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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피눈물 흘리는 지니…"돌아가신 외할머니, 힘주러 오신 느낌" [인터뷰①]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10.14 15:51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지니'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우빈 /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외피를 쓰고,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제목처럼 다 이뤄주는 '지니'가 있다. 지니는 사람의 세 가지 소원을 듣고 그를 타락으로 이끌어 지옥에 이르게 하는, 우리들의 언어로 '사탄'이라고 하는 존재다. 오랜 시간 두바이 모래사막에 묻혀있던 지니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 기가영(수지)에게 발견된다. 그런데, 지니의 주인이 된 기가영은 감정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다. 아무리 소원을 빌라고 해도, 소원 따윈 없다고 말한다. 약 천년에 걸쳐 사막의 모래알처럼 켜켜이 쌓인 두 사람의 연은 이렇게 이어진다.

지니는 인간의 '악함'을 믿고, 기가영은 대부분 매체에서 '악'으로 묘사되는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둘의 관계를 로맨스로 풀어내며, 인간의 선과 악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김우빈이 '다 이루어질지니'의 대본을 보고 매료되었던 지점이며, 그렇기에 부담감으로 어떻게든 잘 표현하고 싶어서 새벽 두 시에 나 홀로 현장에 가서 연습, 또 연습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니' 역을 맡은 김우빈을 두 번의 인터뷰로 나눠 살펴본다. [인터뷰①]에서는 '다 이루어질지니' 속 '지니' 역을 발 딛게 한 김우빈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김우빈은 '외계+인'에서 가드였고, 또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지니가 됐다.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존재다. 최동훈 감독도, 김은숙 작가도, 자꾸만 그를 보면 왜 도전하고 싶어지게 될까.

'다 이루어질지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Q. '다 이루어질지니'를 김은숙 작가님께 제안받고,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약 6부까지 대본을 주셨던 것 같다. 지니(김우빈)와 가영(수지)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서부터 결국 김은숙 작가님은 '어떻게 태어나는지보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인간은 선한 선택을 하고야 만다'라는 인간의 선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신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받고, 싫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작가님 특유의 유머도 좋았고, 글에 담긴 메시지와 질문도 좋았다."

Q. 무려 '지니'라는 캐릭터였다. 대사도 평소 언어와는 다른 지점이 있었다. 염려되는 지점은 없었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중심을 잡고 왔다 갔다 하는 걸 보여드려야 했다. 그런 부분을 잘 잡아서 지니의 변화가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부담감이 컸던 것은 아무래도 아랍어 연기였다.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부딪혔다. 선생님께서 아랍어 녹음본을 주시면 한 마디마다 천 번 정도 들었다. 제 대본에 아랍어가 정확하게 52마디였다. 5만 2천 번 정도 들었고, 너무 아쉽게도 한 열 마디 정도가 편집됐다. (웃음)"

'다 이루어질지니' 포스터 / 사진 : 넷플릭스

Q. '지니'는 천여 년 동안 존재해 온 정령이었다. 인간도 아니다. 그런 '지니'를 어떻게 설계하고 임했나.

"수천 년 동안 지니가 인간을 만나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그를 만난 인간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지니는 그 소원을 어떻게 교묘하게 타락으로 이끌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다. 우리도 사실 좀 뾰족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둥글어지기도 하지 않나. 영겁의 시간을 살지만, 지니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을 것 같았다. 과거 지니의 성격은 조금 더 날카롭고, 조금 더 각이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형은 반대로 흐르듯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천년 뒤 지니는 램프에서만 지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 둥글고 편안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반대로 외형은 자신은 편안하지만, 보는 이들이 어딘가 불편해지는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의상팀과 함께 작업에 임했다."

Q. 지니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던 건,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들이 함께 배치된 덕이라고 생각했다.

"지니는 인간이 아니기에 독특한 대사를 많이 써주셨다. 저도 어딘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지점을 어떤 지점이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리듬, 표정, 행동, 리액션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조금은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들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지니는 한없이 하찮다가도, 확 잔인해지고, 무서워진다. 그런 조절을 하기 위해 고민했다. 손짓은 제가 만들었다. 이런저런 손짓발짓 다 해봤는데, 결국 처음에 한 지금의 손짓이 마음에 남더라. 그걸로 밀고 나갔다. 한 번 하면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지니도 비슷한 제스처를 하길 바랐다. 앞 동작은 빼고, 분위기는 달라지더라도, 수천 년 동안 지니가 비슷한 동작을 해왔다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과거의 가영에게도 그 동작을 한다."

