은 당대 톱스타다. 하지만 더 이상 '노출 여배우'가 아닌 '배우'의 길을 걷고 싶은 인물이다. 그렇기에 '애마부인'의 주연 자리를 거절한다. 이후 '애마부인'의 주연은 오디션을 걸쳐 발탁된 신인배우 신주애(방효린)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톱스타 정희란을 제작사 대표 구중호(진선규)가 놔줄리 없다. 구중호는 기어이 조연으로 정희란을 작품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신인배우 주애와 톱스타 희란과 함께 신인감독 곽인우(조현철)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영화 '애마부인'이 출발한다. 그리고 이들을 자신의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언론사 연예부장(박해준)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있다. 이해영 감독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이들을 말한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독보적 무한 신뢰, 이하늬"

Q. '애마'는 1982년 개봉한 성애영화를 소재로 우뚝 선 여성 서사를 펼쳐낸 아이러니한 작품이고, 그렇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하늬에게 기댄 바가 컸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정희란은 이하늬라서 가능한 캐릭터였고, '애마'라는 기획 자체도 이하늬라 가능했다. 처음 시놉시스를 정리할 때, 이하늬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는데, 이하늬가 거절하면 안 하고 엎으려고 했다. 그만큼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놉시스를 쓸 때, 손수 한 땀 한 땀 드레스를 만들던 폴고 선생님(안길강)처럼 캐릭터를 이하늬에게 잘 맞게, 이하늬가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정희란인데 되게 속세에 찌든 물질적 욕망이 가득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너무 정의로워서도 안 되지만 이걸 갖고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사실 저는 필요한 것들을 썼고, 이하늬가 알아서 해주길 바랐다. 이하늬의 A부터 Z까지 다 발휘하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Q. '애마' 속에서 곽 감독(조현철)이 초반 그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을 때, 오로지 주애(방효린)만이 그를 감독으로 바라봐 주었다. 짧은 순간 진한 두 사람의 케미를 보며, 감독님께도 그런 배우가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배우분들에게 그런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그중에서도 이하늬라는 배우를 꼽고 싶다. 영화 '유령'과 시리즈 '애마', 두 편을 했을 뿐이지만, 이하늬라는 사람이 주는 엄청난 힘과 에너지가 있다. 현장에서 정말 고생하며 찍고 있을 때 '이 배우가 나를 온전히 믿고 있구나', '내가 뭘 하라고 해도 해내겠구나'라는 무한 신뢰가 느껴지는 배우다. 무한 신뢰는 '무한 의지'와는 다르다. '이 사람이 해낼 거다'라는 강한 믿음이 느껴지는 경험은 이하늬가 독보적인 것 같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2,500:1 경쟁률 뚫고 발탁, 방효린

Q. 새로운 얼굴이자, 굉장히 '주애'로서 단단하게 자리했다. 배우 방효린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처음 기성 배우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신인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기성 배우 중 '주애'가 없었다. 신인 배우를 찾겠다고 오디션을 시작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여태까지 영화를 해오면서 '배우 복은 늘 있다'라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런데 '신주애' 역을 두고 오디션을 보면서 '배우 복이 끝났나 보다'라고 낙담했다. 2,500명 정도 오디션을 봤다. 그 정도면 그 나이대 현존하는 연기 지망생을 다 본 것 같다. 그렇게 많이 봐도 없더라. 그렇게 낙담할 때, 진짜 '애마' 속에서 주애가 곽인우 감독에게 나타난 것처럼 방효린 배우가 나타났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마침내 만났다. 방효린 배우는 정말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진 자기 것으로 표현하는 느낌이다. 자기 자신으로 있는 그 자체를 해내는 배우인 것 같다."

◆ "이소이, 연기로 설득해버렸다"

Q. 또 다른 여배우로 등장한 '황미나' 역의 배우 이소이도 강렬했다.

"머릿 속에 생각한 '황미나' 역의 이미지가 있었다. 사실 이소이 배우를 처음 봤을 때 그 이미지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미나를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내서, 연기로 설득을 해버린 것 같다. 이소이는 방효린과 다르게 굉장히 아카데믹하게 연기한다. 분석과 준비를 통해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하고, 굉장히 똑똑한 연기를 해낸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진선규 연기에 기립박수"

Q. '구중호' 역의 진선규 배우 캐스팅도 궁금하다. 실제 성격이 굉장히 선하다고 알려져있고, 강렬한 모습도 있었지만, '구중호' 같은 빌런에 너무나 착 붙었다.

"구중호는 시대의 야만성을 대사와 몸으로 잘 보여줘야 했다. 원래 그런 연기를 할 것 같은 배우가 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출세작이 '범죄도시'이기는 하지만, 원래 선인이기도 하고, 결과 선이 고운 사람이다. 이 배우가 가진 친근하고 좋은 사람의 면모가 연기로 달리 표현되어 관객에게 잘 가닿으면, 구중호가 얇팍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더 겹겹이 풍성한 인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진선규는 현장에서 디렉션을 거의 안 준 배우 같다. '해봐'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5화 엔딩 쯤 구중호와 희란(이하늬)이 앉아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진선규의 촬영을 마치고 '컷'했을 때, 현장의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저는 그게 첫 경험이다. 연기가 너무 압도하다보니, 숨멎고 지켜보다가 표현할 방법이 기립박수밖에 없더라."

