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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어쩔 수 없었던 '은중과 상연'…내 가치관 변화시켜"[인터뷰]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5.10.02 17:18

사진: 넷플릭스 제공

한 번 생겨난 결핍은 그 틈을 메울 새 없이 커지곤 한다.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선택이 위태로이, 그렇게 켜켜이 쌓일 수도 있다. '은중과 상연' 속 '천상연'은 딱 그런 인물이다. 박지현은 천상연을 만나 입체적 인물의 연대를 표현했다. 20대에서 40대까지 흐르는 시간을 유연하게 오간 박지현은 연기 호평과 함께 '천상연'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을 마친 박지현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수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박지현은 인터뷰 내내 '은중과 상연', 그리고 상대역 김고은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일순간엔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그가 작품에 담았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Q. '은중과 상연'의 어떤 지점에 끌렸나.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서사가 많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는 편이었다. 감독님도 좋고 대본도 좋은데, 선망하던 김고은 선배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 할 이유가 없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한 인물의 긴 연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배우에게 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상연이는 서사가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목적의식을 가지고 뚜렷하게 가야 할 길이 있었다. 저에게 주어진 무게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Q. 상연이는 결핍이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성격이 꼬여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어떤 인물이든 모든 행동에는 정당성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악에 속하든, 못 되고 미운 행동이든, 그 사람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상연이를 처음 받았을 때 저는 배우니까 당연히 상연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큰 어려움 없이 (상연이를 이해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Q. 조력사망이라는 소재가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이전에는 이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할만한 사건이 없었다. 그러다 아빠가 많이 아프셨다. 당시에 아빠에게 '그렇게 아팠을 때 어땠어'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아빠가 '아픔에 사무쳐서 가끔은 죽음을 원하기도 했었어'라고 하시더라. '가족들 때문에, 그 책임감 때문에 살려고 노력했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스치듯 조력 사망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이 대본을 받고 나서 (조력사망에 대해) 다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지만, 아직도 상연이의 마음에 제게는 남아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삶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지 않나. 그렇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벼랑 끝에 선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자유 정도는 주는 게 좋지 않나 싶다."

Q. 기억에 남는 현장 비하인드가 있다면.

"조력 사망을 하는 신이 있다. 제가 밸브를 열고 나서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저는 어떤 느낌을 받았냐면, 점점 눈이 감기고 입이 열리지 않는데 귀는 계속 열려 있는 느낌이었다. 말은 할 수 없는데 은중이의 목소리는 계속 들리는 듯했다. 작품에 담기지 않았지만, 은중이(김고은)가 막 울면서 '상연아 사랑해'라고 말했다. '나도 사랑해'라고 너무 답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제가 만약에 은중이라면 상연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하고싶었을 것 같다. 은중 역할의 고은 언니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Q. 김고은을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는데. 현장에서 호흡은 어땠나.

"은중과 상연 찍으면서 몇 년 치 눈물을 다 쏟은 것 같다. 현장에서 제가 너무 우는 바람에 언니는 촬영 내내 눈물을 참았을 거다. 제가 너무 울어 재끼는 바람에 언니도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서 너무 미안했다. 그런 점에서 배우로서 너무나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펼친 무한한 무대에서 박지현이 날뛸 수 있었다'라는 반응을 봤다. 정말 공감이 됐다. 고은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하더라도 괜찮다라는 안정감이 있었다."

Q. 어려운 감정신이 많았음에도 연기 호평을 받았다. (박지현은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기적으로 호평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받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제가 잘한 게 아니다. 사실 그걸 다 받아내 준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껏 연기했다. 그럴 수 있는 백그라운드를 만들어준 사람이 김고은이라는 사람이다."

"너무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데 그게 다 사실은 김고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니가 다 받쳐주었다. 제가 어디로 고꾸라져도 그걸 언니가 다 받쳐줬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고 사실 같은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언니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 같다."
Q. '은중과 상연'이 배우 박지현에게 남긴 것은.

"이 작품은 제 가치관을 변화시킨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전까지는 죽음은 멀게만 느껴졌었다. 이 작품을 하고 나니까 죽음이 굉장히 우리 삶 속에 밀접하게 닿아있구나 느꼈다. 인간은 누구나 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간다는 가치관이 생겨서 죽음이 꼭 나쁜 게 아니라, '잘 죽는다는 게 곧 잘 사는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죽고 싶다는 것의 의미는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다."

Q.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배우 박지현의 모습은 어떤 걸까.

"너무 많아서 딱 '어떤 거다' 선뜻 말씀드리기 어렵다. 저는 언제나 늘 코미디 연기에 관심이 많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코미디도 찍고 있는 게 있다. 저는 제가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에 보여드린 작품 속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도 돌아있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한다. (웃음) 언젠가 저의 모습을 가감 없이 과감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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