'다 이루어질지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Q. 지니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나 반가웠던 '상속자들' 영도부터, '더 글로리' 문동은 등 다양한 지니 중 가장 만족도 높은 지니가 있을까.

"고르기 힘들다. 문동은('더 글로리' 속 송혜교 역)? 왜냐하면, 대본에서 그 장면을 보고 '김은숙 작가님만 쓸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반가웠고, 잘 살리고 싶었다. 이후에 수정고가 나왔는데, 문동은이 없어졌다. 어떻게 입을지, 어떻게 애드리브 할지 다 생각해 놓았었는데. 송혜교 선배님 대사도 찾아봤었다. 김은숙 작가님께 전화를 드렸다. '왜 문동은이 없어졌어요?'하고 여쭤보니 '제일 큰 이유는 네가 싫어할까 봐'라고 하셨다. 그래서 '저 '멋지다, 가영아!'라고 외치려고 생각해놨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재밌게 해'라고 하셨다. 의상팀에서 송혜교 선배님 옷을 똑같이 제작해서 코트로 만들어주시고, 가발도 정말 많이 써봤다."

Q. '상속자들' 속 최영도도 반응이 좋았다.

"영도의 교복을 찾으려고 전국을 다 찾았는데, 없었다. 그런데 저희 집에 한 벌 간직하고 있었다. 그 교복이 이제는 몸이 너무 커져서 안 맞더라. 그걸 가지고 새로 만들어주셨다. 명찰과 단추는 제가 썼던 걸 그대로 썼다. 교복 안쪽에 '상속자들' 20부 쪽대본이 아직도 있더라. 거의 10여 년 동안 옷장 안에 있었던 옷이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스태프들도 영도를 많이 반가워해 주셨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준비할 때는 기뻤는데, 그 모습으로 나가려니 부끄럽고 재미있고 그랬다."

'다 이루어질지니'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Q. 지니의 표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피눈물'을 흘리는 지니였다. 황금비가 내리는 배경 속에서 그가 느끼는 절망이 너무 깊이 닿았다. 이를 위해 그 이상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너무 부담되었다. 저는 그 장면이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설득력이 있어야, 작품이 힘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잠이 안 왔다. 심지어 아랍어로 연기해야 했고,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인데, 제가 못하면 다 힘들어지지 않나. 촬영 전, 새벽 2시인가 혼자 세트장에 가서 한 시간 반 정도 연습을 해봤다. 그렇게 하니 뭔가 길이 보이더라. 예전에 본 한 다큐멘터리에서 외국에서 점을 봐주시는 분께서 '돌아가신 누군가가 갑자기 생각나면, 그분이 곁에 있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신 걸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그때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내가 부담되는 걸 알고 힘주러 오신 건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니 또 힘이 났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 촬영 전에 감독님께 '감독님, 전 감독님 믿어요. 감독님도 저 믿어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혼자서 불 꺼진 세트장에 가서 연습한 것도,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드린 것도 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지니'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우빈 / 사진 : 넷플릭스

Q. 지니는 세상에 없던 캐릭터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가 낳고, 배우 김우빈이 현실로 소환했다. 앞서 영화 '외계+인'에서도 그랬다. 외계인 '가드'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최동훈 감독도, 김은숙 작가도 자꾸 김우빈을 만나면 도전해 보고픈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데 세상에 없는 캐릭터는 정말 너무 새롭지 않은가. 반갑고, 기회를 주시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작품은 뚝딱 나오는 게 아니고, 모든 것들이 다 잘 맞아야 할 수 있지 않나. 늘 그런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져, 새로운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늘 대본을 중심에 놓고 캐릭터에게 다가간다. 요령 같은 건 없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는 좀 생기지 않았을까요? (웃음)"

김우빈은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배우로서 자신을 살아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없었던 길을 그는 대본 하나 중심에 딱 두고 묵묵히 걸어간다. ‘외계+인’의 가드에서 ‘다 이루어질지니’의 지니까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을 현실로 끌어올린 힘은 결국 김우빈 자신에게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배우 김우빈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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