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릴 때부터 꿈꿔온 배우가 됐지만, 아직 배우의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더 성장하고 싶고, 말 그대로 '배우를 꿈꾸는 배우'가 되고 싶다. 꿈꾸지 않는 배우보다 성장하고 꿈을 꾸는, 하고 싶은 게 계속 많은 배우이자 인간이 되고 싶다."
정채연이 배우로서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대중에게는 아이돌 시절 모습이 익숙하지만, 어느덧 주연으로서 제 몫을 해내는 배우가 됐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며 자신을 '배우를 꿈꾸는 배우'라 표현한 정채연과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채연은 최근 JTBC 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하 '에스콰이어')'을 통해 흥행 배우 가능성을 입증했다. 첫 방송부터 3.7%로 호평 속 시작한 작품은 입소문을 타면서 최고 시청률 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넘겼다. 다양한 법정 케이스 속 사회 초년생 변호사로서 성장해 가는 정채연(강효민 역)의 모습이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Q. '에스콰이어' 호평 속 종영하는 소감은?"굉장히 빠르고 짧고 굵게 찍었는데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도 굉장히 많은 배움의 시간이 있었다. 그 점에서도 감사하고 있다. 이전엔 주로 또래 친구들과 함께했었는데 이번에 선배님들과 많이 호흡을 맞췄다. 덕분에 더 많이 배우게 된 시간 같다."
Q. 강효민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설득하기 위해 신경 쓴 포인트가 있다면."효민이는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사회 초년생이지 않나. 학생 때는 공부 잘하면 되고, 늘 합격점을 맞았던 친구인데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엥?' 하게 되는 점을 보고 '부딪히면서 사회 경험을 해가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저도 연기 준비했던 것과 막상 현장에서 겪은 게 많이 다른 걸 느껴서, (경험을 담아) 효민이의 성장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Q. 강효민과 정채연의 싱크로율은 어떤가."저도 효민이 같은 부분이 있다. 하나에 몰두하면 그것만 판다. 약간 관심이 있는 게 생기거나 하면 그것만 계속 본다. (웃음) 드라마도 몰아보고 싶으면 며칠 동안 밥 먹고 그것만 보고, 원하는 가구가 있으면 챗GPT로 하루 종일 도면을 만들어 본다. 그런 집요한 부분이 비슷한 것 같다."
"배우일 때 내 모습이 있고 학생일 때,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있는데 집에서는 또 다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효민이의 사랑스러움을 더 표현하려고 했고 그런 부분이 더 표현되기를 바랐다. 윤석훈 변호사(이진욱)가 '강효민 변호사'라고 딱 불러준 날, 효민이가 집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이 있었다. 저도 칭찬 하나 받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좋은 건 좋고 힘든 건 힘들고, 그런 단순한 부분을 효민이에게 많이 입히려고 노력했다."
Q. 효민이를 연기하며 사회 초년생 시절이 많이 떠올랐을 것 같다."제 초년생 때를 생각하면, 저보다 효민이가 더 용감한 친구인 것 같다. 저는 정말 미숙했다. 실장님, 팀장님, 매니저님, 오빠 이런 단어가 불편했다. 직함이 너무 어려워서 초반에는 더 소심했다. '저기요' 하고 많이 불렀다. 그런 시기가 생각은 나더라. 모르니까 실수도 많이 했다. 지금은 '넘어지면 일어나서 다시 가면 되지' 하는 생각이다."
Q. 강효민, 강효주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게다가 효주는 청각 장애인이다. 두 인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작가님께서 '효주는 장애가 있지만 긍정적이고 밝은 친구이길 바란다'고 하셔서 스타일링을 자유롭게 하려고 했다. (장애 연기다 보니) 저 역시도 조금 겁먹은 부분이 있었다. 현장에 자문 선생님도 계셨다. 저는 (효주를) '이 친구가 장애에 대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편안한 인물이다'라고 해석하려고 했다. 특히 효민이가 수어를 하는 부분에서도 평소에는 안 쓰는 손의 대화다 보니까 그게 또 어렵더라. 손으로 외워가도 선생님께서 '수화는 표정으로 해야 하는 게 크다'고 하셔서 현장에서 그런 부분도 맞춰가며 연기했다."
Q. 실제 소속사 선후배이자 극 중 선배 이진욱과의 호흡도 궁금하다."일단 제가 상대 배우로 선배님을 만난 건 처음이다. 물론 이진욱 선배님과 같은 회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긴장을 많이 했다. (현장에) 나름대로 많이 준비를 해갔는데 선배님께서 그 누구보다 제일 편하게 대해주셨다. 선배님들 중에서도 이진욱 선배님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선배님을 보면서 '내가 저 연차 되면 저럴 수 있을까. 본받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저는 긴장하다 보면 잘하고 싶어도 꼬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이진욱) 선배님께서 내 축을 잡아주시는 그런 여유 있는 모습에 정말 감탄했다. 선배님께 가장 많이 감사드린다. 덕분에 효민이를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님들과 호흡하면 저도 모르게 막 이입되는 순간이 있다. 선배님들이 워낙 에너지를 잘 주신다. 덕분에 제가 생각한 것보다 (감정이) 더 많이 나올 때가 있더라. 선배님들은 많은 경력과 경험이 있다 보니까 제가 긴장하면 편하게 해주시기도 한다. 역할로서도 그랬지만 인간이자 배우로서도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전문직 캐릭터를 처음 도전해서 해냈다는 거다. '에스콰이어'가 법률 드라마 같아 보이지만 사랑과 삶을 다루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저 역시도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지는,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또,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역할과 제가 동일시되다 보니 정채연으로서의 내 삶을 잊게 될 때가 있다. 앞으로는 그런 밸런스를 잘 맞춰가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벌써 데뷔 10년 차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원래 배우가 꿈이기는 했지만 중간에 포기한 순간이 되게 많았다. '연모'라는 작품을 하면서 조금 더 연기와 배우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호기심이 생기더라. '나 이 영역을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은 배우 일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10년? 사실 잘 상상은 안 가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임할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완전히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책임감도 커지고 집중도도 높아졌다. 앞으로의 10년도 그렇게 살고 싶다. '예전에는 낯설고 어리숙했는데 이제는 좀 괜찮군. 오!' 하면서 조금 더 역할에 스며들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