Q. 어떤 이유로 기립박수를 치게 됐을까.

"솔직히 말하면, 구중호와 희란의 대화는 마지막에 희란이 '중호야, 지옥 가자'라고 하는 강렬한 한마디를 위해 가는 장면이었다. 그 한 방을 위해서. 구중호는 '사옥을 지었어야 했다', '애마부인을 과소평가했다' 등 쓸데없는 소리를 이어가지 않느냐. 그런데 희란이 '미나, 너 때문에 죽은 거야'하는데 구중호가 담배를 피우다가 잠깐 멈추고 '미나는 나에게도 아픈 손가락이야'라고 하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시나리오에서 그 대사를 볼 때, 레이어가 깊은 대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우 진선규가 표현한 구중호는 그 말을 하면서 정말 가느다랗게 몸을 떤다. 얼굴에 떨림이 있다. 그때 '구중호가 미나를 좋아했나', '구중호도 최소한의 죄책감은 있나' 이런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희란의 한 방이 훨씬 더 파괴력이 생긴 것 같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각하 머리가 외설이십니다'…조현철 애드리브"

Q. '애마부인'을 직접 쓰고 연출한 곽 감독 역에 조현철을 캐스팅한 것도 굉장한 의외성이었다. 사실 지난해 조현철 감독이 연출한 영화 '너와 나'를 먼저 마주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 무해하고 말간 인물이지 않나.


"배우 조현철은 평소에 잘 알던 사이는 아니다. 건너 건너 본 조현철은 말수도 적고, 골똘히 생각하는 느낌의 사람이다. 그런데 조현철이 과거 찍은 단편 영화를 보면, 굉장히 폭발하고, 파괴력 있는 연기도 잘 소화하더라. 그래서 평소 조용하고 잠잠한 이 사람의 모습에서 갑자기 폭발하는 그런 결이 잘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자신의 작품을 연출도 하니까, '그냥 와서 하면 된다'라고 했다. 현장에서도 수월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간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애마'에서 애드리브를 가장 많이 한 배우가 조현철일 거다. 2화에서 곽감독이 구중호와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각하 머리가 외설이십니다'라고 한 그 말이 조현철 애드리브다. 제가 쓴 대사가 아니다. '컷'하고, '잘 써왔네'라고 만족했다. 얼핏 보면 되게 꼼꼼하게 준비하고, 공부해서, 계산적으로 할 것 같은데, 또 되게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다. 조현철은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 상대방의 연기를 느끼고 리액션하는 게 진짜 놀라운 것 같다. 상대 배우의 연기까지 다 살려주는 훌륭한 배우다. 그런데 촬영을 마친 이후에 '너와 나'를 봤는데 너무 좋더라. 실제로 훌륭한 감독이다. 도대체 조현철은 뭘까? 단점이 있을까."

'애마' 예고편 영상 캡처 / 사진 :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채널

◆ "도대체 어떤 우정이길래…박해준"

Q.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한동안 '양관식' 앓이를 했었다. 많이도 울었다. 그런데 '애마' 속 언론사 연예부 부장을 맡은, 심지어 우정 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박해준의 모습을 보고 충격이 굉장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거절할 수 있지 않나. 거절할 것 같았다. 당연히 거절할 거로 생각하며 긁적이며 줬는데, 연기자로서 안 해본 캐릭터이고, 이상한 캐릭터니까, 재밌겠다고 생각해 준 것 같다. 배우 박해준의 생각을 모르겠다. 아마도 스타로 살아가겠다는 생각보다 배우로 재밌게 살아가겠다는 생각이 아닐까. 그런 모습이 배우 박해준의 필모그래피를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 같다. '독전'에서도 사실 이상했다. 그런데 이게 더 이상하다. 아무튼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줬는데, 의외로 재미있어하고 흥미로워해서 '진짜? 이걸?'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됐다. 많은 시청자가 '도대체 어떤 우정이길래 저러냐', '이해영 감독이 협박했냐'라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애마'와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이 겹친 시기도 있었다. 며칠은 '폭싹 속았수다' 현장에 가서 양관식을 하고, 며칠은 '애마' 현장에 와서 연예부 부장을 한 거다. 물론 양관식 캐릭터를 위해 배려를 해주기는 했다. 양관식과 이부장을 오가는 백해준의 그 모습을 교차 편집해도 재미있겠다."

시리즈 '애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애마'를 6만번 쯤 본 사람답게 어떤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주저함이 없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 속에 배우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있었다. 그랬기에, 상체만 촬영하는 장면에서도 하이힐에서 내려올 수 없던 이하늬부터 우정 출연이지만 정수리 탈모가 온 연예부 부장의 파격적인 비주얼의 박해준까지, 어느 한 명 자리를 이탈한 사람이 없었다. 다른 시대 속에서 모두가 제 자리에 발을 굳건히 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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