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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은중과 상연', 내 감정을 올바르게 쓸 수 있었던 작품…인연 같아"[인터뷰]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5.09.29 17:03

사진: 넷플릭스 제공

"긴 호흡의 이야기 전반을 잘 이끌어야 하고, 중심을 잡고 가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비슷한 마음으로 임하게 되는데,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거나 작품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되게 보람차고 뿌듯하다."
김고은이 '은중과 상연'을 통해 짙은 감성을 제대로 펼쳤다. 원망과 선망을 오가는 두 친구의 30여 년 세월을 그려낸 작품은 입소문을 탔고, 시청자들은 김고은과 박지현 두 배우가 전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함께 휘몰아쳤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고은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작발표회 당시 다리 부상에도 행사에 직접 참석했던 김고은은 다리 깁스를 한 채 인터뷰 현장에 등장했다. "갑갑하다"면서도 작품에 대한 연이은 호평에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답한 김고은이었다.
Q. '은중과 상연'을 마친 소감은?

"제 개인적으로는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안도가 된다. 주변에서도 봐주시고 연락도 많이 주셔서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작품을 보여줘서 고맙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Q. 은중은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나.

"저는 은중이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 않았나. 엄마를 보면 은중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대 때 은중이는 '가난해서 쪽팔려서 친구들 안 데리고 왔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다. 그 자체가 은중이이지 않을까 싶었다. 가난이 부끄러우면 가난 자체를 말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은중이는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Q. 20대 초반의 모습부터 40대까지, 은중의 시간을 직접 연기했다. 특별히 차이점을 두려 한 부분도 있을까.

"20대 초반은 아무래도 10대의 기운이 많이 남아 있지 않나 생각을 많이 했고, 저도 20대 초반을 살아봤으니까 저의 20대 초반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볼살이 통통했었다 젖살이 있는, 그런 느낌을 좀 내고 싶었다. 30대 때는 어쨌든 일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시기라 에너지나 제스처, 말투에서 PD라는 직업이 잘 묻어나도록 노력했다."

"40대 모습은 거의 40대 초반이라, 30대의 기운이 많이 남아있으면서도 직업이 바뀐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주변에 40대 언니들을 봐도 30대 중후반과 외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까 외적인 부분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조금 더 차분한 기운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려 했다."
Q. 상연이에 대한 은중의 마음은 뭐라고 생각했나.

"어릴 때 마음은 동경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상연이를 멋있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 존재였던 친구가 점점 망가져 가는 걸 보는 자체가 힘들고 너무나 슬펐을 것 같다. 40대에 혼자 남겨진 은중이가 상연이의 일기를 보면서 (상연이가) 그렇게 자라고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지 않나.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부터는 온전히 받아들여지게 되는 우정이었지 않았나 싶다.

Q. 감정적으로 얽히고설킨 상연 역의 박지현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현장에서는 사실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다. 상연이는 굉장히 널뛰는 감정들과 스펙트럼이 컸고, 너무 깊은 서사와 아픔이 가득했던 아이었어서 현장에서는 은중이의 마음으로 지현이를 바라봤던 것 같다. '지현이가 지금쯤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많이 살피고 바라보려고 했다."

"지현이도 저를 엄청 신경 쓰고 챙겨 주는 게 느껴졌다. 그때그때 필요한 아이템들을 툭 주면서 '이걸 해야지 안 추워'하는 스타일이었다. 당이 필요할 때 초콜릿 주고 가고. 하하. 그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Q. 은중은 상연을 부러워하고 때론 질투하기도 한다. 김고은은 이런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 편인가.

"이 작품 하면서 예전에 제가 한 인터뷰가 올라와서 다시 보게 됐다. 15년, 16년도쯤 같은데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저는 '샘'이라는 나쁜 감정보다 부러움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부러우면 배울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하는 편이다. 그 인터뷰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꾸준했군' 싶더라."

Q.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이 있다면.

"스위스에서 침대 위에서 대화하는 신이 떠오른다. 그 신 찍기 전에 (지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은중이가 스위스에 동행할 때 결심한 게, 상연이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눈물을 참고 참았다가 상연이가 잠든 순간에 터지는 거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찍을 때 (상연이를 보낼) 예행연습을 한다고 생각했다. '내일 이 모습으로 상연이가 가지 않을까' 하면서 상연이를 쓰다듬고 바라보는 그 감정을 은중이가 먼저 겪어본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내줘야 하지. 그리고 보내준 후 나는 어떡하지'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더라. 막상 상연이가 잠들고 나서 다가갔을 때 저 역시도 감정이 주체가 안 됐던 것 같다.
Q.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지점도 있을까.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느껴지는 것들, 배워가는 것들이 있다. 저는 작품을 끝내면 반성의 시간을 갖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서 쌓아간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경험이 주는 그런 성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작품 전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Q. '은중과 상연'은 김고은에게 어떤 작품인가.

"저는 이 작품을 하게 된 것도 물론 신기하지만, 제 개인적인 시기에서 겪은 감정들을 굉장히 올바르게 쓸 수 있게 해준 작품인 것 같다. '어떻게 내가 가진 감정들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작품이 있지?' 싶었고, 올바르게 쓸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굉장히 컸다. 결과물을 보고 나서는 제 마음 안에도 남는 작품이 됐다. 더 나이가 들어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정말 신기한 인연 같은 작품'이라고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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