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너무나 좋아했기에 더 가혹해진 사이, 30여 년에 걸친 두 친구의 애틋한 시간을 김고은과 박지현이 그려낸다. 여기에 조력 사망이라는 사회적 화두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더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제작발표회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조영민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고은, 박지현이 참석했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조영민 감독은 작품에 대해 "10대부터 40대까지, 30년에 가까운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의 이야기"라며 "한때는 동경했고 한때는 미워했지만 용서하고 화해했던 시간들을 따라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영민 감독은 작품명을 캐릭터 이름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 감독은 "우정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지 않나. 복수를 이야기하는 작품도 다양한 색깔과 모양이 있듯이 우정을 다룬 것들도 다양할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드라마는 두 인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드라마라서 이것보다 더 좋은 제목이 있을까 싶었다. 그 관계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고은과 박지현은 '은중과 상연' 타이틀롤을 맡아 극을 이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밝고 당당하며 솔직하고 어딜 가든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류은중' 역을 맡았다. 김고은은 '은중'에 대해 "가난하지만 엄마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자랐다. 제가 생각하는 은중이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만 '가난해서 창피했어'라고 말할 줄 아는 친구"라고 말했다. 김고은은 그런 은중의 서사와 함께 잔잔해서 더 와닿았던 작품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4부까지 받았다. 굉장히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인데 5부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잔잔한가 싶었는데 깊이나 서사가 쌓여가는 과정이 제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라고 회상했다.
박지현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십여 년 전 갈라선 친구 '은중'의 삶에 다시 나타난 '천상연'을 연기한다. 박지현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전작 감독과 김고은을 꼽았다. 박지현은 조영민 감독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김고은과는 '유미의 세포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너무나 좋아하는 감독님과 너무나 존경하는 김고은 선배가 한다고 해서 저는 믿음이 충만해졌다"라며 "대본을 받았을 때는 상연이가 가진 서사가 정말 와닿았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10대 시절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의 시절을 연기했다. 세대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이들은 차이점을 위해 중점 둔 부분도 언급했다. 김고은은 "20대 연기는 (은중이가) 21살이었기 때문에 10대의 기운과 분위기가 많이 풍겨져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어릴 때 어땠나 그런 걸 보니 볼살이 통통했길래 살을 좀 찌우고 촬영에 임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박지현은 오히려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연이가 말수도 적고 남들이 보면 차갑다고 오해할 만한 친구라 외적으로도 그런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말했고, 이를 듣던 김고은은 "20대 모습을 한 지현이에게 반해서 '너무 예쁘다'라고 했었다. 정말 리즈였다"라고 칭찬해 훈훈함을 더했다.
'은중과 상연'은 두 친구의 우정뿐 아니라 '조력 사망'이라는 주제로 화두를 던진다. 김고은은 주제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다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해 눈길을 끌었다. 김고은은 "이게 제 눈물 버튼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이 제게 참 소중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어떻게 내가 친구를 보내줄 수 있을까. 잘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죽음을 앞둔 40대의 상연을 직접 소화한 박지현은 내밀한 감정 연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김고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박지현은 "고은 언니가 은중으로서 실존해 줬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상연이에게 은중이 같은 존재처럼, 고은 언니는 제게 그런 존재였다. 덕분에 잘 몰입해서 연기를 마칠 수 있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애틋한 관계를 드러낸 김고은과 박지현.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온 조영민 감독은 "정말 두 분 덕분에 만들 수 있는 드라마였다"라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김고은과 박지현, 두 배우의 믿고 보는 연기와 조영민 감독의 감성 연출로 시청자를 매료할 '은중과 상연'은 오는 9월 12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