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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감독, 15년 만에 쓴 '말하는 건축가' 제작 에세이 "故 정기용…문신같이 남았다"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09.29 11:45

'무사의 선택'에 참석한 정재은 감독 / 사진 : 책방무사 제공

"'고양이를 부탁해'의 음악감독 별이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아카이브'에 쓴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거기에 이 작품에 대해 '문신같다'는 표현을 했다. 작가에게 그렇게 남는 작품이 있는 것 같다. 저에게 故 정기용 선생님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이 이야기했다. 지난 26일 '책방무사'에서 진행된 '무사의 선택' 세 번째 시간으로 마련된 자리에서다. '무사의 선택'은 '책방무사 서울'에서 기획해 제안한 독서 모임 프로그램이다. 독자와 저자를 중심으로 책을 통해 교류하고, 교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무사의 선택'의 중심에는 지난 8월 30일 발간된 정재은 감독의 에세이집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이 자리했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은 지난 2012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개봉하기까지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끊임없이 서성이며, 영상에 미처 담지 못한 故 정기용 건축가의 말과 카메라 뒤에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회고록이자, 예술 에세이다. 정재은 감독은 15년 만에 당시 이야기를 풀어낸 것에 대해 "다큐멘터리 메이킹 전반을 다뤄보고 싶다"라는 것이 책을 쓴 첫 목적이었음을 전했다. 그는 "메이킹 전반을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사례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편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다큐멘터리 메이킹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직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은 감독은 책 속에서 처음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게 되며 했던 고민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책 속에는 '이렇게 해도 될까?'라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레퍼런스를 통해 답을 찾아 헤메이는 정재은 감독의 모습이 영화 속 영화처럼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과정을 통과한 정재은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결국은 궁극적인 '픽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보면 '말하는 건축가'가 전형적인 아크 플롯이다. 사실 이것이 정말 서사라고 생각했다. 고통받는 약한 주인공이 세상과의 갈등과 불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이루는가. 아크 플롯이라는 고전적인 서사의 형태가 다큐멘터리 작품 속에 드러난다"라고 작품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서사(창조한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 작업을 더욱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정재은 감독은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서사를 배웠고,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현실을 배웠고, 그다음에 인물을 창조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방송국에서 오랜 시간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 등의 작품을 언급하며 "극 영화를 하는 사람에게 다큐멘터리는 필수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밝혔다.

정재은 감독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말하는 건축가' 이후 '말하는 건축 시티:홀', '아파트 생태계', '고양이들의 아파트' 등의 작품을 연출해 왔다. 현재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무사의 선택'을 주관한 아이브매거진 편집장 송주환은 "일종의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다 같이 만나는 경험이었다. 정재은 안에 故 정기용이 있듯, 우리 안에 정재은이 생겼다. '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 되었다"라고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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